<여신강림> 문가영, 차은우, 황인엽의 시대
만화 같은 주인공이 살아 움직이는 순간. <여신강림> 문가영, 차은우, 황인엽의 ‘달콤폭신한’ 시대.
문가영이라는 심리 추리극 “무인도에 갇히면 가장 잘 살아남을 것 같은 사람이오? 당연히 임주경.” “촬영장에서 NG를 많이 낸 사람은 한서준.” 세 배우의 우정을 테스트하는 <보그>의 간단한 영상 인터뷰 자리. 실제 이름과 캐릭터 이름이 마구 섞여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어제까지도 세트장에서 촬영하다가 온 배우들이기에 의아한 상황은 아니었다. 다만 첫 회부터 웹툰 <여신강림>을 정주행하며 수호파, 서준파에 과몰입한 독자 입장에서는 드디어 임주경, 이수호, 한서준이 만화 프레임 밖으로 나와서 살아 움직이는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여신강림>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주경이 메이크업을 통해 여신이 되고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린 웹툰이다. 만화 주인공과 드라마 배우의 높은 싱크로율은 마음의 장벽을 낮추지만 이미 확고한 캐릭터를 넘어서야 하는 부담이 존재한다. 전 국민적 인기를 누리는, 눈에서 은하수가 흐르는 10등신 비율의 캐릭터와 경쟁은 쉽지 않다. 소설이나 웹툰을 보면 자신을 대입시켜보는 ‘직업병’을 가진 문가영에게 <여신강림>은 가볍고 상큼하게 보던 웹툰이었다. “제가 주인공이 아닐 때 팬의 입장에서는 흥미롭죠(웃음). 막상 원작을 표현하려다 보니 부담스럽긴 해요.” 게다가 제목은 자그마치 <여신강림>이다. “여신은 기분 좋은 단어죠. 한편 굉장히 제게 낯선 단어기도 해요. 여신강림은 너무 큰 네 글자예요.”
문가영이 임주경 역을 맡은 건 웹툰 팬들에게 안도이기도 하고 기대이기도 하다. 평소 여성 캐릭터의 성향을 눈여겨보는 그녀였기에 안심하고 주경을 맡길 수 있었달까. 문가영은 완전한 주연배우로서 극을 이끌어갈 수 있는 기회가 반가웠다. 스스로 한계를 체크해보고 싶은 오기이자 도전이기도 했다. “주경이를 이해하기까지 저도 시간이 걸렸어요. 극 안에 주경이를 이해할 수 있는 장치는 많아요. 화장을 그렇게까지 열망하는 이유죠. 그 장치를 온전하게 전달하는 건 제 몫이고요.” 웹툰 <여신강림>은 외모에 대한 여러 시각을 드러낸다.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하지만 일견 그런 사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굉장히 예민한 문제죠. 그래서 제가 주경이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근거 없는 자신감이기도 하지만 제가 주경이를 표현함으로써 원하는 메시지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많은 분이 우려하는 그 부분을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초반에는 불편할 수도 있어요. 각자 시각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 드라마가 요즘 친구들의 현실 같아요. 드라마는 주경이의 성장에 초점을 많이 맞췄어요. 여러 인물을 만나고 본인이 자각해가면서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을 잘 보여드리고 싶어요. 주경이를 보면서 이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면 전 이 작품을 하길 잘했다고 확신을 가질 수 있겠죠.”
일생 중 자존감이 가장 쪼그라드는 청소년기. 미성숙해서 무엇이든 불안한 시기. <여신강림>은 그 시절의 이야기다. 여신으로 낙점된 문가영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크게 느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어서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중·고등학교 때 ‘살찐 것 같아’ 그 한마디에 다이어트를 처음 해봤어요. 한번 다른 사람을 신경 쓰기 시작하니까 너무 괴롭더라고요. 중학생 때는 1일 1식도 해봤어요. 한창 다이어트를 하다가 갑자기 ‘내가 왜 굳이?’ 하며 화가 나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냥 넘기는 연습을 했고 그렇게 단단해진 것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100% 자유롭지 않아요. 계속 배우고 있고요.”
극 중 주경은 메이크업을 하고 여신이 되지만 문가영은 반대로 ‘쌩얼’ 메이크업을 한다. 홍조도 띠우고 여드름도 촘촘히 올린다. 흥미로운 건 쌩얼 분장을 했을 때 찾아오는 자유다. “분장했을 때 주경이가 더 편해요. 예전에 선배님들이 영화에서는 메이크업을 덜 해서 본인에게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이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저도 민낯 분장을 했을 때 표정이 훨씬 자유롭더라고요.”
황인엽은 문가영을 보고 있으면 하트가 퐁퐁 솟아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가영은 정말이지 사랑스럽다. 열 살 때 영화 <스승의 은혜>로 데뷔해 15년 동안 40편에 이르는 작품에 출연했지만 여전히 매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기울이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반짝거린다. 그 사이 3개 국어를 구사한다든지, 다독가로서 면모가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문가영은 좋아하는 일을 일찍 찾아 오래 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어쩐지 동그란 목소리로 말한다. 연기가 좋은 이유는 “정답이 없어서”다. “책을 많이 좋아하고 수학을 싫어하는 이유도 정답을 알려줘서예요. 연기는 오늘 한 연기와 내일 하는 연기가 다르고 계속 생각을 해야 해요. 순간의 집중력으로 매 테이크가 나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그러다 보면 나도 몰랐던 나를 알게 돼요.” 대단히 본능적이면서도 최상단의 욕구다. 어릴 때는 계산을 많이 했다고도 말했다. 대충 하는 성격이 아니었고 모든 걸 완벽하게 짠 후 조각조각 시뮬레이션을 하며 연기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임주경은 그런 문가영에게 발랄한 유연함을 준다. “<으라차차 와이키키 2>도 코미디였는데 어려웠어요. 누군가를 웃긴다는 자체가 많은 상상력과 표현력이 필요하더라고요. 주경이도 되게 재미있어요. 코미디라는 장르가 넓다 보니까 제한이 없어요. 주경이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대신 막 울다가도 순간적으로 바뀌는 힘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열심히 관리하고 있어요.” 문가영은 로맨틱 코미디의 말랑말랑한 기분을 좋아한다고도 덧붙였다. 대사나 투샷, 0.1초 찰나에 보이는 엄청나게 설레는 기분, 예상치 못하게 훅 들어올 때 찾아오는 설렘이다.
문가영은 생각날 때마다 글을 쓴다. 마음 잡고 노트북 앞에 앉아서 시나리오를 쓰기도 하고 촬영 현장에서는 아이디어를 메모장에 써놓기도 한다. <보그> 촬영장에서는 갈색, 솜사탕을 메모해두었다. 만약 아무런 제약도 없이 시나리오를 쓸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지 물었다. “너무 많아요. 요즘 호주 드라마 <웬트워스>에 빠져 있어요.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여자 버전이라고 해야 될까요? 여자 수감자들 이야긴데 이렇게 캐릭터가 다양한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머릿속 상상으로는 늘 대작을 만들죠(웃음).”
주경이는 문가영의 바람대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자존감을 회복해나갈 것이다. 문가영은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을 아끼는 데서 나온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라고 하죠. 식상하지만 정답이에요. 저도 스스로를 아껴주기까지 시간이 걸렸어요. 스스로를 아낄 수 있을 때 다른 사람의 시선과 말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요.” 스스로를 만화 장르로 표현해달라는 요구에 문가영은 망설이지 않고 심리 추리극을 골랐다. 지상 세계보다 살짝 높은 지대에서 들려오는 듯한 목소리였다. “좋아하는 영화 장르이기도 하고, 제 안에 많은 문가영이 있지만 ‘공상하는 문가영’을 제일 좋아하거든요.” 어쩐지 조금 다른 여신이 강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그녀에게서는 빨간색 하트가 퐁퐁 솟아오르고 있었다.
차은우라는 스포츠 순정 코믹 학원 멜로 외모가 만화 주인공 같은 경우 만찢남, 만찢녀라고 표현하지만 <여신강림>은 생생한 그림체로 실존 인물이 만화 속으로 걸어 들어간 듯 반전의 경험을 선사했다. 덕분에 드라마화를 예상한 독자들은 일찌감치 가상 캐스팅을 마쳤는데 이수호 역은 차은우로 의견이 모였다. 재미있는 건 아스트로 멤버 문빈과 윤산하가 그 독자 대열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산하랑 빈이가 웹툰을 좋아해요. 드라마화한다는 이야기도 있기 전에 ‘이거 봐봐. 형이랑 똑같아. 언젠가 꼭 맡았으면 좋겠어’라고 했는데 몇 주 후에 연락을 받았어요. 작품을 하기까지 고민과 상의를 거쳤지만 멤버들의 이야기가 시발점이 된 건 확실해요.” 게시판에 글을 썼다면 ‘성지글’로 등극했을, 용한 예언이었다.
실제로 차은우와 이수호는 닮았다. 때로는 차은우의 눈에서 좀 더 반짝이는 별이 쏟아진다. (게다가 실제 차은우는 하얗고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친다. 순정 만화 주인공의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다만 그의 전작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회색 고양이 도경석이 떠오르기도 한다. 로맨스 학원물의 남주는 남들에겐 까칠하고 가슴 깊은 곳에 상처가 있어야 하며 좋아하는 여자에게만 다정해야 멋있기에 사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조금도 불만이 없다. 하지만 전작 캐릭터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배역을 맡는 건 차은우 입장에서는 분명 고민이다. “둘 다 차갑고 시크한 친구라서 비슷하지만 들여다보면 서사가 달라요. 감독님, 작가님과 그런 고민에 대해 충분히 얘기를 나누었어요. 잠들기 30분 전 수호의 서사를 생각하라고 감독님이 조언해주셨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경석이와 차별점을 두고자 외적인 부분에서도 신경을 썼어요. 주짓수를 배우기도 했고 최대한 수호로서 멋있게 준비 중이에요.” 한번 보면 후광에 눈을 질끈 감게 되는 ‘남신’ 이수호는 최선을 다해서 잘생겨도 되는 역할이다. “외적인 부분을 신경 쓰라고 하는데 사실 제가 좀 둔해요. 스태프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세요. 핸드크림 좀 바르라고 하시고 현장에서 ‘은우 반사판 좀 대줘’ 말씀해주시고요. 정말 감사하죠.”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은 차은우의 첫 주연작이었다. 2년 전이지만 차은우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여전히 아쉬움이 많다고 말한다. “정말 정신없이 하기도 했고 서툰 부분이 많았어요. 힘든 일도 많았고요. 이제 와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연기를 잘 못 보기도 했어요. ‘왜 이렇게 했지?’, ‘왜 이랬을까?’ 싶어서요. 그래도 당시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스물둘의 차은우고 지금은 조금 더 경험이 쌓인 스물넷의 차은우니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생겼을 것 같습니다.”
사실 감정을 잘 표출하지 않는 ‘냉미남’은 연기하기 쉽지 않다. 가슴 아플 때도 설렐 때도 그저 눈빛의 농도만 달라질 뿐이다. “감정 표출이나 변화가 많지 않다 보니까 잘했다 못했다가 아니라 이 정도가 괜찮나 안 괜찮나 고민이 더 커요. 감독님과 누나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한 번만 더 할까요’ 먼저 말씀드리기도 하면서 촬영하고 있어요.” 지금 연기에 대한 고민을 차분하게 들려주는 차은우와는 결이 좀 다른 차가운 남자들이다. 실제 차은우는 어떤가 물으니 역시나 “상대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의사 표현은 솔직하게 하는 편입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억울해서 잠 못 드는 일도 없다. “그런 일 있으면 못 자요. 바로 전화합니다(웃음).”
차은우는 창작자라면 누구나 팔을 끌고 와 극의 중심에 세우고 싶은 외모를 가졌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신입사관 구해령>, <여신강림>까지 차은우의 이미지에서 시작한 듯한 캐릭터들이었다. 그 역시 180도 변신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자신의 여러 가지 자아, ‘부캐’ 중 하나를 끄집어내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차은우를 버리고 수호가 된다는 게 어떻게 가능하지 싶어요. 수호에 차은우를 대입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둘이 잘 융합하면 위화감 없이 재미있게 보시지 않을까 생각해요. 나를 필요로 하는 곳, 잘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는 것도 중요해요.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기회가 있다면 해보고 싶은 역할은 아주 많아요(웃음). 제 안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모습이 많습니다.” 그리고 생글생글 웃으며 덧붙였다. “어떤 종류의 악역이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제 안에는 악한 모습도 있거든요.”
태어날 때부터 차은우 얼굴로 살아온 차은우에게 외모에 대해 묻는 건 우문이지만 고민은 상대적이라는 전제하에 얼굴이 싫은 적이 있었는지 물었다. “싫은 적은 없어요. 열심히 준비해가도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물어보실 때 서운했던 적이 있긴 해요.” 그렇다면 연기에 방해가 된 적은? “예전에 너무 착해 보인다는 얘길 들어서 피부 톤을 어둡게 해볼까 싶은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요즘은 앙칼지다, 나빠 보인다고 해요(웃음). 그때만의 느낌이 있는 거고 차근차근 변해간다고 생각해요. 때마다 알맞은 선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스트로로 활동할 때나 예능 프로그램 <진짜 농구, 핸섬타이거즈>에서 언뜻 느껴지는 차은우는 승리욕이 강하고 악바리 같은 구석도 있다. (얼마 전 <집사부일체>에서 배우 배성우와 눈물 흘리기 배틀도 이겼던 그다. “칸도 다녀오신 천만 배우 배성우 선배님을 한번 이겨보자. 악바리 정신으로 했습니다(웃음). 재미있게 하려고 했는데 눈물샘이 도와줬어요.”) 한 인터뷰에서 몰랐던 걸 알았을 때 희열을 느끼는 편이고 공부 욕심이 있다고 밝힌 적도 있다. 노력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연기를 어떤 마음으로 해오고 있을까. 그는 “뭔가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 혼자 고군분투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에서 희열 아닌 희열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현장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새롭게 알게 되는 것도 좋고요.” 결과를 바로 봐야 하는 타고난 승부사 입장에서 배우를 하며 느끼는 고충은 ‘궁금함’이다. “우리가 주고받은 티키타카를 시청자분들이 과연 재미있어하실까? 코미디 신인데 어떤 감정을 느끼셨을까? 느꼈다면 어느 강도일까? 이런 것들이 정말 궁금해 미치겠어요(웃음).” 항상 미래만 생각하던 열정주의자의 삶의 속도를 늦춰주는 것도 연기다. 궁극적으로 ‘차근차근 오래오래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차은우는 <여신강림>에 임하며 “지금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큰 힘이 되는 게 맞다”고 새롭게 느끼는 중이다.
어쨌든 차은우는 즐거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아스트로 멤버들과 같이 무대에 서는 것도, 배우로서 연기하는 것도 즐겁고, 보여드리고 싶은 것도 아주 많고,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도 너무 즐겁다”. 문가영은 차은우의 첫인상이 ‘솜사탕’ 같았다고 말했다. 한 번이라도 차은우와 대화를 나눠본 사람이라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교복 타이를 매고 버건디색 재킷을 입은 차은우는 청년 시절에서 빠져나와 잠시 소년의 세계에 들어와 있다. 차은우가 스스로를 비유한 장르는 ‘스포츠 순정 코믹 학원 멜로물’이다. 차은우의 이수호 뒤로는 어쩐지 말풍선이 줄줄이 떠오를 것만 같다.
황인엽이라는 신개념 코미디 웹상에서 이미 엄청난 팬덤을 가진 한서준 역할을 맡은 황인엽은 그저 감격한 상태다. 에디 슬리먼을 사랑하고 모델로 활동할 때 피어싱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던 그는 비슷한 패션 취향을 가진 한서준으로부터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단면적으로 보면 차갑고 반항적이고, 비주얼적으로는 매우 예쁘고 아름다운 친구예요. 하지만 마음이 굉장히 따뜻하고 배려심이 많아요. 어떤 인물들을 만날 때마다 다양한 매력이 나오거든요. 서준 같은 캐릭터를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저 황인엽이 한서준을 정말 좋아해요.”
주경, 수호와 삼각관계를 이루는 한서준은 이수호와 정반대의 매력을 가졌다. (로맨틱 코미디 웹툰에서는 그래야만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일필로 그린 듯한 긴 눈매, 섬세하게 오뚝한 콧날, 잘 익은 체리처럼 도톰하고 붉은 입술, 이목구비를 빛나게 해주는 흑발까지. 반항아 캐릭터의 계보를 잇는 거친 매력이 스크롤을 내리는 내내 후드득 떨어진다. 황인엽은 거기에 더해 낮고 그윽한 근사한 목소리를 가졌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그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신인 배우 황인엽입니다” 하고 자신을 소개했다. 동방 인, 빛날 엽. 아이돌보다 더 빛나는 이름이다. 그는 차분하게 인스타그램 아이디 @hi_high_hiy와 프로필 사진에 대해서도 소개를 이어갔다. “유명하신 분들 보면 아이디에 의미가 다 있잖아요?(웃음) 제 이름 약자와 비슷한 단어를 생각하며 지었어요. 반갑다는 의미의 hi, 꿈을 향해 높이 가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high입니다. 프사는 메타몽인데요. 초등학생 때 포켓몬스터를 좋아해서 스티커 모으려고 빵도 사 먹었어요. 메타몽은 어떤 모습으로든 원하는 대로 변할 수 있어요. 어떤 역할에든 그렇게 변할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설정해보았습니다.”
웹드라마에서 짝사랑을 포기한 순정남, 학교에서 잘나가는 ‘인싸’를 연기했고, <조선로코-녹두전>에서는 우직한 호위 무사, <18 어게인>에서는 반항적인 고등학생을 맡았지만 실제 황인엽은 진중한 편이다. 찾아올 배역을 기다리며 에너지를 품고 있는 모습이다. “어릴 때부터 장래 희망란에 늘 모델과 배우를 동시에 적었어요. 부모님과 영화를 자주 보러 다녔거든요. 하지만 굉장히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모델에 도전하기까지도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모델을 하며 자신감이 생겼고 배우라는 꿈을 좇아왔어요.” 황인엽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현실, 나이, 성격에 대해 두려웠지만 시간이 흐른 후 후회할 것 같았다. 함께 찾은 목욕탕에서 아버지는 딱 한마디만 하셨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그래야 행복해.” 그 한마디가 부적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한서준은 누구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니까. 다만 기대와 달리 실제 학창 시절 ‘남신’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저는 옷을 되게 좋아하는 학생이었어요. 교복도 고쳐 입었고요. 그냥 멋있고 싶었어요(웃음). 어떻게 하면 모델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흥미롭게도 <18 어게인>에 이어 연속으로 맡는 고등학생 역이다. 잠들지 않는 활기, 생동하는 에너지, 요동치는 감성은 10대의 전유물이다. “교복 입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죠(웃음). <18 어게인> 때 어린 친구들이 정말 많았는데 정제되지 않은 꾸밈이 있어요. 정말 사소한 일에도 까르르 행복한 감정이 뿜어 나왔어요. 오늘이 너무 행복한 사람. 물론 저도 행복하지만 그 친구들로부터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18 어게인>을 했기 때문에 <여신강림>을 할 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마음의 부담은 훨씬 덜한 것 같아요.”
<여신강림>의 영어 제목은 ‘True Beauty’다. 열정적으로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왁스를 발랐던 10대를 떠나보낸 황인엽은 누구보다 그 말의 의미를 진실하게 느낀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과 자신감이 한 사람을 결정짓는 아름다움임을 안다. 황인엽이 스스로를 소개하기 위해 고른 장르는 코미디다. “다른 의미의 웃음인데 혼자 있으면 웃게 돼요. 너무 신기해요. 어떻게 드라마도 찍고 이렇게 살고 있지. 너무 즐겁다 생각해요. 정말 알 수가 없어요.” 황인엽은 ‘궁금하고 기대가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예측 불허 코미디 황인엽에게는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 피처 에디터
- 조소현
- 컨트리뷰팅 에디터
- 베베킴
- 포토그래퍼
- 이준경
- 스타일리스트
- 강윤주(문가영), 정윤경(차은우), 임혜림(황인엽)
- 헤어
- 이정현(문가영), 박미형(차은우), 정미영(황인엽)
- 메이크업
- 김모란(문가영), 정보영(차은우), 이수지(황인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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