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위한 커튼콜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규칙과 낯선 세계.
이런 곡 제목을 본 적 있나? ‘그냥 괴물을 살려두면 안 되는 걸까’. 곡의 내용은 더 놀랍다. 게임을 하다가 어쩐지 끝내고 싶지 않은 기묘한 기분, 게임 속 세상에서 머물렀으면 하는 복잡한 마음에 관한 것이다. 이건 어떤가? K-팝 아이돌의 입에서 “I want to end this world”라는 가사가 흘러나온다. ‘투바투’라고 불리기도 하고 TXT라고 불리기도 하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기존에 우리가 알던 음악의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세계, 팝의 세계 속 많은 것을 헝클어뜨린다. 물론 그 안에는 정교하게 기획된 스토리가 있다. 당황스러움, 생경함, 이상함, 놀람의 정체를 깨닫기도 전에 생각하게 된다.
‘다음 스테이지는 뭘까? 슬슬 스탯을 올려볼까?’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성장과 모험, 시련에 대한 판타지적 서사, 한 번 봐서는 이해하기 힘든 굉장히 긴 노래 제목, 10대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대변하는 이야기, 감각을 해체하고 조립하는 독특한 표현과 사운드로 K-팝의 흥미로운 지점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멤버들은 그들의 곡보다 더 새로웠다. 그대로 써도 될까 싶을 정도의 솔직한 표현, 아닌 건 아니라고 하는 거침없는 태도,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는 가치관 등 그들은 완전히 새로운 세대였다. 그들의 곡 ‘New Rules’ 중엔 이런 가사가 있다. “펑크이고 싶어.” 펑크가 K-팝의 모습으로 등장한다면 아마 이런 형태에 가깝지 않을까? 그들의 인터뷰 파일을 여기 공개한다.
태현 그룹명의 의미가 ‘서로 다른 너와 내가 하나의 꿈으로 모여 함께 내일을 만들어간다’예요. 여기서 그 꿈은 뭘까요? 건강하게 음악 활동하면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저희 노래에 공감하고 위로받는 게 가장 큰
꿈이에요. 지금은 시작에 가깝죠. 가능성을 더 많이 남겨두고 싶어요. 그 꿈이 100이라고 하면 지금은 3 정도 온 것 같아요. 97%의 가능성이 있어 더 좋아요.노래 제목과 가사, 세계관이 독특해요. 듣자마자 공감 갔던 가사가 있나요? 듣자마자 무릎을 쳤던 곡은 데뷔곡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CROWN)’였어요. 성장통을 뿔에 비유해 그걸 왕관으로 바꾼다는 스토리 구성이 좋았어요. 그런 생각을 해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어요.
본인의 성장통은 뭐였나요? 성장통은 늘 조금씩 있는 것 같아요. 성장하려면 성장통이 따르니까요. 연습생 때도 있었고, 데뷔 후에도 있었죠. 노래나 춤 모두 실력이 늘고 있다는 게 보이지 않을 때 성장통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저 나름대로 그 과정을 그래프로 그려봤는데, 성장 과정은 경사진 모양의 그래프가 아니라 계단형 그래프라고 생각해요. 한 계단에서 다음 계단으로 점프하기까지 평면의 순간이 있잖아요. 실력이 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순간이 그때 같아요. 그 순간이 저에겐 성장통이에요. 그런 순간이 몇 번 반복되니 저도 이제 그 패턴을 알고 ‘지금은 그런 시기다, 열심히 하면 실력이 점프하는 시기가 온다’고 믿고 연습하는 것 같아요.
멤버별 정확한 포지션은 없지만 메인 보컬에 가까워 보여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음색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나요? 어쩌다 보니 저와 휴닝카이가 고음을 많이 담당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곡마다 어울리는 멤버가 달라서요.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은 뉘앙스를 잘 살리는 거예요. 아직 고음을 안정적으로 지르는 보컬은 아니지만 곡 녹음할 때 받은 데모 버전만큼 혹은 그것보다 더 잘 표현할 자신은 있어요. 호흡을 확 섞거나 긁어서 소리를 내는 등 변화를 줘서 그 부분을 귀에 싹 들어오게 하는 거죠. 최대한 다양한 곡을 많이 듣고 많이 불러보는 게 그루브나 뉘앙스를 몸에 저축하는 데 도움이 돼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10대 이야기를 대변했어요. 멤버 모두 10대를 통과해온 지금, 10대 시절을 생각하면 어떤 장면이 먼저 떠오르나요?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이렇게 하면 좋았을걸’ 하고 아쉬운 게 있잖아요. 돌이켜보면 그 시간에 제가 최선을 다한 것 같아 미련은 없어요. 멤버들과 춤 연습을 열심히 한 나머지 연습실에 습기가 차서 거울이 안 보였던 순간이 떠올라요. 지금은 회사 통풍 시스템이 좋아져 20명이 들어와도 연습실을 습기로 채우지 못해요(웃음).
2021년 3월 4일이면 데뷔 2주년이에요. 원하는 대로 온 것 같나요? 누구나 더 빨리 성공하고 싶고 더 좋은 자리에 있고 싶겠지만 서두르고 싶진 않아요. 그것 때문에 멤버들이 부담을 갖고 활동할 때 행복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고 보니까요. 멤버들이 행복할 수 있는 정도의 속도로 잘 온 것 같아요.
영화나 게임 속에서 한 달을 살아야 한다면, 어떤 이야기에서 살고 싶나요?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있지만, 사실 별로 살아보고 싶진 않아요. 주인공에게 늘 갈등이 생기잖아요. 갈등을 겪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딱히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아요.
왜 갈등을 겪기 싫어요? 현실 어디에서도 어떤 종류의 갈등은 있잖아요. 영화라는 게 그 갈등을 극대화해 보여주잖아요. 그래서 재밌는 거고. 극대화된 갈등까지 겪고 싶진 않아요. 결코 가속하고 싶지 않아요.
한 달인데, 안 될까요? 한 달이면 세종 배경의 조선시대를 경험해보고 싶어요. 세종의 천재성을 느끼고 한글이 만들어진 과정을 보고 싶어요. 히어로가 돼서 악당들에게 맞는 것보다 역사를 지켜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다시 돌아오기만 한다면(웃음).
연준 그룹명의 의미가 ‘서로 다른 너와 내가 하나의 꿈으로 모여 함께 내일을 만들어간다’예요. 여기서 그 꿈은 뭘까요? 저희의 노래나 무대를 통해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게 꿈이에요. 지난해 컴백 쇼 때도 느꼈고 위버스로 소통할 때도 느끼지만,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힘든 분도 있어요. 그분들이 저희에게 늘 하는 말씀이 “들으면서 힘 많이 내고 버티고 있다”예요. 그렇게 뿌듯한 말이 없어요.
‘샴푸의 요정’ 프랙티스 영상에서 혼자만 수트에 베레모 차림이었어요. “다들 캐주얼한데 연준만 연습 후 파리의 예술 전시회 가는 차림”이라는 댓글도 있었죠. 그냥 그렇게 입고 싶더라고요. 그날따라 꾸미고 싶었고 영상 촬영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고요. 노래에 악기 소리도 들어가 있어서 파리 분위기가 어울리겠다 싶었어요.
과감하게 입는 걸 좋아해요. 또 시도해보고 싶은 스타일이 있나요? 관심이 가는 아이템은 무조건 사서 시도해요. 최근에 산 건 웨스턴 부츠인데, 일반적인 부츠와 달리 길이가 무릎까지예요. 자료를 찾아봤는데 예뻐서 신고 싶더라고요. 흰색 가죽으로 따로 제작한 거예요. 괜찮아서 잘 신고 다녀요. 시도해보고 싶은 건 치마? 얼마 전에 배우 봉태규 님이 치마 입은 모습을 봤는데 너무 멋졌어요. 그분의 마인드도 멋있었고요. 옳은 말이잖아요. 누가 이건 여자 옷이다, 남자 옷이다 정해놓았냐는 거죠.
멤버 모두 10대를 보낸 지금, 10대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재미있고 의미 있게 잘 보냈어요. 성장통도 겪고 극복도 해봤고요. 저는 일을 시작하고 오히려 많이 바뀐 편이에요. 원래 자신감도 없고 소심했거든요. 춤추고 나서 인생이 많이 달라졌어요.
2020년 SBS <가요대전>의 ‘Sherlock•셜록(Clue+Note)’ 무대가 화제였어요. 저는 춤을 못 췄어요. 진짜 못 췄어요. 학원에서 제일 못 췄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누구에게 지거나 피해 주는 것이 싫어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선생님이 뭘 하나 가르쳐주면 수업 끝나고 계속 복습하고 영상으로 촬영하고. 또 어디가 부족하고 이상한지 체크하고 피드백 받고. 그렇게 성장해왔어요.
춤을 못 췄다고 했는데, 왜 그렇게 춤을 추고 싶었나요? 제가 인생에서 뭔가를 끈기 있게 열심히 한 적이 한 번
도 없었거든요. 그렇게 열심히 한 건 춤이 처음이었어요. 이 일을 하면 제가 진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힙합을 좋아하죠. ‘동물원을 빠져나온 퓨마’라는 노래가 있긴 했지만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노래 감성과 개인 취향이 조금 다르진 않나요? 사실 데뷔 전부터 힙합, 랩 음악을 많이 듣고 좋아했어요. 막상 데뷔하고 나니 청량하고 귀여운 곡이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거리감을 좀 느꼈어요. 하지만 지금 아니면 이런 모습을 못 보여준다는 생각도 들고, 또 그렇게 다양한 컨셉을 시도해봐야 저의 표현력이 더 발휘될 거라 여겼어요.
‘거울 속의 미로’라는 곡을 들으면 항상 눈물이 난다고 하던데, 왜 그런가요? 데뷔를 앞두고 간절했던 순간이 떠오르나요? 들을 때마다 울컥해요. 실제로 듣다가 운 적도 있고요. ‘거울 속의 미로’라는 제목은 범규가 지었고요. 작사에 열심히 참여해서, 가사에 제가 많이 들어가 있어요. 당시 멤버들이 다 헤매고 있었거든요. 우리가 맞게 가고 있나 싶었어요. 그래서 그 곡이 더 와닿아요.
영화나 게임 속에서 한 달을 살아야 한다면, 어떤 이야기에서 살고 싶나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나쁜 일이 일어나도 무섭진 않을 것 같아요. 영화 배경도 예쁘고 비현실적일 정도의 아름다움이 넘치죠.
수빈 그룹명의 의미가 ‘서로 다른 너와 내가 하나의 꿈으로 모여 함께 내일을 만들어간다’예요. 여기서 그 꿈은 뭘까요? 개인의 행복이 우선이에요. 다음으로는 멤버 모두 가수 생활을 오래, 즐겁게 하는 게 꿈이죠. 결과에 상관없이 우리가 행복하고 즐거우면 되는 것 같아요. 데뷔 초에는 조회 수 올리려고 저희 뮤직비디오를 수없이 보고 음원도 일부러 찾아 들었는데, 이제는 결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위버스에 올라온 멤버들 일기를 자주 보는데,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평소 저희끼리 마음을 털어놓거나 진지한 얘기를 하는 게 쉽진 않아요. 아무래도 일기엔 속마음을 많이 털어놓으니 멤버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어떤 마음인지 궁금해서 찾아봐요. 범규가 최근에 지치고 힘들어해 왜 그러는지 얘기도 많이 나눴는데, 위버스를 보니 생각보다 고향(대구)에 대한 그리움이 큰 것 같더라고요. 일기에 그 그리움을 길게 풀어낸 걸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다들 개성이 뚜렷해요. 아이돌 그룹이라는 것은 개성이 강한 개인이 같이 생활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간다는 의미기도 해요. 어떻게 조율해가나요? 모두 개성이 강하고 강단도 있고 고집이 세요. 연습생 때부터 서로 맞춰가는 게 어려웠어요. 싸우며 맞춰가다가 어느 순간 싸우는 것도 지쳐 회피하려고 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싸우는 게 나쁜 게 아니라 싸울수록 더 잘 맞게 되더라고요. 서로 뭘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알게 되니 더 배려하고. 실제로 이런 얘길 했어요. “우리 부딪치고 싸우며 맞춰가는 게 맞을 것 같다.”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린… (Can’t You See Me?)’ 고음이 인상적이에요. ‘무너진 모래성, who’s a liar 세계의 끝에서 춤추는 fire’ 가성 파트 말씀하시는 거죠? 제 음역대가 많이 낮은 편인데, 슬로우래빗 피디님이 너무 높은 파트를 줘서 처음엔 소리가 안 나는 거예요. “피디님,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제가 불러도 되는 파트일까요?”라고 말했죠(웃음). 피디님이 제 가성이 예뻐서 맡기려고 이미 마음먹었다며 제가 해주면 좋겠다는 거예요. 피디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감사하고 자신감도 생기면서 어떻게든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차근차근 한 키씩 올리며 연습했죠. 그러다 보니 익숙해지고 목도 풀리며 소리가 났어요.
일하다 보면 장단점을 알게 되잖아요. 그렇게 알게 된 게 또 있나요? 연준이 형을 붙잡고 털어놓았던 고민인데요. 저는 진짜 매력이 없다고 여겨서 ‘나에게 사람들이 좋아해줄 만한 요소가 있나? 누가 나를 좋아해줄까? 이런 내가 데뷔해도 될까?’라는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데뷔하고 나니 많은 사람이 저를 좋아해주는 거예요. 데뷔 후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어요. 외모 관련된 건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웃음). 제 코가 좀 흐지부지하게 생겼다고 해야 하나. 팬들은 이런 코도 좋아해주더라고요. 제 콤플렉스를 강점으로 바꿔줘서 감사했어요. 그리고 이건 제 입으로 말하기 좀 부끄러운데, 저는 멘탈도 강하고 성숙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데뷔하고 보니 어리고 미숙하더라고요.
그 전에 스스로 성숙한 사람이라고 여긴 이유는 뭐였죠? 연습생 시절, 회사로부터 쓴소리를 많이 들어도 멘탈이 전혀 안 흔들렸어요. 몇 분 지나면 멀쩡해지더라고요. 연습생들은 월말 평가 때 잘 못하면 일주일간 자책을 해요. 저는 잘하지 못해도 ‘뭐 어쩌겠어, 타임머신 타고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다음에 잘하면 되지’ 이런 타입이에요. 알고 보니, 특정 장소에서 특정 사람과 똑같은 루트를 반복하다 보니 거기에 맞춰 강해져 있었던 거였어요. 데뷔 후 새로운 사람과 상황을 맞닥뜨려보니, 어렵더라고요.
앞으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서사는 어떻게 될까요? 새드 엔딩을 좋아하지 않아요. 드라마나 영화가 새드 엔딩으로 끝나면 화가 나요. ‘아니, 왜 저렇게 끝내? 이상한 감독이네’ 이랬죠. 하지만 지나고 나니 기억에 남는 건 새드 엔딩이더라고요. 최근에 <지붕 뚫고 하이킥>을 다시 정주행했는데 여운이 꽤 남더라고요. 저라면 새드 엔딩으로 끝낼 것 같아요.
벌써 끝내요? 이 시리즈를 그렇게 끝내고 다음 시리즈로 넘어가면 되니까요. 초기화시키면 돼요.
영화나 게임 속에서 한 달을 살아야 한다면, 어떤 이야기에서 살고 싶나요? <해리 포터> 주인공 3인방이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지난해에 다시 보니 교수님들이 진짜 멋있는 거예요. 예전에는 교수님들이 융통성이 없어 보여서 얄미웠는데, 다시 보니 그게 다 올바른 방향이었더라고요. 저 역시 그 교수님들과 대화하고 싶고 수업도 받고 싶어요.
범규 그룹명의 의미가 ‘서로 다른 너와 내가 하나의 꿈으로 모여 함께 내일을 만들어간다’예요. 여기서 그 꿈은 뭘까요? 연습생 때는 꿈이 ‘데뷔’였어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라는 팀에 저희 모두가 잘 어울린다고 여겼던 이유가 다들 개성이 강하고 굉장히 다르거든요. 그러다 보니 다섯 명이 처음 만났을 때는 무척 안 맞았어요. 서로 다른 사람이 다 자기가 맞다고 여겼으니까요. 그러다 데뷔라는 목표를 두고 멤버들이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맞춰가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그 꿈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것 같아요. 꿈이 확장됐다고 해야 하나. 어떤 사람은 자기의 롤모델과 같은 사람이 되는 게 꿈일 수 있고 어떤 사람은 곡을 쓰는 게 꿈일 수도 있고. 다들 그런 목표를 하나씩 가지고 좇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작곡 욕심이 있어요.
작곡하고 싶은 이유가 있나요? 저를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힘들다는 말을 잘 못하잖아요. 하지만 곡으로는 표현할 수 있어요. 제가 썼던 ‘거울 속의 미로’도 ‘더 이상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슬럼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을 노래로 표현했거든요. 저는 작곡을 힘들 때만 해요. 힘들 때 찾게 되더라고요. 저를 표현하는 게 필요하니까.
‘거울 속의 미로’를 어떻게 프로듀싱하게 됐나요? 해외 언론을 통해 “노래와 춤을 연습할 때,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의 모습에서 다른 사람을 보기 시작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곡”이라고 들었어요. 뭘 잘 모르고 자신감에 차 있던 때는 거울을 보면 제가 잘나 보이고 춤을 추든 노래를 부르든 늘 괜찮아 보였어요. 보통 나 자신의 부족함에 관해 생각할 때 슬럼프가 오는 것 같아요. 슬럼프가 저를 한번 갉아먹기 시작하면 끝까지 갉아먹거든요. 그때는 거울 보기가 싫더라고요. 춤추는 것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마음에 안 들고.
그래도 스스로 자랑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뭔가요? 좀 더 채우고 싶은 부분은요? 저보다 더 오래 연습하고 분명히 재능이 더 많은 사람이 있을 텐데 근성 하나로 버텨냈다는 게 자랑스럽긴 해요. 제가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건 아니고요. 요즘 행복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내 행복의 기준은 무엇인가?’에 관한 생각을 지난해에 계속했어요. 다른 사람의 행복의 기준도 궁금해서 친구들에게도 묻고 그랬죠.
행복의 기준을 찾았나요? 자유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틀이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살아온 듯해요. 부모님께서 제가 뭘 하든 다 하게 놔두셨어요. 피아노 배우고 싶으면 배웠고 기타 치고 싶으면 기타를 쳤어요. 강요는 한 번도 없었어요.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어릴 때 기타가 너무 치고 싶어서 학원 한번 가지 않고 독학해서 밴드부에 들어갔고, 그렇게 공연 다니다가 캐스팅돼서 여기까지 왔거든요. 저는 누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싫어해요.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둬야 잘 굴러가는 스타일이에요.
추구하고 싶은 자유와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죠? 더 큰 행복을 위해 잠시 감수한다고 여겨요. 무대에 서거나 팬들과 만날 때는 행복하다는 감정만 있거든요. 그것만 생각해요. ‘일단 지금에 집중하자’예요. 더 단단해지는 게 올해 목표거든요
3월 4일이면 데뷔 2주년이에요. 팬들과 만나는 게 엄청 기대돼요. 최근에 그 순간이 그립더라고요. 저희가 무대에 등장하기 전, 노래가 잠깐 꺼지고 암전이 되면 팬들이 함성을 지르는데, 그때 굉장히 행복하면서도 마음가짐이 확 달라지거든요.
직접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프로듀싱한다면, 어떤 서사를 기획해보고 싶나요? 지금까지의 스토리가 너무 복잡해 회사에 맡기겠습니다(웃음). 친구들의 여정은 이미 회사가 짜놓았을 거예요.
팀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아직 찾고 있어요. 예전에는 저에게 ‘분위기 메이커’라는 수식이 있었는데 최근 그 수식어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제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다시 찾아야 해요.
특별히 좋아하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무대나 곡이 있나요? ‘날씨를 잃어버렸어’. 그 노래에 제가 잘 어울리거든요(웃음).
영화나 게임 속에서 한 달을 살아야 한다면, 어떤 이야기 속에서 살아보고 싶나요? <해리 포터>요. 마법 빗자루 한번 타봐야죠. 어떤 팀에 들어갈지, 어떤 기숙사에 갈지 고민도 해보고 싶어요.
휴닝카이 그룹명의 의미가 ‘서로 다른 너와 내가 하나의 꿈으로 모여 함께 내일을 만들어간다’예요. 여기서 그 꿈은 뭘까요? 사람들 기억에 영원히 남는 아티스트가 되는 거죠. 음악을 통해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고 싶어요.
지금껏 어떤 음악을 듣고 마음이 움직였나요? 어릴 때 들은 디즈니 영화 속 음악이에요. 특히 <캠프 락>이라는 뮤지컬 영화를 인상 깊게 봤어요. 소녀가 뮤직 캠프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성장하는 이야기죠. 마지막에 그 소녀가 용기를 얻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무대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고 다짐했어요. 그 후에 경연 대회에 나가 기타 치며 노래했는데 관객들 반응이 좋아 이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웃음). 환호를 들으니 가슴이 떨리고 벅차오르더라고요.
자신의 재능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건가요? 네, 어느 정도는요.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게 체질에 맞다고 느꼈어요. 결국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고 느껴요.
노래 제목과 가사, 세계관이 독특해요. 이해하는 데 가장 시간이 걸렸던 곡이 있나요? 이해하기 어려웠던 곡은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린… (Can’t You See Me?)’였어요. 처음엔 분위기가 어둡고 칙칙해 ‘대체 무슨 곡이지?’ 싶었어요. 뮤직비디오 촬영 때 겨우 컨셉을 이해했어요.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CROWN)’,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Run Away)’,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린… (Can’t You See Me?)’가 다 연결되더라고요. 성장통을 겪고 행복한 시기를 거쳐 모험을 했는데 앞에 벽이 있다는 걸 느낀 거죠. 어른이라는 벽.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나아가기 힘들고 막막하다, 이 벽을 넘기 두렵다는 느낌으로 해석했어요.
‘20cm’라는 곡에 “떡볶이 멤버가 필요할 때”라는 가사가 있죠. 그럴 때 부를 만한 친구가 있나요? 원래 없었어요. 연습생 되면서 친구들과 연락도 못하고, 학교도 다른 곳으로 다녔거든요. 그러던 중 얼마 전 중학교 친구에게 연락해봤어요. 4년 만에요. 이제는 올 친구들이 있을 것 같아요.
싱어송라이터를 꿈꿨을 듯한데 아이돌이 되길 원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맞아요, 싱어송라이터를 꿈꾸긴 했어요. 아이돌에게는 아무래도 정해진 규칙이나 틀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혼자도 좋지만 팀 활동을 해보고 싶기도 했어요. 아이돌의 경우 더 다양한 방식으로 돋보이거나 팬들과 소통이 더 잘될 수 있을 것 같았죠.
팀이라 특히 더 좋은 건 뭔가요? 고민 있을 때 같이 얘기하고 서로 의지할 수 있다는 거죠. 기자회견 때 만약 머리가 새하얘졌다고 해도 곁에서 서로 도와줄 수 있거든요.
본인이 팬이라면 어떤 부분에서 멤버들에게 ‘입덕’할 것 같나요? 범규 형은 만찢남 같은 얼굴이지만 반전 매력이 있어요. 차분할 때는 차분하고 시끄러울 때는 시끄러워요. 그게 입덕 포인트고, 수빈이 형은 잘 속아요. 순진하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는 점이 포인트죠. 다리를 다친 척 연기했는데 속아 넘어가더라고요(웃음). 태현이는 고지식한 면도 있지만 감성적일 때가 있어요. 그럴 때 귀여워요. 가끔 소심하게 구는 모습이 포인트예요. 연준이 형은 칭찬에 약해요. 계속 놀리다가 칭찬하면 쑥스러워하면서 무너지더라고요.
본인에게도 의외의 모습이 있겠죠? 생각보다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
영화나 게임 속에서 한 달을 살아야 한다면, 어떤 이야기에서 살고 싶나요? 좀비 영화는 너무 무서울까요? 스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아, <매트릭스>에 살아보고 싶어요. 가상 세계를 체험하고 싶거든요. 물론 그 세계도 만만치 않겠지만 좀비 영화보다는 낫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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