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들은 ‘디 페차’ 드레스를 입는다
그리스 패션 디자이너 디미트라 페차(Dimitra Petsa)는 여자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길 바랍니다. “우리 내면에는 모든 형태의 사랑이 존재합니다. 정신적인 사랑, 육체적인 사랑, 모성애, 우정, 모든 종류요.” 그녀는 그리스 아테네 해변가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화상 통화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타인에게 줄 수 있는 형태의 사랑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 사랑도 있죠.”
26세의 디자이너는 FKA 트위그스,
지지 하디드,
카일리 제너,
미국 <보그> 커버 스타 팔로마 엘세서를 위해
옷을 제작했으며, 2020년 3월부터 자신을 돌보기 위한 셀프케어 온라인 워크숍을 매달 진행하고 있습니다(물론 최근 공개된 ‘나는 나 자신의 어머니’라는 제목의 컬렉션도 꾸준히 준비했습니다).
페차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퍼포먼스와 패션을 전공했는데요. 그녀가 진행하는 온라인 워크숍의 목적은 여성의 신체와 생리적 변화에 대한 담화를 일반화하는 것입니다. “만약 공공장소에서 울음이 터지면, 어딘가로 숨어야 합니다. 수유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어딘가에 숨어서 하죠.” 페차는 말을 이었습니다. “이번 컬렉션에 수유용 톱을 비롯해 여러 가지 임산복이 포함돼 있어요.” 페차는 2021 F/W 컬렉션과 패션 필름에서 바닥에 끌리는 ‘웨트 룩(Wet Look)’을 선보였습니다. 옷자락이 마치 물에 젖은 것처럼 표현되는 정교한 드레이핑 기술로 완성했죠. 페차가 이 기술을 배우는 데 거의 6개월이 걸렸습니다.
지난 3월 3일 파리 패션 위크에서 페차의 레이블인 ‘디 페차’ 컬렉션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그녀에게 자신의 새 컬렉션과 자아 성장을 위한 노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디 페차의 2021 F/W 컬렉션 영상은 프랑스 철학에서 영감을 얻었다.
영상은 숲처럼 보이는 배경의 스튜디오에서 촬영했습니다. 샘을 배경으로 서 있는 모델은 혼자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죠.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의 에세이 <물과 꿈>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수유용 포켓이 달린 재활용 코튼 소재의 프린트 레인코트, 전 시안 프린트 니트웨어, 완성하는 데 2주가 걸린 금실 자수 장식의 실크 스펀 드레스를 눈여겨보세요.
전부 여자로 구성된 110년 된 그리스 크루와 협업했다.
“1911년에 만들어진 지역 여성 모임 ‘그리스 여성 라이시엄 클럽(Lyceum Club of Greek Women)’과 협업했습니다. 전통 그리스 기술과 장인 정신을 보존하고 있죠. 팬데믹 때문에 작업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했어요. 기존에는 데드 스톡 원단을 꽤 많이 사용했지만, 코로나로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면서 데드 스톡도 줄어들었으니까요. 작업하는 동안 비잔틴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염색 원단과 자수 기법에 흠뻑 빠졌습니다. 목표는 아주 오래된 장인 기술을 어떻게 최신 제품에 적용하는지 실험하는 거였죠. 역사가 담긴 옷을 만든다는 건 매력적인 일입니다. 고르고나 골드 자수 장식 드레스에 1960년대 생사(Raw Silk)를 사용했는데, 라이시엄 클럽의 멤버가 어느 항해사에게 물려받은 것입니다. 그 드레스를 만든 여인에게 드레스 앞면에 그 실로 본인의 이름을 새겨달라고 부탁했답니다.”
디 페차의 2021 F/W 컬렉션은 셀프케어 워크숍의 치유 효과로 완성했다.
“이번 컬렉션은 매달 진행하는 만월(Full Moon) 워크숍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1년 전, 봉쇄령 초기에 우리 팀과 함께 시작한 워크숍이죠. 기존 퍼포먼스 아트를 더 이상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동료 예술가들과의 연대감을 유지하고 싶었거든요. 프로젝트는 나뿐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강력한 자기 치유 효과를 보였습니다. 워크숍이 열리는 내내 자기 자신을 사랑하도록 격려했거든요. 자기 자신에게 기댈 수 있다고 느끼는 게 중요하니까요. 당신의 신체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보호합니다. 워크숍에서 우리는 ‘웨트니스 퍼포먼스(Wetness Performance)’, 우리의 몸과 물과의 관계, 자기애와 자기 돌봄 등 여러 주제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2021 F/W 컬렉션의 제목인 ‘나는 나 자신의 어머니’는 타인에게 사랑을 주는 방식과 자신에게 사랑을 주는 방식에 대한 것입니다.”
2021 F/W 컬렉션에는 마음을 달래는 액세서리가 있다.
“지난 컬렉션부터 손으로 조각한 주얼리를 추가했습니다.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보호 효과가 있는 재료를 사용했죠. 이번 컬렉션을 위해 고대 그리스 의식에 쓰인 힐링 스톤과 준보석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짧은 기도문이 새겨진 반지, 연수정과 애미시스트 목걸이 등은 접지(Grounding), 자정(Self-cleaning) 작용과 연관이 있습니다. 저도 종종 마음이 어지러울 때 힐링 스톤으로 고요함을 찾곤 한답니다.”
디미트라 페차는 자신의 몸에 대해 긍정적이다.
“자라면서 자아상에 대한 이슈를 경험했어요. 그래서 어떤 체형도 아름답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내가 디자인한 옷은 자기애와 발현, 지향성을 대변합니다. 워크숍에 참여하거나 내 옷을 입은 사람들로부터 받은 긍정적인 메시지는 나 자신을 겸손하게 만들었죠.”
디자이너는 2021 F/W 컬렉션 영상을 혼자서 감독했다.
“스튜디오에서 내가 직접 감독하고 촬영했습니다. 숲처럼 보이도록 세트를 꾸며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죠. 열흘 만에 완성했습니다. 촬영 중간에 일어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모델들이 은색 자수 드레스를 입은 임산부 모델에게 다가가서 아름답다고 칭찬하자 배 속의 아기가 태동을 시작한 거죠. 나는 퍼포먼스를 할 때 생기는 그런 친밀함과 뜻밖의 상황을 좋아합니다.”
- 에디터
- 송보라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Di Petsa, Instagram
- 글
- Eni Sub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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