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아일리시가 코르셋을 입은 이유
가르마를 뒤덮은 슬라임 그린, 오버사이즈 패션, 상대의 진심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동자. 경계를 허문 뮤지션이자 Z세대의 대표 주자. 그동안 없었던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그녀를 우리는 빌리 아일리시라 부릅니다.
‘룰 브레이커’라고 불리는 소녀는 안티 팝, 안티 패션을 외치며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었습니다. ‘빌리 아일리시’라는 하나의 스타일을 구축한 셈. 아일리시는 편견이 없죠. 그녀는 억지로 ‘안티’만 외치는 건 아닙니다. 과거 인터뷰에서 아일리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뭐 어디에서 룰을 부쉈는데? 팝 음악을 만드는 정석이나 소녀답게 옷 입는 법 같은 건가? 제가 그런 거 안 하겠다고 한 적 없어요. 그냥 지금 안 하는 거지.”
지난 2월 아일리시가 인스타그램에 금발로 헤어스타일을 바꾼 사진을 올렸을 때,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가발이든, 진짜 헤어스타일이 바뀐 것이든 팬들에게는 아무 상관 없었죠. 아일리시가 변화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으니까요.
열아홉 살이 된 빌리 아일리시는 버킷 햇과 오버사이즈 옷을 벗어 던졌습니다. 슬라임 그린과 블랙으로 그러데이션한 머리는 금발이 되었고요. 가슴은 풍만하게, 허리는 가늘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코르셋이 티셔츠를 대신했죠. 지난 2일 영국 <보그>는 아일리시의 달라진 모습이 담긴 화보를 공개했습니다. 전에 없던 아일리시의 변신은 쾌감을 선사했습니다.
“난 내가 원하는 것이면 뭐든 할 수 있어요. 성형수술을 하고 싶으면 하고, 남들이 옷이 너무 작아 보인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신경 쓰여요? 그러라고 해요. 당신 생각에 잘 어울린다면, 그건 그냥 잘 어울리는 거예요. 아무도 날 소유하게 놔두지 말아요.”
이번 화보의 컨셉은 아일리시가 1950년대 핀업 걸인 베티 브로스머에게 영감을 받아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일리시는 컨셉에 맞춰 구찌의 맞춤 코르셋과 치마, 장갑을 착용했죠.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그녀는 여성성 측면에서 자신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해석을 가지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예술가”라고 표현했습니다.
아일리시는 영국 <보그> 6월호와 인터뷰에서 “내가 돌연 피부를 보여주고 싶다고 하면, 난 위선자에 매춘부가 되겠죠.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힘을 얻을 수 있어요. 몸을 드러내는지 아닌지가 당신의 존엄성을 앗아갈 수는 없으니까”라고 말했습니다. 그녀가 코르셋을 착용한 것도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한 것. 역사상 가장 논란이 많은 옷 중 하나인 코르셋을 탐구하고 싶었다는 겁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전 제 배가 싫어요. 그래서 코르셋을 입었어요.”
그녀는 오는 7월 말 새 앨범 <Happier Than Ever>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내가 만든 것 중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 될 거예요. 정말 신나고 긴장되고 여러분이 빨리 듣길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라고 털어놨습니다. 어떤 옷을 입었든, 어떤 헤어스타일을 했든 빌리는 빌리입니다. 그녀가 앞으로 들려줄 새로운 음악, 그녀의 또 다른 세상을 기대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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