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진 눈꺼풀을 끌어 올리는 눈매 교정술 ‘업니크’
칼을 대거나 주사 없이 중력을 이기는 마법. 처진 눈꺼풀을 끌어 올리는 이색 눈매 교정술 ‘업니크’의 모든 것.
나는 외모에 큰 불만이 없다. 오죽하면 집에 체중계도 없고 민낯으로 나갈 때도 많을 정도다. 심지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이 정도면 꽤 괜찮다고 중얼거릴 때도 있다. 딱 하나 거슬리는 게 있다면 바로 눈꺼풀. 요즘 무의식중에 불편함이 느껴질 만큼 위 눈꺼풀이 아래 눈꺼풀 쪽으로 내려가 있다. 눈꺼풀이 천천히, 꾸준하게 처지고 있는데, 다른 말로 하면 성인 약 11.5%가 겪는 안검하수 증상이다. 장기간 콘택트렌즈 사용이 원인이 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노화로 인해 발생한다. 심해지면 시야를 가릴 수 있어 눈꺼풀 리프팅 수술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상황이다.
아직 애트나(Aetna, 미국의 의료보험 회사)에 증상을 알릴 준비는 되지 않았지만 요즘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 보니 ‘안검하수’ 증상이 더 눈에 띄는 건 사실이다. 줌으로 화상 미팅을 할 때마다 졸려 보이는 눈이 한층 두드러진다(이러한 ‘줌 효과’로 안면거상술을 받는 사람이 늘었으며 안검성형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미국성형외과학회(American Society of Plastic Surgeons, ASPS)에 따르면 안검성형술은 2019년 기준 미국에서 세 번째로 가장 많이 이뤄진 수술이다. 물론 수술용 매스를 눈에 갖다 댄다는 건 전혀 유쾌하지 않은 일이지만 결국 처진 눈꺼풀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그러던 중 모르는 시술이라곤 없는 한 친구가 이 중력과의 싸움에 필요한 새로운 치료법을 알려주었다. 이름하여 ‘업니크 (Upneeq)’. 특이한 이름이지만 꽤 흥미로운 접근법이다.
지난여름 FDA 승인을 받은 업니크는 1일 1회 투여하는 ‘안검하수증 치료 안약’으로 의사 처방으로만 구매 가능하다. 속눈썹 증모제 ‘라티쎄(Latisse)’가 속눈썹에 미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눈꺼풀에 준다.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근육인 뮬러근(Müller’s Muscle)이 수축되는 염산옥시메타졸린을 함유하고 있으며 효과 지속 시간은 약 6시간. 절개할 필요도 없고 몇 분 만에 효과를 볼 수 있다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조건이다. 의심스러운 마음에 알아봤더니 역시나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다. 염산옥시메타졸린은 일반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비염 스프레이의 활성 성분이기도 했다. 윽!
“눈에 넣을 거라면 우선 어떤 약물인지 걱정하고 의문을 던지는 게 현명하죠.” 하버드대 제휴 매사추세츠 안이과 병원(Massachusetts Eye and Ear)의 저명한 눈 성형의 수잔 프라이탁(Suzanne Freitag)과 줌으로 나눈 대화는 내가 걱정하는 게 당연하다는 걸 확인시켜주었다. 화면 속 얼굴을 유심히 보던 그녀는 안검하수 증상이 맞지만 가벼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눈꺼풀이 처지긴 했어요. 하지만 눈두덩 살 때문은 아니에요.” 그녀의 말은 곧 내가 업니크를 시도하기에 적임자란 걸 뜻하기도 했다. 업니크에 대한 초기 연구 결과를 조사하던 그녀는 임상 시험에 참가한 환자의 84%가 최소 2 시간 만에 유의미한 증상 개선을 보였으며, 1~5%의 환자만 충혈, 눈 자극 등의 부작용을 보였다고 했다. 수잔은 업니크를 보톡스 시술을 받은 환자라면 두려워할 ‘눈꺼풀 처짐’ 증상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었다. 보톡스 독성 성분이 표류하거나 잘못 주입되면 보톡스가 체내에서 빠져나갈 때까지 눈꺼풀이나 눈썹이 처질 수 있는데, 이 증상이 사라지는 데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2016년 <피부미용학회지(Journal of Clinical and Aesthetic Dermatology)>에 인용된 연구에 따르면 이런 증상은 보톡스 시술 환자의 약 5%에 나타난다).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은 채 맨해튼의 미용성형 전문의 브랫 코틀러스(Brett Kotlus)를 찾았다. 순간 약간의 공포가 온몸을 감쌌다. ‘왜 자진해서 비염 약을 눈에 넣고 있는 거지?’ 의자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땐 이미 코틀러스가 눈으로 안약을 조심스럽게 떨어뜨린 후였다. 그는 콘택트렌즈를 끼는 사람은 반드시 렌즈를 빼고 안약을 투여해야 하고 투약 후엔 15분 정도 기다린 다음 렌즈를 껴야 한다고 설명했다.
5분이 흐른 뒤 거울을 주며 그가 말했다. “눈꺼풀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보시겠어요?” 1mm 정도 올라간 눈꺼풀을 유심히 쳐다보며 기분 좋게 답했다. “정말 올라갔네요!” 그는 수술하면 5~6mm 정도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알려줬다. 이 신묘한 안약은 졸음 방지 스프레이와 비슷한 효과를 줬다. “더 또렷한 인상을 줄 수 있죠. 하지만 뭔가 따로 했다는 걸 남들이 알아차릴 정도는 아니죠.” 코틀러스가 말했다. 그날 내 얼굴은 하루 종일 더 밝고 생기 있어 보였다. 또렷해 보이면서도 눈에 생긴 변화가 과하지 않았다. 눈썰미 좋은 절친이라면 바로 알아차리겠지 만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고 넘어갈 만큼 미묘하면서도 분명한 변화였다. 뭔가 달라진 게 없느냐는 질문에 남편은 패닉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새로 산 셔츠야?”
그 후로 난 일주일간 아침마다 안약을 넣었지만 그렇다 할 부작용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론 매일 넣기보단 사용 빈도를 조절해서 쓸 것 같다. 한 달에 105달러, 1년이면 1,200달러에 육박하는 가격 때문이다. 수잔도 영구적인 수술이 대략 5,000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쌓여갈 약값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콜 아이 연구소(Cleveland Clinic Cole Eye Institute)의 안과 및 눈 성형 전문의 줄리안 페리는 안약을 과용하면 반동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안약을 너무 자주 투여하면 비염 스프레이 과용 시 알레르기나 감기 증상이 나타나는 것처럼 오히려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고 한다. “비강 조직에 반동 효과가 나타나 코가 더 막힐 수도 있죠.” 줄리안은 현재 업니크 연구에서 반동 효과가 나타난 적은 없지만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요즘은 재택근무 중 중요한 화상 미팅이 있거나 드물게 외출할 때만 안약을 넣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서도 안약을 사용할 수 있길, 기대로 부푼 마음과 크게 뜬 눈으로 세상을 마주할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 뷰티 에디터
- 이주현
- 패션 에디터
- Nicola Knels
- 포토그래퍼
- Julia Noni
- 글
- Jancee Dunn
- 모델
- Akon Changkou
- 헤어
- Pawel Solis
- 메이크업
- Siddhartha Sim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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