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코리아 25주년을 위한 스페셜 프로젝트
당대 슈퍼모델 리앤 반 롬페이, 최소라, 모나 투가드 그리고 사진가로서 니콜라 제스키에르! 세계 최정예 패션 멤버들이 보그 코리아 25주년을 기념한다.
When NICOLAS GHESQUIÈRE Met the Whimsical World of PIERO FORNASETTI
니콜라 제스키에르(Nicolas Ghesquière)는 그의 2021 F/W 루이 비통 컬렉션에서 “다음을 기대하는 희망과 기쁨을 전하길” 희망했다. 패션쇼가 열린 장소인 루브르의 미켈란젤로 갤러리에 방문해 황홀하도록 멋진 그리스, 에트루리아, 로마의 조각상을 마주쳤을 때 그는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그 공간에서 니콜라는 비교도 대체도 불가능한 이탈리아 출신의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 피에로 포르나세티(Piero Fornasetti)의 작품을 떠올린다. 제스키에르는 그 순간을 돌이키며 이렇게 말했다. “충격적이었어요. 포르나세티의 독보적 미학 세계가 저의 2021 F/W 컬렉션과, 컬렉션이 개최될 장소를 비주얼적으로, 또 주제로 이어주는 가교였던 거죠.”
가구와 자기 디자인으로 유명한 피에로 포르나세티는 1947년 전후 이탈리아의 떠오르는 패션 신에 대한 기사를 통해 <보그>에 데뷔했다. ‘이탈리아의 가장 아름다운 프린트를 디자인한 밀라노 출신 아티스트’로 핸드 페인팅 작업을 하는 그는 스트링 디테일의 비치 쇼츠와 함께 소개되었다. 그런 뒤 포르나세티는 마리아 칼라스의 무대용 드레스를 제작하는 것으로 명성이 드높았던 비키(Biki)와 협업했다. 협업 작품은 헤드스카프로 스텐실과 핸드 페인팅을 섞은 혁신적 프린팅 방식으로 제작됐다. 작업의 많은 부분을 포르나세티의 아내 줄리아(Giulia)가 담당했는데, 이것이 위대한 디자이너 지오 폰티(Gio Ponti)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시 포르나세티의 아들 바르나바(Barnaba)에 따르면, 산업디자인에서 폭발적 대량생산이 시작되고 있었지만 폰티는 포르나세티의 장인식 접근법에 반했고, 이 두 사람은 곧장 아무나 그들이 제작했음을 쉽게 눈치챌 정도로 아이코닉한 서랍장, 책상, 파티션과 같은 가구를 함께 만들기 시작했다.
피에로 포르나세티의 가족은 그가 회계사가 되길 바랐으나, 넘치는 창의력은 결국 그를 브레라 아카데미로 이끌었다. 학교생활에 환멸을 느낀 그는 학교를 떠나 첸니노 첸니니가 14세기에 저술한 회화에 대한 논문을 보며 독학했다. 그의 작품은 고대 예술품을 혁신으로 포용한 데다 직접 수집한 과거의 시각 참고 자료(현재 밀라노에 제본된 서적 형태로 보존되어 있다)를 함께 활용한 결과물이다. <보그>에서는 포르나세티가 제작한 미드 센추리풍의 최신 필수 아이템, 이를테면 이탈리아 신문지로 프린트한 식기와 식탁보, 고대 류트가 그려져 있고 파티션으로 사용되는 스타일리시한 대리석 조각 같은 작품을 꾸준히 소개해왔다. “저는 1940년 피에로 포르나세티의 미학과, 누구든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그만의 독특한 드로잉, 테마 및 모티브를 오랫동안 숭배해왔습니다”라고 폰티와 포르나세티의 협업 작품에 특히 끌린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말했다.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인 1980년대에 포르나세티의 재발견이 이뤄졌다. 런던에서 테마 앤 베리에이션(Themes & Variations)이라는 갤러리를 운영하는 이탈리아 출신의 릴리안 포셋(Liliane Fawcett, 떠오르는 가구 디자이너 톰 딕슨(Tom Dixon)과 앙드레 뒤브뢰이(André Dubreuil)의 작품을 가장 먼저 소개했다)이, 70대 아티스트에게 도자기 접시 시리즈를 디자인해볼 것을 제안한 것이다. 그리고 벨 에포크 시대의 디바 리나 카발리에리(Lina Cavalieri)의 얼굴이 음각으로 표현된 300종이 넘는 이 접시는 1980년대 홈패션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되었다. 포르나세티는 이런 말을 남겼다. “작품만 훌륭하다면 백만 번을 제작해도 가치를 잃지 않는다.”
1980~1990년대에 패션쇼 참석과 촬영을 위해 밀라노를 찾았던 나는 언제나 브레라 거리를 통해 알라딘의 동굴 같은 포르나세티의 상점을 방문하곤 했다. 그곳에서 현재 소장 중인 접시, 북엔드, 특별한 날에 입는 팔라디안 스타일 프린트가 들어간 실크 조끼(도자기 단추에는 각각 다른 다섯 가지 그리스 고전 양식의 기둥 장식이 새겨져 있다)를 구했다. 또 산호 형태의 다리가 달리고 중국풍의 금빛 풍경화가 그려진 접이식 쟁반을 구매하거나 또 다른 날에는 고전적인 남녀의 옆모습을 프린트한 라운드 사이드 테이블을 힘겹게 갖고 나오기도 했다. 나의 부주의로 1950년대 오리지널 샘플 제품을 팔아버렸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적도 있다. 이런 물건은 비행기 짐칸 선반에 올리기에는 너무 커서 내 무릎에 거꾸로 올린 채 집에 함께 도착했고, 지금까지 아끼며 사용하고 있다.
2021 F/W 루이 비통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제스키에르와 그의 팀원들은 이러한 포르나세티의 아카이브를,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광범위하게 “고대 조각상, 카메오 보석 세공품, 건축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이미지를 탐색했다”. 지갑에서 가방에 이르는 패션 아이템을 두루 살펴본 결과, 코로나 시대로부터 되살아나는 패션의 즐거운 긍정주의를 반영한 것이다. “착시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각종 소재와 테크닉에 도전하기도 했고요.” 제스키에르가 말했다.
“색다른 해석이 좋았습니다.” 1988년 피에로 포르나세티 사망 이후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바르나바 포르나세티가 평했다. “과거의 유산을 혁신하고 재해석하는 것은 DJ들이 하는 일과 비슷하죠. 이미 존재하는 것을 이용해 리믹스하고 완전히 새로운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거죠.” 패션쇼에 대해선 또 이런 평을 덧붙였다. “아주, 굉장히 모던하고, 정말 미래적입니다.” (VK)
- 에디터
- 손은영
- 포토그래퍼
- Nicolas Ghesquière
- 스타일리스트
- Marie-Amélie Sauvé
- 모델
- 리앤 반 롬페이(Rianne Van Rompaey@Viva), 최소라(Sora Choi@Ford), 모나 투가드(Mona Tougaard@Next)
- 메이크업
- 한나 머레이(Hannah Murray@Art+Commerce)
- 헤어
- 더피(Duffy@Streeters)
- 네일
- 마리 로사(Marie Rosa)
- 세트 디자이너
- 소피어(Sophear@Art+Commerce)
- 캐스팅 디렉터
- 버트 마티로시안(Bert Martirosyan)
- 책임 프로듀서
- 박인영(Inyoung Park@Visual Park)
- 로컬 프로덕션
- 미카엘 라콤블레즈(Michael Lacomblez@Loui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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