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직관적으로 대표하는 브랜드 ‘아미리’
천사의 도시 LA의 영혼을 담은 패션 레이블이 있다면, 뉴욕과 유럽의 캐릭터와 분명 다를 것이다.
익명성을 내세운 스트리트 브랜드, 젊고 쿨한 디자이너를 빠르게 채가는 럭셔리 브랜드, 매번 협업으로 새로움을 채굴하는 기성 브랜드 사이에서 ‘아미리(Amiri)’처럼 특정 도시를 직관적으로 대표하는 브랜드의 존재는 반갑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마이크 아미리(Mike Amiri)는 자신의 성을 딴 브랜드 아미리를 2014년에 론칭했다. 하드록 뮤지션 액슬 로즈(Axl Rose)나 스티븐 타일러(Steven Tyler)를 위한 무대의상을 손수 만들며 패션계에 입문한 디자이너다. 데뷔 컬렉션 ‘디스트로이드 진’은 한국에서도 대인기였고 ‘아미리 바지’라는 뉴 럭셔리의 카테고리로 인정받았다. 저스틴 비버, 래퍼 오프셋, 팝 스모크 등이 입으며 ‘스웩’의 상징이 된 아미리 진은 100만원대가 넘는 가격에도 브랜드의 성장을 견인할 만큼 컬트적 인기다. 마이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남성복을 넘어 여성복, 액세서리와 슈즈까지 영토를 확장하며 비전을 성취하고 있다. 특히 2021 F/W 컬렉션은 그 모든 비전의 집합체다. 예술적 허브로 기능하는 다운타운 LA에 바치는 영상에서는 LA 거리를 배경으로 모델들이 끊임없이 걷고 또 걷는 장면이 나온다(카라 스트리커(Cara Stricker)가 감독한 패션 필름). 2021 F/W 패션 필름 공개 직후 <보그>가 이 남자와 대화를 나눴다.
오늘 <보그>와 LA 베벌리힐스 로데오 드라이브에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첫 플래그십 스토어인 만큼 각별했을 텐데,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뭔가?
로데오 드라이브에 있는 다른 럭셔리 브랜드 스토어처럼 보이지 않는 게 정말 중요했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따뜻하게 고객을 맞을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 스토어는 때로 차갑고 위화감을 주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좀 더 현대적 개념의 럭셔리 스토어를 원했다.
런웨이 쇼를 대체한 2021 F/W 영상이 인상 깊었다. 그룹 ‘The Roots’의 배경음악도 탁월했고.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다. 글로벌 오디언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주제는 LA 다운타운 역사와 문화에 바치는 나의 오마주다. 공장 지대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룬 LA의 아트, 패션 디스트릭트는 여전히 중요한 지역이다. 아미리의 첫 사무실도 이곳이었다. 영상에 담은 메시지는 ‘창의성의 여행(Journey of Creatives)’이다. 현재 LA 다운타운이 예술의 중심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요소인 협업, 자유, 혁신을 기념했다.
그렇다면 2021 F/W 컬렉션이 이전 작업과 다른 점은 뭔가?
이번 컬렉션은 ‘격식’과 ‘비격식’의 코드가 혼재돼 있다. 고급 소재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의 혼합, 스트리트와 전통적인 갤러리, 편안한 옷과 잘 차려입은 옷, LA를 거울처럼 대변하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당신에게 ‘뉴 럭셔리’란 어떠한 의미인가?
편안하고, 힘을 주지 않아도 우아하며, 동시에 자신만의 관점을 제시하는 것.
아미리는 늘 웨스트 코스트(West Coast) 문화를 뿌리로 한다. 문화라는 것은 때로 형태가 아닌 정신으로 표현된다.
웨스트 코스트 문화에서는 심미적인 스타일만큼 정신도 중요하다. 겸손한 세련미, 여기에 편안함을 더한 것이다.
아미리의 스키니 진은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그것과 잠시 안녕을 고하고 부츠 컷이라는 새로운 실루엣을 공개했다.
‘장난스러운 전복’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옷이다. 전통과 비격식 드레스 코드의 하이브리드를 원했다. 컬렉션에 등장한 데님은 유행을 타지 않는 소재로 훌륭한 아이템이다.
당신이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 젊은 디자이너를 지원하는 ‘아미리 프라이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와이/프로젝트의 글렌 마르탱, 스타일리스트 칼라 웰치, 패션 그룹 OTB 대표 렌초 로소 등 패널도 다채롭다. 기업이 아니라 개인이 진행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지난해 재능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은 일이 이번 프로젝트에 영감을 주었다. 내가 아미리라는 브랜드를 운영한 노하우로 그들을 지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협업하는 아티스트를 고르는 당신만의 기준이 있나.
늘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이뤄진다. 아미리라는 브랜드를 이해하면서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들 말이다. 진실하고 유머러스한 관점을 지닌 창의적인 인물에게 늘 매료된다.
브랜드 초기와 비교해 가장 많이 변한 부분은 뭔가.
세계적 명성이다. 신발과 액세서리로 확장한 것 역시 브랜드의 언어를 견고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에도 브랜드의 핵심은 변하지 않았다.
인생을 돌아볼 때, 기억에 남는 스승 그리고 교훈은 무엇인가.
훌륭한 교훈은 경험으로부터 비롯된다. 창작에 대한 끝없는 열망,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다. 성공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길을 보여주고, 실패는 절대 잊지 못할 교훈을 남긴다. 가장 중요한 건 지속적인 시도다.
뮤지션 10명을 골라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면?
10명을 고르는 건 불가능하다! 내 취향은 너무 광범위해서 아마 1,000명은 골라야 할 거다.
올해 역시 팬데믹으로 패션계에는 쉽지 않은 시기였다. 그럼에도 2021년에 이루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소규모지만 개성 있는 브랜드와 계속 협업하는 일이다. 그리고 라스베이거스와 뉴욕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 얼마 전에는 아미리 프라이즈 수상자를 발표했다. 필라델피아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파울로 레딤(Paulo Redeem)’이다. 이를 계기로 패션계의 인재들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
친환경, 보디 포지티브, 연령 등 동시대 브랜드가 신경 써야 할 이슈가 많다. 아미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궁금하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제품 자체만큼 브랜드 가치가 중요하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창의성과 표현에만 치중하는 게 아니라 추구하는 가치를 사람들과 나눠야 한다. 예를 들어, 아미리 프라이즈는 전통적 방법이 아닌 새로운 플랫폼에서 재능 넘치는 디자이너들을 보여주고 싶은 의도에서 시작했다. 어느 정도 성공하고 난 후에는 책임감이 따른다. 그리고 거기까지 오른 것 자체가 혼자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아미리 프라이즈가 다음 세대를 위해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최근 당신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다음 세대의 재능 있는 인물들이다. 요즘은 정보의 접근성이 뛰어나기에 금세 새로운 것이 생기고 거기서 영감도 많이 얻는다. 그리고 요즘 패션 팬들은 그들이 구입하는 물건과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들이 구매하는 브랜드의 여정과 성장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 말이다. 제품 이면에 담긴 메시지를 읽으려고 노력하는 듯 보인다.
당신의 아미리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진정성 있는(Authentic)’. (VK)
- 패션 에디터
- 남현지
- 포토그래퍼
- 곽기곤
- 모델
- 에나 첸(Ena Chen@New York Models), 스카일러 캐론(Skyler Caron@LA Models)
- 헤어
- 달린 제임스(Dallin James@The Wall Group)
- 메이크업
- 히나코 무라시게(Hinako Murashige@The Wall Group)
- 프로덕션
- 우주연(Juyeon Woo)
- 스타일링 어시스턴트
- 사브리나 이토니(Sabrina It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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