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이후, 태연과 함께한 주말
태연이 <보그>의 방으로 들어왔다. 태연이 앉고, 태연이 누운 방.
‘Weekend’ 활동이 얼마 전에 끝났어요. 어떻게 지내나요? 광고 촬영을 많이 했어요. <놀라운 토요일> 출연은 변함이 없고요. 앨범 활동이 끝나면 벌써부터 다음 앨범을 걱정해요. 그래서 어떤 앨범을 어떻게 할지 구상하고 회의도 하며 보내고 있어요. 아무래도 ‘Weekend’가 싱글이라 급하게 마무리된 감이 있어서 아쉽죠.
음반 활동을 딱 일주일만 하는 건 너무 짧지 않나요? 일주일 내내 음악 방송이 있으니 횟수로 따지면 한 주에 네 번 다른 무대에 오르는 거예요. 그렇게 따지면 꽤 많죠.
태연 하면 연예계 대표 ‘집순이’로 유명해요. 이번에도 여전히 집에서 쉬었나요? 이제는 주변에서도 “좀 나와!”라고 얘기해요. 덕분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주 외출했어요. 얼마 전에 제 이름으로 사원증도 나왔어요. 그러다 보니 회사에 한 번씩 더 가게 되고(웃음). 괜히 소속감이 생기더라고요.
일기를 주기적으로 파쇄하죠? 며칠 전에는 아이패드로 바꿨어요. 요즘도 일기를 쓰나요? 매일 써요. 어제도 썼고 오늘 낮에도 썼어요.
밤에 쓰진 않나 봐요. 저는 일기를 하루의 마무리로 쓰지 않아요. 순간순간 느낀 감정을 적어요. 하루 세 번도 써요. 어제도 세 번 썼어요(웃음). 적게는 네 줄, 길게는 열 줄 정도. 그런 때가 있잖아요.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 일이나 인간관계 등을 한 번씩 정리하며 제 감정을 알고 상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혹시 암호가 걸려 있어요? 아이패드라서 지문으로 열 수 있어요. 일기는 제 검지로만 볼 수 있습니다(웃음). 내용은 별거 없어요. 늦게 일어난 날은 “희한하게 늦게 눈이 떠졌다” 이렇게 시작해요.
희한하게 늦게 일어나는 시간이라면 몇 시쯤인가요? 10시, 11시? 제가 아침잠이 없어요. 평소에는 6시쯤 일어나요. 새벽 1시쯤 자고.
6시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일상생활을 시작하는 건 너무 비인간적일 것 같아요. 아침에 침대에서 뒹구는 맛이 있잖아요. 1시간은 뒹굴어야죠. 침대에서 뒹굴면서 몸을 푼 뒤, 일어나자마자 충전된 기계를 하나둘씩 뽑아요. 그걸 들고 옷을 갈아입어요. 그런 뒤 바로 홈 트레이닝을 해요. 노잼이죠?(웃음)
아니요. ‘그러니까 태연이구나’ 싶어요. 일주일에 한 번 운동하기도 어렵거든요. 하하. 강박처럼 매일매일 운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루 거르면 양심에 찔려요. 매일 운동할 순 없지만 주 5회 이상은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운동할 때는 뭘 보나요? 유튜브? 먹방을 자주 봐요. ‘입짧은햇님’ 팬이거든요. 먹는 걸 보기보다는 그분의 수다를 좋아해요. 대화하듯 틀어놓는 거죠. 아니면 웃긴 것도 좋아하고. 요즘은 ‘터퀴즈 온 더 블럭’에 빠졌어요.
집순이 만렙으로서 집순이를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누면 어때요? 초반에는 사람들을 초대하죠. 그리고 물건을 집으로 들여요. 집에 뭔가가 조금씩 차기 시작해요.
집 꾸미기도 그 단계인가요? 그건 중급이에요(웃음). 이제 물건을 들였으니 인테리어를 보며 배치해나가는 거죠. 마지막 단계는 미니멀리즘이죠. 집을 정리하는 단계. ‘미니멀리스트가 될 거야!’ 그때부터는 대청소가 잦아져요.
그럼 태연은 지금 어느 단계죠? ‘미니멀리스트가 될 거야!’ 단계.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볼펜, 노트, 포스트잇, 스티커 등이 테이블에 잔뜩 쌓여 있어요. 그것만 치워도 깔끔해질 텐데. 전자 기기 충전기 선, 멀티탭, 쿠션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문구용품을 왜 그렇게 많이 샀어요? 일기도 쓰고, 한창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 빠졌거든요. 스티커는 한 장 사면 안 돼요. 두 장은 사야죠. 하나를 붙이고 나중에 다시 쓰려면 없으니까요. 펜도 다 굵기가 다르니 종류별로 사야 하고. 문구점에서 영수증이 제 키만큼 나왔다니까요! 인증 샷도 있어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웃음).
주말에는 좀 쉬나요? ‘Weekend’ 앨범은 반복된 일상을 벗어나 쉰다는 의미를 담았는데, 태연에게 쉼은 어떤 의미예요? 예전에는 쉬는 게 괴로웠어요. 쉬어본 적이 없어서 방법을 몰랐거든요. 불과 5년 전, 소녀시대와 솔로 활동을 맹렬하게 할 때였어요.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공허하고 헛헛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지금은 조금 여유가 생겼어요.
집에서 쉴 때 좋아하는 분위기가 따로 있나요? 가사 없는 재즈 음악을 틀어요. 큰 조명은 다 끄고 작은 등을 켜두죠. 밤에는 커튼을 활짝 걷어 야경이 보이게 하고. 그런뒤 폼롤러나 마사지볼로 셀프 마사지를 해요. 아로마 오일 향을 맡고 호흡하고. 저 이렇게 살아요.
일주일 중에 가장 좋아하는 요일은 언제예요? 주말이 따로 없어요. 그래도 기분상 금요일 해 질 무렵을 좋아해요. 금요일 저녁, 음악에 조명을 켜고 마사지하면… 조금 외롭겠지만 몸은 편하겠죠(웃음).
혼자 있으면 외로운 감정은 어쩔 수 없는 듯해요. 다양한 감정이 들어요.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 있고 싶지 않고. 저는 외로움을 지닌 채 태어난 사람인가 봐요. 이제 즐기는 법을 찾아야죠.
‘Weekend’는 특별히 고음이나 애드리브 구간이 없어요. 전체적으로 흐름이 자연스럽죠. 기존 곡과 다르게 접근한 이유가 있나요? 그동안 보여드린 모습과 다르길 원했나 봐요. 태연 하면 고음, 가창력을 떠올리잖아요. 지금 제 바이브는 그게 아니었어요. 어떻게 사람이 늘 온 에너지를 다 쏟고 살아요. ‘애드리브? 굳이 필요 없어. 이 흐름이 좋아. 이 흐름에 맡길래.’ 그래서 물 흐르듯 흘러가는 ‘Weekend’에 끌렸어요.
지난 8월 5일이 소녀시대 데뷔 14주년이었어요. 해마다 8월이면 잔치 분위기였는데 아쉬웠죠. 이번에는 시국에 맞게 ‘생얼’에 잠옷, 머리까지 질끈 묶고 줌으로 만났어요. 그런 모습으로 서로 축하하고 수다 떠는 것도 의미 있더라고요.
소녀시대 14년을 돌이켜보면 어때요? ‘그걸 어떻게 했을까’ 한 것도 많고 간 곳도 많고 남겨놓은 것도 많아요. 그래서 앞으로 짊어져야 할 것도 많고요.
리더로서 책임이 크죠? 엄청나죠. 지금은 솔로로 활동하지만 ‘소녀시대 태연’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으니 감사하죠. 소녀시대였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고요.
소녀시대 활동하면서 ‘중2병’이 찾아온 시절은 없었나요? ‘Gee’ 시절이에요. 그때는 ‘쎈’ 컨셉을 원했어요. 괜히 삐뚤어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 ‘Gee’ 음악이 오그라든다는 생각도 있었죠. 그걸 또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말했어요. 태연이 ‘Gee’를 싫어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생각해보면 그 나이에 어울리는 컨셉이었어요. 새내기 같고 상큼하면서 풋풋한 게 예뻤는데, 그걸 몰랐죠.
가끔 찾아 듣는 옛날 앨범이 있어요? 최근에 ‘I Got a Boy’를 다시 들었어요. 이유는 ‘이게 그렇게 이상했나?’ 싶어서(웃음). 그런데 지금 들어도 특이해요. 시대를 앞서간 곡이죠. 요즘은 워낙 불규칙적인 곡이 많잖아요. 당시에는 신선한 충격이었나 봐요.
저는 가끔 ‘다시 만난 세계’를 들어요. 그때 뮤직비디오에 거의 민낯으로 나오지 않았어요?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연핑크색 립밤 하나만 발랐어요. 파우더도 안 했죠. 그때는 정말 민낯, 에너지로 밀고 나가던 시기예요. 지금 보면 풋풋해서 좋아요.
멤버들과도 돈독해지던 시기였겠군요. 서로를 많이 궁금해하고 이해해가던 시기였죠.
지금의 멤버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사랑스러워요. 멤버들이 아옹다옹하는 걸 멀리서 지켜보는 게 좋아요.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볼 때면 괜히 뿌듯해요. ‘그래, 오길 잘했어. 얘들이 부를 때는 나와야지. 좋다. 이거지’ 하는 생각도 들고. 벌써 10여 년이 지났군요.
태연은 어른이 된 것 같아요? 아니요. 아직 준비 중이죠. 어른은 책임감이 필요해요. 배려심도 필요하고. 평생 숙제예요. 저는 50세가 돼도 어른이라고 떳떳하게 얘기 못할 것 같아요. 사람은 늘 부족한 존재니까요.
오늘 태연에게 의외의 면을 많이 보는군요. 내성적일 줄 알았거든요. 내성적인데 수다는 좋아해요. 제 성격에 <놀라운 토요일>을 하는 것도 신기해요. “그거 아니고 이거야!”라고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건 제게 볼 수 없던 모습이거든요.
소녀시대 완전체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완전체로 출연한다는 기사가 나갔어요. 조만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음원으로도 만날 수 있나요? 저희도 그러고 싶어요. 그걸 목표로 각자 스케줄을 조율하는 중인데 쉽지 않아요. 다들 양보는 엄청 해요. 그런데 그 양보하는 날짜가 안 맞아요. 모두가 열려 있는데 말이죠.
이제 마지막 질문이 남았어요. 이 인터뷰의 제목을 지어주세요. 음, 집에 가고 싶지만 수다는 떨고 싶어(웃음).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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