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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라켓볼 코트였던 트로이 시반의 호주 멜버른 집

2022.10.27

19세기 라켓볼 코트였던 트로이 시반의 호주 멜버른 집

음악으로 전 세계에 돌풍을 일으키는 트로이 시반이 플랙 스튜디오의 탁월한 감각을 총동원했다. 그리하여 19세기에 라켓볼 코트였던 호주 멜버른의 어느 주택 부지를 감각적으로 재구상했다.

멜버른 집의 메인 거실. 빈티지 체루티(Cerruti) 라운지체어는 니콜라스 앤 알리스테어, 월 스콘스(Wall Sconce), 플랙 스튜디오 디자인, 알러스테인(Alustain)이 제작했다. 아카리 라이트 스컬프처스(Akari Light Sculptures) 24N
램프는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가 비트라(Vitra)를 위해 디자인한 것을 리빙 에지(Living Edge)에서 구매했다. 렌더 월 피니시는 비숍 마스터 피니시스(Bishop Master Finishes), ‘Becoming with 11’(2019)은 잔 파스코 화이트(Jahnne Pasco-White) 작품. ‘Orange Figure with Big-Head’(2020)는 라메시 마리오 니티엔드란(Ramesh Mario Nithiyendran)의 조각 작품.

베드룸에 딸린 욕실 내부. 파이프 탭웨어는 보피(Boffi), 오브 4 서피스 마운트 스콘스(Orb 4 Surface Mount Sconce).

게스트 침실. 플로카(Flocca) 베드헤드는 헤일 머컨타일 코(Hale Mercantile Co.), 베드 리넨은 베드 스레즈(Bed Threads), 아카리 라이트 스컬프처스 1N 테이블 램프는 이사무 노구치가 비트라를 위해 디자인, 리빙 에지에서 구매했다. 플라스터 월 피니시는 비숍 마스터 피니시스, 찰리 잉게마 하딩(Charlie Ingemar Harding)의 작품.

트로이 시반(Troye Sivan)은 팝 스타덤의 새로운 기수일지 모른다. 하지만 풍성한 신시사이저-사운드스케이프가 깔린 자전적 노래로 세계 댄스곡 차트의 정상을 차지한 호주 출신 25세의 싱어송라이터이자 배우로 활동하는 시반에게 명성에 대한 이런 비유는 그저 기분 좋은 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사랑과 외모, 생활까지 일일이 지배하는 현대판 스벤갈리(Svengali, 근대 프랑스 만화가 조르주 뒤 모리에(George du Maurier)의 호러 소설 <Trilby>에 등장하는 악마 같은 캐릭터로, 소녀 트릴비를 유혹하고 지배하여 유명한 가수로 만들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를 착취한다)와의 운 좋은 만남을 줄거리로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엄청난 재능을 발휘한다는 진부한 ‘스타 탄생’ 이야기로 시작한 시반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고 자유 없는 명성을 제7원, 즉 폭력의 지옥(단테의 아홉 가지 지옥 중 하나)으로 여긴다. 그 지옥의 심연에는 래퍼 50 센트가 파산하기 전 침실 19개, 욕실 25개, 40대에나 어울리는 온수 욕조, 나이트클럽과 실내 라켓볼 코트를 갖췄다고 자랑하던, 한껏 치장한 여러 채의 집과 그에게 들러붙어 사는 기식자로 가득 차 있다. “침실이 19개나 되는 집에서 아침에 혼자 눈 뜨면 정말 슬플 것 같아요.” 그가 멜버른에 지은 3층짜리 집의 근사한 침실에서 나와서 말했다. 런던 주택가를 연상시키는 좁은 거리의 광장에 있는 19세기풍 하드볼 코트 같은 집이다. “창문을 위로 열고 발 아래 카펫의 질감과 나무 꼭대기로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느끼면서, 세상에서 가장 멋진 도시를 즐기며 공원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행복해져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호주 서부에서 성장한 시반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활동에도 시간을 넘어서는 침착함과 개인적 통찰력을 지녔다. 그는 형태보다 느낌으로 집에 대한 낭만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자신의 디자인이 퍼스(Perth)의 평화와 소박함에서 형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도시는 끝없이 쏟아지는 태양과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들, 유대인 10대였던 시반이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재능과 동성애를 드러내도록 설득한 ‘할 수 있어’의 사고방식을 품은 곳이다. 그리고 일세 크로포드(Ilse Crawford)의 디자인 작품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설명하며 그런 감정을 표출할 때 지붕을 뚫을 기세로 흥분했다. “그녀는 정말 근사해요.” 그가 스톡홀름의 에트 헴 호텔(Ett Hem Hotel)에 몹시 매료된 것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 호텔은 크로포드가 집 같은 호텔로 디자인한 12개 룸을 갖춘 미술공예 건축물이었다.

소파에서 뛰는 것을 자제시키는 출세 지향적 최신 패션을 피하는 시반은 자신에게 가족이 전부이며, 그들이 늘 그의 궤도 안에 머물러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그래서 ‘금요일 밤 안식일을 기념하기 위한’ 대대적인 저녁 식사, 애완동물, 머지않은 미래에 뛰어놀 아이들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는 집이 필요했다. “우리 남매들의 평생 계획은 언젠가 각자 가족을 꾸리고, 이곳 멜버른에서 그 아이들을 키우는 거예요.” 3남매는 부모님을 따라 빅토리아의 주도인 멜버른으로 한 명씩 이주했다. 그것은 유명인의 흔한 냉소적 발언이 아니었다. 한 지역에 거주하며 소박한 변화와 개털이 흩날리는 일상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을 놀랍게 표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상이 맞다고 믿는다. “호주에 있을 때 감사하게 여기는 것은 평범한 삶의 방식이죠. 무엇이 중요한지, 그 우선순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깔린 삶이죠. 가족, 야외 공간, 맥주가 저한테는 중요하답니다.”

집에 대한 이해를 돕는 설명에도 중요한 것은 시반 역시 래퍼 50 센트 ‘Fiddy’처럼 라켓볼 코트를 소유하는 데 굴복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 부지가 한때 라켓볼 코트였다! 과거 생 로랑의 모델이었고 현재 까르띠에 홍보대사이며 ‘앞에서 보면 업무용, 뒤에서 보면 파티 스타일로 알려진 멀릿 헤어커트(Mullet Haircut) 스타일을 뽐내는 시반은 18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를 지닌 이 개조된 공간에 알차게 꾸며놓은 수수한 침실 세 개와 욕실 두 개를 세어보며 웃었다. “부지의 역사가 흥미롭더라고요.” 코로나19로 멜버른에 봉쇄령이 내려진 사이, 예기치 않게 부동산을 매입하게 된 것에 대해 얘기했다. “뒤뜰 담벼락에 난 자국이 146년 전 야구공에 의해 생긴 것 같았죠. 생이 켜켜이 쌓인 유구한 집에 사는 제가 25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저를 겸손하게 만들더라고요. 공간과 건축, 그것의 예술성을 아우르는 사랑이라는 진정한 테마가 있습니다.”

메인 거실의 또 다른 모습. 송(Song) 소파는 메이커 앤 선, 시머(Shimmer) 사이드 테이블은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Patricia Urquiola)가 글라스 이탈리아(Glas Italia)를 위해 디자인했으며, 스페이스 퍼니처(Space Furniture)에서 구매. 빈티지 체어는 스미스 스트리트 바자(Smith Street Bazaar)에서 구매, 빈티지 쇼군(Shogun) 램프는 니콜라스 앤 알리스테어에서 구매. 글렌 바클리(Glenn Barkley)의 조각 작품은 설리반+스트럼프에서 구매. ‘Compound Legacy 1’은 사이먼 디그루트(Simon Degroot) 작품, 갤러리 디스 이즈 노 판타지(This Is No Fantasy)에서, 넬(Nell) 작품은 스테이션 갤러리(Station Gallery)에서, 중이층에 있는 카렌 블랙의 위탁 미술품은 설리반+스트럼프에서 구매했다.

티베리오(Tiberio) 대리석으로 만든 배니티 톱 & 플로어는 아르테도무스(Artedomus), 파이프가 장착된 탭은 보피, 황동 탭웨어와 샤워 헤드는 아스트라 워커(Astra Walker), 새틴 스톤 실러(Satin Stone Sealer)를 칠한 레드 하트로 덮어씌운 X-본드(X-Bond) 월 피니시는 얼터너티브 서피시스(Alternative Surfaces).

맞춤 제작한 크라운 컷 아메리칸 오크 다이닝 테이블은 애시우드 디자인(Ashwood Design)이 제작. 빈티지 다이닝 체어와 베르제르(Bergère) 스타일 암체어. 커쿤 펜던트 조명은 토비아 스카르파(Tobia Scarpa)와 아킬레 앤 피에르 자코모 카스틸리오니(Achille & Pier Giacomo Castiglioni). 칼리마코(Callimaco) 플로어 램프는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

시반은 멜버른에 살겠노라며 늘 미래를 계획했다. 그렇지만 그는 2020년 3월 12일을 ‘모든 것이 엉망이 된 것’ 같았던 LA에서의 날로, 3월 13일을 그가 호주로 돌아온 날로 기억한다. 이런 변화는 우울한 분위기의 정규 앨범 <In a Dream>의 리드 싱글 ‘Take Yourself Home’에 잘 표현되어 있다. “나는 이 도시에 질렸어. 내 옆에 있다면 소리쳐. 죽을 거면, 어디 멋진 곳에서 죽자.” 예지력을 발휘한 듯 말이다. “깨어나서 실제로 여기서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것을 다룬 곡이에요.” 그가 LA에 대해 말했다. “정말 원하는 것을 성취하고, 행복할까요? 제가 미국에서 불행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균형 잡힌 삶을 살지 못한 것 같아요.”

새 한 마리의 시선이 버려진 도시 위를 향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온라인 코멘트를 스크롤 다운한다. 그리고 팬들에게 충격을 받는다. 어느 팬이 이런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지금 사는 집이 집처럼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있나요?” 그것은 안식처에 대한 너무도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이것은 시반이 자신의 멜버른 거주지를 세심하게 수리하도록 궁극적인 지침을 주었다. 그렇지만 이 스타의 고백에 따르면 디자이너에게 전화할 자신감이 부족했다. “친구에게 세계 여기저기의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보여주기 시작했죠. 다들 플랙 스튜디오(Flack Studio)에 맡기라고 말하더군요.” 그가 그때를 떠올렸다. “그 스튜디오의 인스타그램에 접속하는 순간 눈에 띄는 집이 있었어요. 2019년 가을 어느 잡지에 실린 태즈메이니아에 있는 그 샌디 베이 하우스(Sandy Bay House in Tasmania)인 것 같더라고요. 저는 ‘좋아, 이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군’이라고 말했죠.”

플랙 스튜디오의 소장 데이비드 플랙(David Flack)은 2020년 중반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 일을 떠올렸다. 그렇게 정말 ‘감정에 충실한’ 시반과 만났다. “그는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느끼고 싶은지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곧 그에게서 ‘함께 일하면 너무 재미있고, 힘들이지 않는 느긋하고 정직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죠.” 플랙이 말했다. “트로이는 확실히 이해하죠.” 다시, 그 ‘이해하고 있군’이라는 말이 나왔다. 플랙이 트로이와 공유하는 가치관이라고 여기는 ‘그 덧없는 말’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Black Lives Matter’, 동성애자가 되는 것, 백악관에 있던 당시의 ‘추잡한 오렌지빛 남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다 얻은 것이었다.

“그러나 독특함이 있죠. 늘 그래요.” 호주의 예술 작품과 빈티지 가구, 과거에 살던 사람들의 ‘분위기’를 둘러싼 느낌을 살리고 싶었던 시반의 욕구를 따른 디자이너가 말했다. 이 집에서 최근까지 거주한 사람이 1970년대에 이 집을 소유했던 저명한 모더니스트 건축가의 디테일을 잘 보존했다. “그래서 맨 먼저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누구를 좋아하는지 알아내기 시작했어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사람이 바로 호주 화가인 시드니 볼(Sydney Ball)이었죠.” 플랙 스튜디오 벽을 장식하고, 1968년 NGV(National Gallery of Victoria)의 독창적 전시 <The Field>에 참여했으며, 이미 고인이 된 호주의 이 추상화가를 언급하면서, 플랙은 코르크로 만든 천장과 최고 수준의 스튜디오(현재는 시반의 침실)를 만든 그 건축가와 그 화가가 서로 알고 지냈을 거라 확신했다.

플랙은 예술성을 추구하는 도급업체 중 최고의 팀이 제작에서 이 미묘한 변화를 구현하게 했고, 그 위에 시반의 미학적 개념을 입히기 시작했다. 컨템퍼러리 호주 예술 작품을 걸어두고 중세 거장부터 현대 공예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가들이 만든 섬세한 가구를 고른 것이다. “이것은 메이커 앤 선(Maker & Son) 제품이에요.” 플랙이 말라카이트(Malachite) 리넨 덮개를 씌운 움푹 들어간 낮은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것은 시반이 원하던 대로 뛰어도 될 정도로 튼튼하다. “그들은 전 세계에 제품을 출하하기보다는 각 나라에 조직을 세우고 현지 제작을 위한 견본품을 만들죠. 정말 훌륭해요.” 집 전체에서 이뤄지는 과거와 현재 생활 사이의 대화에서, 그 소파의 편안한 영국식 육중함은 빈티지 체루티 벨벳 암체어의 이탈리아식 꼿꼿한 자세와 모더니스트 페르시바우 라페르(Percival Lafer)가 만든 1970년 스타일 가죽 소파에 눕고 싶어 하는 이 브라질 디자이너의 간절함이 대조를 이룬다.

”모든 것에 하나하나 열정이 새겨져 있어요.” 플랙이 ‘심혈을 기울인’ 노력이 투입된 이번 프로젝트의 물건, 과거와 현재의 사용자에 대해 이렇게 단언했다. 그런 열정은 시반의 히트곡 중 하나의 가사로 플랙에게 피드백되었다. “열정은 열정이니까. 너도 나만큼 잘 알잖아.” 그 시원한 말투에 플랙이 웃음을 터트리며, 클라이언트가 찬성의 뜻으로 뒤따라 부른 코러스를 함께 불렀다. “오, 이런, 이런!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위해 살아가는 것.” (VK)

간이 식사 공간. 빈티지 S33 체어는 마트 스탬(Mart Stam)이 토넷(Thonet)을 위해 디자인, 톨릭스 G(Tolix G) 테이블은 토넷 제품, 플레이트는 글렌 바클리 작품. 복원된 타일 바닥, 건축은 GRW 디벨롭먼트(GRW Development), 조경 디자인은 플로리안 와일드(Florian Wild), ‘Infinex #36’(2014)은 시드니 볼 작품.

    ANNE MARIE KIELY
    사진
    ANSON SM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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