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환의 ‘리스타일’
‘다시’라는 단어가 힘을 전하는 구교환의 ‘리스타일’.
21세기, 우리가 패션을 마주하는 태도는 단순하고 즉흥적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청바지는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다음 날 우리 집 앞에 놓여 있었고, 셀러브리티가 든 백은 육대주 매장에서 실시간 빠른 속도로 팔려 나갔다. 그 뒤에 숨은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았다. 완벽한 컬러의 가죽 가방과 청바지가 탄생하기까지 쓰이는 염색약의 유해함 혹은 극도로 발달한 소비주의의 뒷면에 쌓인 폐기물 언덕을 떠올리는 건 소수의 몫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들이닥친 팬데믹이라는 ‘디스럽션’은 우리에게 익숙하던 우주 만물의 문법을 바꿔버렸다. 패션 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꾸준히 논의되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패션은 이제 대세가 되었고, MZ세대는 제일 소중한 가치로 ‘필’환경적 선택을 꼽는다. 정직한 노동과 투명한 생산 과정, 혹은 재활용하거나 해를 끼치지 않는 소재는 우리가 들고, 입는 모든 패션 아이템에 필수 요소다.
한국의 다른 패션 대기업보다 먼저 현대자동차가 이러한 변화에 미리 올라탔다. 2019년부터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리스타일(Re:Style) 컬렉션’을 발표한 것이다. 400만 톤의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자동차 산업과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는 패션 산업이 함께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자는 약속이 배경에 자리한다. 제작 후 남은 차량용 가죽 시트를 재활용해 뉴욕 디자이너 마리아 코르네호와 선보인 첫해에 이어, 리차드 퀸, 알리기에리, 퍼블릭 스쿨 등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브랜드와 선보인 2020년 컬렉션도 인상적이었다.
2021년 세 번째 ‘리스타일 컬렉션’은 또 다른 방식으로 탄생했다. 가장 취향 좋은 고객이 찾는 편집숍과 함께 리스타일 컬렉션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을 구상한 것. 여기엔 전기 자동차 아이오닉 5에 들어가는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거나, 에어백과 안전벨트 등 버려진 자동차 소재를 사용하는 방식도 더했다. 게다가 요즘 세대의 취향에 어울리도록 스포티한 디자인을 추가했다. 이른바 집에서 1마일 안에서 즐겨 입는 ‘원 마일 웨어(One Mile Wear)’를 바탕으로 스웨트셔츠와 아노락, 크롭트 톱 등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컬렉션은 10월 14일부터 서울의 분더샵과 파리의 레클레어에서 판매하고, 수익금은 UN 개발계획에 기부한다.
3년째 ‘리스타일’과 함께하는 <보그>는 이번에 배우 구교환과 의기투합했다. 구교환은 재활용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해 ‘TR 패브릭’으로 완성한 스웨트셔츠, 에어백 소재로 완성한 포켓과 안전벨트를 재활용한 스트랩 장식의 컬렉션을 입고 <보그> 카메라 앞에 섰다. “제가 즐겨 입던 옷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그에게 리스타일 컬렉션은 친환경적 프로젝트라는 이미지보다 일상적 디자인이라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누군가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재활용 소재나 친환경 디자인이라는 점을 의식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하고 멋집니다.”
현대자동차와 패션의 만남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공통점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새로운 세대에게 어필하는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건 전 분야를 망라해 지금 모든 브랜드와 기업에 필요한 전략이니까. “사실 친환경적 삶을 위해서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구교환에게 녹색 미래를 그리는 방법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리스타일처럼 새로운 기본을 만드는 프로젝트 역시 그 시작이 될 수 있겠죠.”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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