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화보

턱살에 안녕을 고하다

2021.11.01

턱살에 안녕을 고하다

두툼히 쌓인 턱살을 바짝 끌어 올려 노화에 맞서는 것. 혹은 내가 가장 자신 있던 그 시절 그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실버 이어커프는 브릴피스(Brillpiece), 물결 형태의 이어링은 씨시어(Seasheer).

턱살, 영어 단어로는 ‘Jowls’. 볼 아래 두툼하게 늘어진 살을 가리키는 명사다. 무엇보다 살이 쪄서 또는 나이가 들어 생긴 살이라는 전제까지 있다. 그 뜻이 너무 암울한 탓에 오히려 단어 자체에 미안할 지경이다. 이보다 더 무섭고 기운 빠지는 단어가 세상 어디에 또 존재할까? 우울하고 가끔은 흉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어쨌든 이 턱살은 ‘현존’한다. 천천히, 언젠가는 반드시 생긴다. 사실 우리는 그것을 갖기 위해 노력한 적조차 없지만 아무도 모르게 슬쩍 다가온다. 즐겁게 인생을 즐기는 중에 어느 날 갑자기 보톡스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또 칙칙하기 그지없는 ‘셀피’나 거울 앞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게 누구야?” 그리고 따라오는 한숨.

천천히, 아주 느리게 나의 타원형 얼굴은 점차 길어지는 동시에 중력의 방향대로 처지고 있었다. 부드러운 윤곽을 자랑하던 달걀형은 이제 흘러내린 직사각형 얼굴에 가까워지고 말았다. 무거워 보이는 인상이 되는 건 물론, 심지어는 먹이를 잔뜩 저장한 다람쥐 같았다. 양초의 촛농처럼 모든 것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랫동안 유지해온 1920년대 보브 헤어스타일에는 이제 안녕을 고하고, 터틀넥을 입어 턱살을 가려야 한다는 생각뿐. 화상 통화나 회의 때마다 내 얼굴을 분석하며 트집거리를 잡아냈고, 그 끝에 오는 절망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탱탱하던 내 얼굴 가죽 밑으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어떤 방법을 빌려서라도 새로 시작해야만 했다. 그것도 지금 당장! 현대 의학 기술에 감사하게도 어느 정도 수준으로는 턱살을 원상 복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게 되었다. 런던과 뉴욕, 각 도시를 순회하며 탁월한 의술을 지닌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내 턱살을 해결할 대책과 실행 계획을 계속 강구했다. 그야말로 피부 의학계의 ‘올스타’라고 지칭할 수 있는 전문가들에게 화상으로 몇 번 상담을 거친 뒤 이런 결론을 얻었다. 처음에는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나타나는 얼굴 형태의 무너짐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나이’ 때문이라는 것. 무엇보다 콜라겐과 엘라스틴의 감소가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 두 가지 성분의 체내 합성이 지체되면서 얼굴형에 입체감을 주는 지방층이 얇아지고, 점점 아래를 향해 흘러내린다. 또한 뼈 자체가 서서히 작아지는 원인도 있다. 근육, 지방, 피부를 받치는 구조적 토대라 할 수 있는 뼈대가 나이 들수록 말 그대로 줄어들면서, 얼굴이 전체적으로 이완되고 처지는 것이다. 이 모든 사태는 얼굴 밑, 즉 턱선에서 종결된다. 비가 온 뒤 웅덩이가 남는 것처럼.

뉴욕 첼시에 있는 출장 미용 서비스, ‘사라 채프먼 스키네시스 클리닉(Sarah Chapman Skinesis Clinic)’의 피부과 자문의 알렉시스 그래니트(Alexis Granite)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모두 중력의 영향이죠. 얼굴을 타이트하게 받쳐주던 지지대가 서서히 없어지는 겁니다. 그리고 턱살을 얻게 되죠. 동안을 상징하는 주요 요소인 높은 광대뼈와 날렵한 턱선은 사라지고요.” 런던과 파리에 자리한 ‘닥터 드레이 클리닉(Dr Dray Clinic)’의 벤자민 코프홀츠 (Benjamin Kauffholz) 박사는 이렇게 덧붙인다. “얼굴 요소의 형태는 바꾸지 않으면서 자연적인 뼈대를 복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조언을 바탕으로 나의 ‘프로젝트 턱살’은 총 세 가지 미션을 구성했다. 눈썹 아래 흘러내리는 모든 것을 다시 끌어 올리는 것, 얼굴 하안부를 타이트하게 조이고, 얼굴 전체의 윤곽을 다듬는 것.

미션 달성을 위해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있는 매크린 알렉세이즈(Macrene Alexiades) 박사의 피부과였다. “최근 새로 생긴 것이군요. 이전에는 턱살이 없었잖아요”라고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알렉세이즈 박사는 당장이라도 작업에 착수할 듯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고 싶어 했다. 이 비장의 무기란, 정말이지 영화 <스타 트렉>에 등장할 것 같은 총처럼 생긴 것이었다. 비주얼만으로도 이미 강력한 이 장비는 다른 피부과 시술이 일정 기간을 두고 여러 번 진행되는 것과는 달리, 45분간의 시술 1회만으로 끝이 날 만큼 실제로도 효과가 강력했다(한화로 약 593만원을 지불했다). 아주 미세한 바늘 끝으로 고주파를 내뿜는 장비의 이름은 바로 ‘프로파운드(Profound)’. 턱 라인과 목 윗부분에까지 꼼꼼히 미세 바늘이 6mm 깊이의 작은 구멍을 내고, 이 과정을 통해 신체의 자연 치유 반응을 유도해 신선한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생성되기 시작한다. 피부 섬유를 강타하는 고주파가 피부를 타이트하게 수축시키는 것이다. 두 달 정도 지나면 피부가 탄력 있게 올라간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시술 당일, 나는 박사의 지시에 따라 얼굴에 미리 마취 크림을 바르고 얼얼한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녀의 설명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베드에 누운 순간 머리 위로 드리우는 우주 비행선을 목격한 것처럼 나는 공포에 떨었다. 32게이지의 바늘 세 개를 장착한 ‘멀티 인젝터’가 내 얼굴과 목에 꽂혔다. 프랑켄슈타인처럼 무시무시한 생김새와 달리 이 주사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이 들어 있었다. “벌에 쏘이는 것 같죠?” 박사는 밝은 목소리로 질문했다. 나는 주사를 맞는 순간 내내 움찔거리며 온몸을 꿈틀대고 있었다. 본격적인 시술은 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무난했다. 박사가 손잡이의 방아쇠를 여러 차례 당기자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피부 속으로 전류가 침투했다. 이 전류가 느껴지는 것은 물론 소리까지 생생했다. 시술 후 멍을 최소화하기 위해 ‘브이빔’ 레이저 시술까지 받았지만, 다음 날 나는 목이 졸린 사람 같은 몰골이었다. 온 얼굴이 멍으로 얼룩덜룩했고 만지기조차 조심스러웠다. 자신감이 바닥을 쳐 매일같이 터틀넥만 입어야 했다. 얼굴 전체에 커버력이 뛰어난 컨실러를 사용하고, 화상회의를 할 때는 조도를 최대한 줄였다.

이어서 2단계. 파크 애비뉴에서 세 블록만 올라가면 나오는, 뉴욕의 가장 유명한 피부과 전문의이자 샤넬 스킨케어의 고문이기도 한(그 유명한 ‘라 쏠루씨옹 10 크림’을 만들었다) 에이미 웩슬러(Amy Wechsler)의 클리닉을 방문했다. 앞서 받은 ‘프로파운드 시술’의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해 웩슬러 박사는 ‘쿨미니(CoolMini)’라는, 턱 바로 밑 부분을 중점적으로 노리는 시술을 추천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턱이 목으로 들어가는 진입 차선처럼 경계가 무너지던 참이었다. ‘쿨미니’는 ‘쿨스컬프팅(CoolSculpting)’이라는 기기의 최신 버전으로, 턱 밑 50%의 지방을 증발시키며 얼굴 윤곽을 다듬어준다. 이 시술에는 저온의 냉기를 활용해 피하지방조직에 있는 지방세포를 없애는 ‘저온 지방 감소술’이 사용된다. 시술받은 국소 부위가 다시 활성화되면 죽은 세포는 림프선을 통해 몇 달에 걸쳐 배출되는 것이다. 지방세포는 체중 변화에 따라 팽창하거나 수축하기도 한다. 그러나 2차 성징 후에는 그 수가 늘어나지 않는다. 한 번 제거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절대! 시술하겠다고 대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려 1회당 한화로 118만원짜리 시술인데도 불구하고. 나의 지방이여, 이젠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첫 5~7분간은 굉장히 차가울 거예요. 점점 차가워져서 못 견디겠다는 느낌이 들 수 있어요.” 웩슬러 박사가 말했다. “더 이상 못 참겠다고 느낄 때쯤 30초만 더 있으면 마비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을 거예요. 장담해요.” 시술을 위해 그녀는 조수 로라 다이어(Laura Dyer)에게 나를 맡겼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쿨스컬프팅’ 시술을 해본 전문가인 로라는 꾸준히 다른 전문의에게 이 시술을 교육하는데, 그 내용이 현재 시술의 글로벌 가이드가 되기도 했다. 산업용 청소기 같은 흡입력을 가진 시술 기기의 손잡이를 내 턱 바로 밑에 고정했다. 여기에 긴 아코디언 호스를 연결해 영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세계관에 걸어 들어간 느낌이 든다. 이 플라스틱 기계가 얼굴에 어색하게 착 달라붙어 있는데도, 23분 후 나는 잠들었다. 시술이 끝나고 조수가 나에게 과자를 권할 땐 비행기 탑승객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다음 날에는 고통을 느꼈고, 붓고 얼얼한 느낌이 수 주간 지속됐다. 하지만 첫 번째로 받은 시술처럼 자신감이 바닥을 치는 시기는 없었다.

2단계 시술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얼굴의 유지 보수를 위한 주사가 남아 있었다. 웩슬러 박사는 보톡스와 필러를 알맞게 조합해, 턱살이 무너뜨린 내 얼굴 형태를 리프팅하고자 했다. 윤곽 개선 효과를 보기 위해 몇 주를 기다려야 하는 데다, 효과 기간이 길게 유지되는 ‘프로파운드’나 ‘쿨미니’ 같은 시술과는 결이 달랐다. 이 시술은 가장 즉각적이고, 눈에 띄는 효과와 만족감을 안겼다. 보톡스는 시술 즉시 내 눈썹과 얼굴 전체를 리프팅했다. 행복해 보이고, 인상이 훨씬 단정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물론, 완벽한 아치로 눈썹을 다듬는 내 기술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이제야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처럼 보였다.

시술을 맡은 로라 다이어가 몇 병의 ‘레스틸렌 필러’를 꺼냈는지 세어보진 않았지만, 꽤 많아 보이긴 했다. 움푹 들어간 관자놀이, 입체감이 사라진 광대뼈, 꺼진 중안부를 채우고 얼굴 윤곽을 복구하기 위해선 제법 많은 양이 필요했던 것 같다. “얼굴 윤곽 자체를 바꿀 거라, 각 부위가 좀 길어 보이고 무겁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필러를 주사하면 확실히 리프팅될 거예요. 이전 모습처럼 보일 겁니다.” 로라는 호언했다. 이런 시술은 턱살을 없애는 데 집중하기보단 전반적으로 관리해 턱살까지 영향을 주는 종류였다. 늘어난 청바지를 세탁하고 건조기까지 돌렸더니 원래대로 몸에 딱 맞는 핏이었던 경험을 생각해보길. 나는 내 턱선을 따라 필러를 주사하는 것에 대해 처음엔 턱이 둔탁해 보이지는 않을지 걱정했다. 하지만 뼈에 가까운 위치로 깊숙이 주사하기에 얼굴 구조, 즉 줄어든 뼈대를 확장하고 전체적인 라인을 날렵하게 만들 수 있었다.

2주 후, 나는 다시 정밀 점검을 받았다. 과도한 시술은 하지 않으면서 더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좋은 재단사와 맞춤옷을 만드는 기분이었다. 여러 벌을 피팅해보고,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도록 작은 조정을 거쳐나가는 과정과 비슷하지 않나? 물론 코로나 시대의 외출이라고 해봐야 장을 보러 가거나 피부과를 내원하는 것뿐이지만. 진단 후 나는 광대뼈와 활경근에 보톡스를 몇 방 더 맞았다. 활경근은 선사시대부터 존재한 근육으로, 네 발로 다니던 인간들의 목 하중을 잡아주는 근육이다. “이 근육이 풀어지고, 다시 수축되면서 2~3mm 정도 리프팅이 됩니다. 얼굴의 옆태에도 그 효과가 이어지죠.” 로라 다이어는 자신 있게 말했다. 이제 보톡스가 빠지는 4~6개월 후에야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레스틸렌’의 경우 1년 반 정도의 지속 효과가 있기 때문에, 중간에 한 번 ‘터치업’ 시술을 추천받았다. 더 깊이 있는 변화가 내 턱 라인을 따라 눈에 띄었고, 계속 그 변화는 진행 중이었다. 몇 주 만에 엄마와 함께 외식을 했는데, 목과 턱선이 달라졌다는 말을 들었다.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또 남편이 자신도 ‘쿨미니’ 시술을 받아볼 수 있을지 물어봤을 땐 효과를 진정으로 체험했다.

마지막 3단계. 나는 친구와 함께 줌을 통해 ‘페이스짐(FaceGym)’의 PT 수업을 듣고 있다. 이 수업을 통해 토닝, 스컬프팅, 디톡스 효과를 주는 ‘손가락으로 두드리기’와 같은 운동을 하는데, 턱과 볼을 톡톡 손끝으로 마사지하는 종류다. 트레이너 마달레나(Madalaina)에 따르면, 얼굴에도 40개가 넘는 종류의 근육이 있는 만큼 얼굴로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녀는 ‘손바닥 당기기’라는 동작을 가르쳐주며 “턱살 끌어 올리기에 최적인 운동이에요”라고 말했다. 이 동작은 영화 <나 홀로 집에>의 명장면처럼, 주인공 케빈이 두 볼에 손바닥을 대고 관자놀이까지 당겨 올리는 동작을 수회 반복하는 것이다. “하루에 2분 정도만 하면 변화가 있을 거예요.” 마달레나는 화장을 지울 때나 아침 세안 후 기초 제품을 바를 때 해보길 권했다. 나는 열정적으로 페이스 롤러로 괄사 마사지를 하기도 했다. 무엇이 가장 효과가 있을지 알아보고 싶었다. 달 표면처럼 크고 하얀 바퀴가 있는 도구는 리프팅뿐 아니라 독소 배출 효과가 있어 턱 라인을 날렵하게 만들어준다.

첫 ‘프로파운드’ 시술을 받은 지 3개월 후, 알렉세이즈 박사의 진료실에 다시 들어섰을 때 비로소 내 턱살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됐다. “턱 라인이 더 타이트해진 게 확실히 눈에 보이네요. 기분이 좋은데요”라고 말하며 그녀는 가늘게 뜬 눈으로 여러 각도에서 내 얼굴형을 살펴봤다. 그리고 아주 약간의 리프팅 효과를 더하기 위해 귀 앞쪽에 소량의 필러를 주사했다. 나는 그냥 보통의 나처럼 보이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한지를 깨닫고 경악했다. 단지 내가 기억하는 그 모습으로 보이기 위한 것인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터치업을 받고 난 후, 알렉세이즈 박사는 아이패드로 성공적인 ‘시술 후’ 사진을 여러 장 촬영했다.

며칠 후, 나는 메일 하나를 받았다. 알렉세이즈 박사가 나의 시술 전후 사진을 활용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내온 것이었다. 세 가지 각도로 드러나는 내 얼굴의 변화가 슬로모션으로 전개되는 것을 목도하면서 나는 잠시 숨을 삼켰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영상이 보여주는 개선된 모습이 아니라, 내 외모의 다른 부분에서 느껴지는 변화였다. 눈이 한층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더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고개를 드높이 치켜들고 있었다. 모두 나에게 분명한 효과였다. (VK)

턱과 목의 또렷하고 날렵한 경계가 주는 자신감. 타원형 이어링은 씨시어(Seasheer), 이어커프는 브릴피스(Brillpiece).

에디터
송가혜
SARAH BROWN
사진
김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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