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가 세상을 보는 방법
삐딱함과 날카로움 없이도 강인해질 수 있다는 걸, 뷔는 알고 있다.
젊은 날에 젊음을 모르는 이들의 무지는 얼마나 무구한가.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한 순간에 찾아온 젊음. 젊음은 그 찰나 같은 나날을 겪고 아파하다 나도 모르는 새 흘려보내게 된다. 그래서 한참이 지나고 난 후에야 비로소 과거의 어느 순간, 내가 젊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다. 젊음은 젊다는 것을 모르기에 더 순수하다.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 아주 사소한 행동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뷔는 진짜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에게 방탄소년단이란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르겠어요. 칭찬과 긍정적인 반응을 주시는 건 아주 감사하지만, 우리가 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지 진짜 잘 모르겠어요.” 아시아 가수 최초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대상을 받은 방탄소년단의 멤버, 세계 미남 1위 등 화려한 기록을 가진 뷔는 앞으로의 생을 통틀어 찰나처럼 느껴질지도 모를 그 순간에 그저 충실히 머물렀다. 하지만 자신에게 이 빛나는 순간이 도래한 이유는 모르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그 무수한 이유를 다양한 방식으로 알려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촬영장 분위기를 좌우하는 건 피사체다. 숱한 화보 촬영을 거쳤지만 뷔를 찍는 지금 <보그> 촬영장만큼 차분하고 고요한 적은 없었다. 굉음처럼 느껴지는 셔터 소리, 그 사이 옅게 들리는 웃음소리. 그곳에 뷔가 있었다. 뷔는 촬영 시작부터 부드럽게 분위기를 주도했다. ‘김스치면인연’이라는 닉네임이 있을 만큼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붙임성 있게 먼저 말을 거는 그의 면모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MBTI가 E로 시작했는데, 최근에 I로 바뀌었어요. 그 두 개 차이가 굉장히 크다면서요?” 이름만큼 자연스럽게MBTI를 묻고 답하며, 상대의 성향을 스캐너처럼 파악하는 시대지만 뷔는 자신의 성격 유형에 무심했다. 외향형과 내향형을 가르는, 확연히 큰 차이를 보여주는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속내엔 성장통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변화가) 안 좋은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저에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힘이 생겼거든요. 이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성장한 거예요. 앞으로도 많이 부딪힐 거고 상처받겠지만 두렵지는 않아요. 그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나아가느냐가 가장 중요하죠.”
뷔의 정답 같은 이 답변은 방탄소년단이 그동안 쌓은 세계관과 많이 닮아 있다. 평범한 일곱 소년이 만들어낸, 끝을 알 수 없는 비범한 성장기. 뷔는 방탄소년단과 함께 성장한다. 그래서 얼마나 더 강하고 단단해질지 제한을 둘 수 없다. 그 성장을 추동하는 힘은 다름 아닌 성취감이다. “나를 괴롭히는 뭔가가 있다면, 그걸 이겨내려 부단히 열중하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어떤 감정에 몰두하면 그에 관한 곡을 만들어요. 좋은 곡이든 그렇지 않은 곡이든 한 곡이 완성되잖아요? 그런 성취감이 괴롭고 힘든 마음을 해소하게 도와줘요.”
자작곡을 꾸준히 발표하는 그는 RM과 공동 작업한 첫 번째 자작곡 ‘네 시’ 이후 ‘풍경’ ‘Winter Bear’ ‘Sweet Night’ 등을 발표했다. 현재 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곡만 15곡이다. 많은 이가 음악성과 더불어 그의 시적인 가사에 주목한다. 모두 가볍게 흘려보낼 수 있는 일상과 감정을 붙들고 파고든 결과물이다. “일상에서 영감을 많이 얻으려 해요. 여행을 가거나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제 일상은 특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즘은 누군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어제는 오랜만에 <포레스트 검프>를 보고 눈물이 좀 났어요. 주인공이 마지막에 ‘저마다 운명이 있는지 아니면 그냥 바람 따라 떠도는 건지 모르겠어’라는 말을 하는데, 딱하기도 하고 슬프더라고요.”
뷔가 태어나기 1년 전에 개봉한 <포레스트 검프>는 선천적으로 지능이 낮고, 척추가 불편한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의 인생을 담은 작품으로, 바보같이 이타적이고 멍청하리만큼 우직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포레스트 검프는 비록 불편함을 안고 태어났지만, 우연한 기회에 발견한 재능으로 명예와 부를 얻게 된다. 뜻하지 않은 행운과 노력에 의한 결과, 하늘이 정해준 운명. 방탄소년단의 멤버로서 이토록 큰 성공을 이룬 것에 대해 뷔는 모두 ‘운’이라고 잘라 말한다. “운명을 믿기도 해요. 하지만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서 지금처럼 가수가 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 모든 것이 흘러가는 ‘바람 같은’ 운이라고 생각해요.”
방탄소년단의 뷔가 아닌 1995년생 김태형의 인생을 통틀어 첫 번째 터닝 포인트는 멤버들을 만난 일이다. 그리고 그다음은 그 멤버들과 연습생 시절을 거쳐 데뷔한 것. “작은 회사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저희 안에서 단단한 뭔가가 형성됐거든요. 제 마음가짐도 많이 달랐고요. 그때부터 멤버들을 또 하나의 가족이라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뷔에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를 보내는 든든한 아군 아미도 생겼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공연을 할 수 없게 되자 방탄소년단은 자체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팬들을 더 자주 만났다. 그 공간에서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데, 그는 이를 두고 ‘소통’이라고 표현하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쩐지 너무 비즈니스적이라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미와는 거리낌 없는 친한 친구가 되고 싶어요. 고민이 생기거나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위버스를 통해 얘기하기 때문이죠. 팬들을 대하는 것뿐 아니라 모든 것을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고 싶지 않아요. 좋으니까 사진을 찍고, 좋아서 작업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라 먼저 다가가는 거죠. 때론 비즈니스 마인드도 필요한데, 저는 그걸 못하겠어요. 그게 제 단점이죠.”
‘진심은 통한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제대로 사랑을 표현할 줄 안다’ 같은 진부한 ‘말’이 뷔에게는 말로 끝나지 않는다. 해외 공연 중 우연히 들른 갤러리에서 무명 화가의 작품을 사며 작가의 손을 잡고 “당신의 나날이 밝게 빛나기를”이라고 말해 감동을 줬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와 같은 행동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기 때문에 그 사랑을 나눠주고 싶은 마음.” 그렇다면 반대로 뷔가 힘들 때마다 되뇌는 말은 무엇일까. “많이 알려졌지만, 저희 아빠가 하셨던 ‘그므시라꼬’라는 말이 지금까지도 많은 힘을 주고 있어요. 멤버들도 힘들면 기대고 얘기해도 된다고 말해주죠. 뷔가 아닌 김태형으로서 힘든 부분을 많이 다독여줘요.”
보컬리스트로서 뷔의 매력이 가장 도드라지는 곡은 지난해 11월 22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콜드플레이와 합동 무대를 펼친 ‘My Universe’라고 말하자 그는 공감한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이 곡을 녹음하는 멤버들과 콜드플레이의 모습을 담은 비하인드 영상을 꽤 많은 곳에 공유했다. (그중 크리스 마틴이 녹음실 부스 밖에서 멤버들의 목소리를 극찬하는 장면이 있다. 그 어떤 화려한 무대 영상보다 방탄소년단이 ‘스타들의 스타’가 됐음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사실 그 영상에 나오진 않았지만 영어 가이드로 곡이 나왔을 때 제가 그 곡을 통으로 녹음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콜드플레이 멤버들이 ‘제2의 크리스 마틴 같다’고 칭찬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부른 그 가이드곡을 꽤 많이 들었어요(웃음).”
뷔에게 방탄소년단은 ‘빛’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장래 희망란에 가수를 적었는데 다들 ‘네가 무슨 가수냐’며 무시했어요. 그런데 그 뜻을 이루게 해준 건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이에요.” 혹시 ‘최초’ ‘최고’라는 수식어가 만들어내는 명예와 그에 따르는 무게감이 고되거나 피곤하지는 않을까? 더 나아가 후회되진 않을까? “흔히 좋아하는 걸 취미로 남겨둬야지 직업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하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부족하다 느끼면 연습을 하고, 그러면 또 발전하게 되죠. 또 저는 제가 좋아하는 걸 하는데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며 좋아해주잖아요. 그 자체가 굉장히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뷔는 그 어떤 삐딱함 없이 세상을 본다. 그래도 괜찮다는 걸 그들이 세상에 등장한 후부터, 김태형, 뷔 그리고 방탄소년단은 줄곧 보여준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V, tough without being disaffected or combative.
How blissfully ignorant are those of us who take our youth for granted. Our youth can come and go unnoticed in the turmoil of this fleeting period. It is only years later that we realize we were once young. Indeed, it is because youth is pure and innocent that it is taken for granted.
When asked if he feels burdened by the love and attention of the fans and the importance they attach to every little thing he does, V shakes his head as if he really can’t understand it. “I don’t really know what BTS means to people. I appreciate all the compliments and positive responses, but I have no idea why we receive so much love,” he admits. V, who has received an impressive set of accolades as a member of BTS — including being the first Asian performer to be named Artist of the Year at the American Music Awards and being declared the world’s most handsome man — seems to be savoring these possibly fleeting moments of his youth. However, he doesn’t seem to know why this dazzling success has come to him. This is despite the fact that people are continually explaining the many reasons why.
In a photo shoot, it is the subject who sets the mood. I have been to numerous photo shoots but have never seen a set as calm and hushed as Vogue’s is today. The incessant sound of camera shutters seems noisier than usual and is punctuated only by faint sounds of laughter now and then. At the center of it all is V. He gently establishes the tone right from the start. With his friendliness and gregariousness on full display, he seems deserving of his nickname Kim Instant Friend.
“The first letter of my MBTI personality type used to be E [for Extrovert], but recently it changed to I [for Introvert]. Don’t they say the difference between the two is huge?” V says. In recent years, 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 (MBTI) questionnaire has become popular among young South Koreans, who share their MBTI types as naturally as exchanging their names, eager to quickly analyze one another’s personality. But V seems indifferent about his apparent shift in personality, indifferent about whether he is classed as an extrovert or introvert. He explains that this is because he has recently experienced some growing pains. “I don’t think these changes are a bad thing because I have learned how to decide what is right for me and what isn’t,” V elaborates. “I was able to grow with help from people around me. There may be many bumps on the road ahead, and I may experience pain at some point, but I’m not afraid. How I proceed in those situations is the most important thing.”
V’s exemplary answer reflects the worldview that BTS has established over the years. This extraordinary period of growth, with no end in sight, was created by seven ordinary boys. V continues to grow with BTS, and there seems to be no limit to how much stronger and resilient he can become. The driving force behind this growth is simply the pursuit of a sense of accomplishment. “When something eats away at me, I focus on it and try to conquer it. For example, if I’m overwhelmed by some emotion, I write a song about it. When the song is done, whether it’s a good song or not, the sense of achievement helps get rid of any pain or suffering I’m going through.”
V continues to release his own songs. Since putting out his first song, “4 O’Clock” (a collaboration with RM), V has released “Scenery,” “Winter Bear,” “Sweet Night” and others. Currently, 15 of his songs are registered with the Korea Music Copyright Association. He is admired for his poetic lyrics and outstanding musical sensibilities — the result of honing in on quotidian moments and subtle emotions. “I try to get inspiration from everyday life,” V muses. “I think my daily life is already special, to say nothing of going on trips or experiencing special events. These days, I get a lot of inspiration from the work of others. Yesterday, I watched Forrest Gump for the first time in a while, and it made me cry a little. At the end of the film, Forrest says, ‘I don’t know if we each have a destiny, or if we’re all just floating around accidental-like on a breeze,’ and I really felt for him. It was sad.”
Forrest Gump, which was released a year before V was born, depicts the life of Forrest, who is born with subnormal intelligence and a curved spine. It is the story of a man who’s selflessness verges on foolishness and who’s honesty verges on stupidity. Although Forrest is born with disabilities, a talent discovered by chance brings him riches and fame. It also comes down to hard work and good luck — a fate ordained by heaven. V insists that his success and achievements as part of BTS all boil down to luck. “Yes, I believe in fate, but if I could turn back the clock, would I be able to become a singer again?” he ponders. “It wouldn’t be guaranteed. So I think it’s all down to the luck of the gods.”
Born in 1995, Taehyung Kim (V’s birth name) had a lucky break when he first met the members of what would go on to become BTS. The next turning point was when they debuted together after a long training period. “We formed a solid rapport because we got our start with a small agency,” V says. “My mindset was also very different. From that point on, I thought of my group as a new family.” He also gained ARMY, staunch allies who sent him unconditional love and support. When the Covid-19 pandemic put a stop to offline performances, BTS began meeting fans more frequently through their own platform, Weverse. They share aspects of their daily lives through this platform, and V doesn’t like to call this “communication” because somehow that feels too businesslike. “I want to be close friends with the members of ARMY, and I talk to them on Weverse whenever I have a problem or something I want to share,” he explains. “This is how I want to interact all the time — I don’t like a businesslike approach to anything. I take photos because I like to, I do things because I like them and I approach people because I like them. I accept that you sometimes need a business mindset, but I’m not very good at that. That’s my weakness.”
Clichés such as “sincerity prevails” and “who has been loved knows how to give love” are not just words for V. It is well-known that he once bought a piece of artwork from an unknown artist at a gallery he happened to walk into during one of BTS’ overseas tours, and he touched the artist’s heart by holding the artist’s hand and saying, “May your days shine brightly.” He maintains this attitude for one simple reason: “Because I’m loved by many, I want to share that love.” Then what words does V hold onto when going through a tough time? “Many people already know this, but what my father used to say is, ‘It’s no big deal!’ and that still gives me strength to this day,” he relates. “Also, my groupmates tell me that I can lean on them and talk to them whenever I’m having a hard time. When I’m struggling, they comfort me as Taehyung Kim, not V.”
When I mention that the song that best highlights V’s charm as a vocalist is the performance of “My Universe,” BTS’ collaboration with Coldplay, at the American Music Awards, on November 22, he smiles as if in agreement. A behind-the-scenes video of BTS and Coldplay recording this song was widely shared. (In one scene, Chris Martin praises BTS for their voices outside the recording booth. More obviously than any footage of glittering stage performances, this scene shows that BTS have become “stars to the stars.”) “It doesn’t appear in the video, but actually, when the vocal guide demo came out in English, I sang it from beginning to end. The Coldplay members listened and complimented me, saying I was like the second Chris Martin. I’ve listened to that recording a lot since!” V says with a laugh.
To V, BTS is the source of light. “Since I was in elementary school, I dreamed of becoming a singer, but nobody took me seriously. Everyone just said, ‘Get real.’ BTS made my dream come true,” he says. I ask if he feels weighed down by such lofty labels as “the first” or “the best,” and if he has any regrets. “Some say that you should keep your first love as a hobby, and not turn it into your job. But I disagree, because I do what I love professionally,” V reflects. “When I feel it’s not good enough, I’m able to devote more time to practicing, and this helps me develop and improve. Also, the fact that people seem to like what I do makes it very satisfying and meaningful to me.”
V sees the world without disaffection, and Taehyung Kim, V and BTS have proved that it is OK to do so — right through from their debut to the present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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