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 대하여
한 번 눈과 귀에 담으면 잊을 수 없는 지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
최고가 되기보다 유일한 존재이고 싶다는 말은 대중 예술가의 클리셰다. 한 번 눈과 귀에 담으면 잊을 수 없는 지민의 캐릭터는 그런 의미에서 특별하다. K-팝 보이 그룹의 춤이 대개 힙합과 스트리트 댄스의 교집합에서 탄생한다면 그는 여기에 현대무용의 유연함을 가미한다. 여성 보컬도 소화하기 힘든 지민의 높은 음역대는 방탄소년단의 사운드를 풍성하게 만드는 무기다. 파워풀한 힙합을 기반으로 하던 방탄소년단이 세태 비판으로부터 청춘, 사랑, 실존, 일상의 긍정을 통한 희망과 화합 등으로 주제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장르를 가리지 않는 지민의 대담한 감정 표현이 큰 역할을 한 것은 물론이다. 아이돌의 생명력이 대중의 젊은 피를 뜨겁게 달구는 열정에서 나온다면, 그것을 향한 애정을 열광으로 숙성시키는 데는 여전히 서정성이 필요하다. 웃으며 농담을 할 때조차 조금은 꿈을 꾸는 듯한 그의 말투와 표정이 팬들의 가슴에 불러일으키는 노스탤지어를 아마도 지민 자신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에는 그런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이 있다. 스타의 자리가 어울리는 사람, 무대가 필요로 하는 사람, 연민과 선망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매혹적인 존재가.
<보그> 촬영에서 지민은 첫 의상으로 강렬한 분홍 수트를 골랐다. 우리와 대화할 때는 수줍지만 무대에선 무자비하리만치 과감한 지민다운 선택이다. “저는 단색의 깔끔한 옷을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도전을 해봤어요. 재미있었어요. 소화하기는 어려웠지만(웃음). 저는 옷을 좋아하지만 사실 팬분들한테 보여주는 재미로 쇼핑을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입고 보여줄 데가 없으니까 운동복밖에 안 사요.”
기록만 보면 방탄소년단의 지난 2년은 화려했다. 신곡의 연이은 성공으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대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지민은 그 시간이 정체기라 느꼈다. 절정의 무대를 경험하던 중 맞은 팬데믹과 기약 없는 기다림은 방탄소년단과 아미 모두에게 고통이었다. <보그>가 방탄소년단을 만난 건 그들의 대면 콘서트 소식에 세상이 들썩이던 때다. 팬들뿐 아니라 경제, 사회 등 각 분야 전문가들도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고립의 시대를 종언하는 상징으로 받아들였다. 정작 멤버들은 기대만큼 우려도 컸다.
“2년이란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어요.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제가 해온 게 이것(무대)뿐이더라고요. 그저 그것만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했는데 그 일을 못하게 되니까, 어린 제가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제가 살아온 나날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서 슬펐어요. 말 그대로 정체기였죠. 관객의 피드백이 없으니까 열심히 한다고는 해도 뭔가 애매하고 전부 리허설 같은 느낌. 현실감이 없었어요. 최근에 온라인 콘서트를 하면서 ‘이게 괜찮나?’ ‘아, 이대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게 우리가 추구하던 무대가 맞나?’ 콘서트를 연습으로 생각진 않지만 직접 부딪치면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이런 고민은 현재 그들에게 쏟아지는 ‘다음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도 닿아 있다. 그들의 음악은 힙합을 기반으로 일렉트로닉, 디스코, 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변화해왔다. ‘Dynamite’ ‘Butter’ ‘Permission to Dance’로 이어지는 최근작은 그들의 대중성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나 보려는 극단의 실험 같기도 했다. 초기의 거칠고 자유분방한 색깔을 사랑한 팬들은 글로벌한 주목도와 그에 따른 책임감이 메시지의 한계를 초래하진 않을까도 우려한다. “새로운 뭔가를 찾아야 하나,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재정비해야 하나. 어떤 음악, 스타일, 춤을 보여줘야 할까, 여러 고민이 뒤섞여서 풀어가야 할 게 많아요. 다시 이런 고민거리가 많이 생겨서 즐겁습니다.”
보컬로서도 지민은 스스로에게 숙제를 부여했다. ‘Serendipity’의 부드러운 발라드 창법이나 ‘Filter’의 몽환적 팔세토, 최근 팝 넘버의 청량한 고음까지, 그는 보컬로서 자주 변화를 시도했다. 가수에게 창법을 바꾼다는 건 지문을 갈아내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그 쉽지 않은 일을 여러 번 겪었음에도 그는 또 다른 변화를 갈구한다. 그에게 보컬로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을 물었을 때다. “제 보컬에 만족하기는 어려워요. 기교가 많이 들어간 곡은 저도 좋긴 한데 컨트롤이 어렵고 라이브 때 고통스럽기도 해서 방법을 찾는 중이에요. 기반이 단단하지 않은데 개성부터 찾은 셈이죠.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담백해지려 하고. 그 과정이 힘들면서도 재미있는 게, 막내(정국)가 메인 보컬로 잘해주고 있는데,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함께 고민해줘요. 그런 대화와 고민이 행복해요.”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분석해 계량화하려는 시도는 많았다. 하지만 공식을 세운다 해도 적용은 어려운 지점이 이런 것이다. 방탄소년단 멤버들 사이에는 친밀감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방탄소년단의 공식 영상 중에는 무대 동선 문제로 멤버들끼리 싸우고 토론하다 화해하는 장면이나 연습실에서 동료가 만족할 때까지 녹초가 되도록 합을 맞춰주는 장면이 있다. 그들은 관계를 위해 결과물을 포기하지도, 목적을 위해 관계를 희생하지도 않는다. 자극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해간다는 합의, 모두 같은 곳을 보고 있다는 신뢰가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관계다. “춤, 노래, 퍼포먼스, 모든 면에서 서로 영향을 받아요. ‘아, 이 친구 괜찮네, 나도 저렇게 해봐야지’ 하는 식이죠. 트러블이 있을 때 ‘팀이 왜 있지? 무엇을 위해서 팀을 시작했지?’ 생각하면 정신을 차리게 돼요. 저희도 처음엔 힘들었어요. 싸우기도 하고. 저희에게도 첫 사회생활이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멤버들이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성공을 과시하는 셀러브리티 문화가 없는 한국에서 슈퍼스타로 산다는 건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고민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 멤버들을 제외한 친구들한테 솔직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 제 모습이 가식 같아서 별로일 때도 많아요. 멤버들과 얘기할 때는 온전히 솔직해도 되어서 좋아요.”
인터뷰 중 그는 자주 ‘행복하다’ ‘좋다’ ‘다행이다’라는 말을 했다. 방탄소년단의 시계가 느려진 사이 일상인 박지민은 오히려 충만한 시간을 보냈다는 흔적이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취향이 뭔지, 나 자신에 대해 생각했어요. 많이 돌아보고 많은 것을 느꼈어요. 요즘은 ‘너무’ 괜찮습니다. 행복해도 된다 느끼고요.” 자신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건 뭐냐고 묻자 그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굉장히 게으르구나! 씻는 것도 귀찮아서 옷 하나 벗고 30분 돌아다니다가 또 하나 벗고 그래요. 하하.”
슈퍼스타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그에게는 ‘가수로서 완벽하고 싶은 것과 별개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최근의 그는 무언가를 붙드는 대신 비워내는 데서 편안함을 찾은 듯하다. “그땐 취미가 없고, 무대에서 내려오면 괴로우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게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매일 유산소 운동 하고, 친구들 만나고, 그 정도로 만족하고 살아요. 요즘 러닝을 하거든요. 처음엔 2.5km만 뛰어도 죽을 것 같았는데 하다 보니 8km까지 달리게 됐어요. 아무 생각 없이 바람 맞으면서 뛸 수 있다는 게 좋아서 러닝에 매료됐어요. 예전엔 혼자 있으면 생각이 많아져서 무섭고 싫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느끼고, 러닝이 생각을 비워내는 데 도움이 돼요.”
2022년 1월 31일(현지 시간), 방탄소년단은 다시 한번 그래미에 도전한다. 2년 연속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오른 것이다. 지난해엔 팬데믹 때문에 온라인으로 공연을 대체했고 수상도 불발된 터라 팬들이 아쉬워했다. “그래미 수상은 저희가 상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후보에 떡하니 오를 줄이야! 기왕이면 수상해서 팬분들이 좋아해주면 좋겠어요. 하지만 후보에 올랐다는 자체가 기쁜 일이고, 가능하면 이번엔 직접 가서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방탄소년단에게 더 많은 부문을 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래미의 공정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한편으로 그것은 방탄소년단이 써나갈 전설이 아직 남았다는 즐거운 소식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이 세계 무대에서 인종주의, 에이지즘, 문화적 스노비즘을 하나씩 혁파하는 모습을 지켜본 팬들은 어차피 그것이 언젠가 벌어질 일이라 믿는다. 방탄소년단에겐 더 이상의 인정이 필요 없지만 그래미는 권위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해 방탄소년단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The things that gladden Jimin, who is unforgettable once seen and heard.
Pop artists typically say that they want to be “unique” rather than be the best. But Jimin truly is one of a kind — it is impossible to forget him after seeing him and hearing him sing. The dancing of K-pop boy groups is usually a fusion of hip-hop and street dance. Jimin, however, adds the flexibility inherent in modern dance. Jimin’s incredible vocal range, which is rare even among female vocalists, is a weapon that enriches BTS’ songs. In addition, Jimin’s bold emotional expression, no matter what type of song he is singing, has played a big part in the evolution of BTS, whose songs originally centered on powerful hip-hop. Over time, BTS have expanded the focus of their lyrics, going from commenting on social issues to considering youth, love, existence itself and the hopefulness and harmony that can be arrived at through a positive daily outlook.
The longevity of a pop idol like Jimin depends on how much passion he stirs up among the public, and lyricism is what transforms that affection into enthusiasm and adoration. Jimin’s somewhat dreamy facial expressions and manner of speaking, even when laughing and joking, evoke a sense of longing in the hearts of fans, and Jimin himself may not even be fully aware of this. Some people are born with inexplicable qualities: Some deserve to be stars, some need a stage and some fascinating characters arouse both compassion and envy.
For the Vogue photo shoot, Jimin chooses a striking pink suit as his first outfit. It is an audacious choice, and it suits Jimin’s character perfectly. Though shy when speaking to us, he is daring and brimming with confidence on stage. “I usually prefer simple, solid colors, but this time I’ve gone for something more adventurous. It was fun. Difficult to get away with, though,” he says with a laugh. “I like clothes, but I tend to buy them for my fans’ enjoyment. I can’t go anywhere these days to show them off, so I only buy sweatsuits.”
Over the past two years, BTS have put together an amazing track record. The success of a string of recent singles culminated in BTS being named Artist of the Year at the American Music Awards. Ironically, though, Jimin felt he was creatively stagnant during this time. The pandemic hit when the stars were at their peak, and the long wait for restrictions to be lifted was painful for both BTS and ARMY. Vogue met with BTS soon after news dropped that BTS would hold their first in-person concert in two years. The concert would herald the end of the era of isolation, and the group members were both nervous and expectant.
“The past two years have turned out to be almost endless. I’m still young, but for most of my life all I’ve done is perform on stage,” Jimin reflects. “I worked really hard because I wanted to be good at it, but suddenly it was taken away from me, and this made me sad. I have limited life experience, and I don’t want to overstate things, but it felt like my whole life’s work was being negated. It was a time of stagnation. The lack of feedback from a live audience was discouraging. I worked hard, but nothing felt quite right, and everything seemed like a rehearsal. It just didn’t feel real. During our recent concerts, I kept thinking, ‘Is this OK? Can I keep on doing this? Is this what we’ve been working toward?’ Of course, I don’t consider an online concert to be a practice session, but it still made me think about these questions.”
Such agonizing is also related to the question, “What’s next?” (a question that BTS is constantly being bombarded with). Their music has developed through a series of genres, from hip-hop-style songs through to electronic, disco and pop. Their recent songs, including “Dynamite,” “Butter” and “Permission to Dance,” have seemed like an experimental attempt to broaden their appeal. Certain fans who love the raw, free-spirited feel of their early work worry that the global attention and the resulting pressure may limit the scope of their message. “Should we find something new, or should we refine what we’ve done?” Jimin ponders. “What kind of music, style and dancing should we focus on now? There’s a lot to untangle. But it’s good to have a lot to think about.”
Jimin has also thought long and hard about his singing. His style of singing has gone through many changes, from the soft ballad style of “Serendipity” to the dreamy falsetto of “Filter” to the clean high notes of recent pop tunes. For a singer, changing one’s singing style is like erasing one’s fingerprints. Though he has already gone through this difficult process several times, he is still hungry for change. When asked which song he is most attached to in terms of his vocals, he says, “It’s difficult for me to be satisfied with my voice. Songs that require a lot of technique, which I like, are difficult to nail and hard to sing when performing live, so I’m trying to find an alternative. I was focusing on having my own unique style before developing a solid foundation. So, I’m going back to the beginning. I’m trying to keep it simple and straightforward. This process is tough but also enjoyable because I’m able to go over everything with Jung Kook, who’s doing an excellent job as the main vocalist. I’m happy to have these conversations with him and happy to be able to develop and push myself further.”
There have been many attempts to pin down the secret to BTS’ success. However, even if their formula were figured out, it would be difficult to emulate. There is something more than intimacy between BTS members. In one scene from an official BTS video, the members argue, debate and eventually come to an agreement on how to choreograph certain moves on stage. In another scene, they continue working on their moves in a dance studio until they reach the point of exhaustion and everyone is satisfied. They don’t sacrifice results for the sake of maintaining good relationships, nor do they sacrifice relationships for the sake of achieving a goal. Their relationships are based on an agreement to grow and develop together by prodding one another on. They share a common trust because they share the same goals. “Whether we’re dancing, singing or performing, we all influence one another,” explains Jimin. “It’s like, ‘Oh, he’s good. I’ll try that, too.’ When there are difficulties, I ask myself, ‘What is this team for? What did we start this team for?’ and it helps me refocus. We had a hard time at first — we argued. We weren’t used to the work. But now I feel fortunate to be part of the group.”
Living as superstars in Korea, where celebrities are not supposed to show off, BTS lack opportunities to enjoy their success in public. And there are many things they can’t share with others. “It might just be because I’m young, but I find it hard to open up to friends other than fellow BTS members,” says Jimin. “I often feel pretentious, and I don’t like it. It’s nice to be able to be completely honest when talking to other members.”
During the interview, Jimin often prefaces his sentences with “I’m happy,” “It’s good” and “I’m glad.” This shows that, as an ordinary person, Jimin Park has made the most of his downtime during the pandemic. He says, “I thought about myself, what I liked, what I didn’t like, what my preferences were. I had a lot of time for reflection, and I learned a lot. These days, I’m more than just fine. I feel I’m allowed to be happy.” When asked what exactly he discovered about himself, he smiles mischievously and says, “That I’m very lazy! Taking a shower feels like such a chore, so I take off one layer of clothing and walk around for half an hour before shedding another layer.”
While on the road to superstardom, he once mused, “What is it I really want to do apart from achieving perfection as a singer?” Recently, though, he seems to have learned to let things go. “I didn’t have any hobbies back then, and I was distressed whenever I left the stage,” he admits. “That was probably why. But now I don’t ask that question anymore. Instead, I work out every day and meet friends, and I’m content with that. I started running, and at first I felt like I was dying after 2.5km. But now I can run as far as 8km. The reason I got into running was that the sound of the breeze silenced my inner voice. I used to hate being alone because there were too many thoughts going around in my head, and it scared me, but now I feel I need time alone. Running helps clear my mind.”
On January 31, 2022 (local time), BTS will once again be up for contention at the Grammy Awards. BTS was nominated for 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for two straight years. Last time, the ceremony was downscaled due to the pandemic, and BTS went home empty-handed, much to the disappointment of the fans. “Winning a Grammy wasn’t something we’d ever thought about, and I can’t believe we’ve been nominated!” Jimin enthuses. “It would be great to win the award and make our fans happy. But just being nominated is wonderful. If possible, we want to be there, and we want to perform.”
There are many who criticize the Grammys for not nominating BTS in more categories. But at least BTS now has more goals to achieve in the future. Fans who have watched BTS fight racism, ageism and cultural snobbery on the world stage believe that it is bound to happen. BTS needs no further recognition, but the Grammy Awards Show needs BTS to prove its standing.
- 포토그래퍼
- 윤송이
- 패션 에디터
- 황혜영
- 글
- 이숙명
- 3D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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