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그레이가 구현한 영원의 향
메타적 연출에 넘치는 스웨그, 그 안에 피어오르는 푸른빛 향기. 실험가이자 크리에이터 그레이가 구현한 ‘가이악 이터널’이라는 영원의 향.
아틀리에 코롱의 ‘얼굴’이 된 걸 축하해요. 어떤 점이 당신의 마음을 자극했나요?
모범 답안으로 뭐가 좋을까요(웃음). 평소 향을 정말 사랑하는데, 아틀리에 코롱은 ‘과유불급’의 매력을 지녔어요. 너무 과하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은 균형 잡힌 향이 늘 좋았습니다.
이번 뷰티 화보는 성공한 프로듀서이자 남자 그레이의 현재를 조명해요. 지금까지의 발자취를 돌이켜봤을 때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요?
지난해, 그러니까 2021년이 그랬던 것 같아요. 보편적으로 피처링, 프로듀싱 포함해 50곡 참여를 한 해 목표로 작업했는데, 지난해에 53곡이었나? 아무튼 할당량을 뛰어넘었거든요. 1년 기준 30곡이 평균 작업량이니 그야말로 ‘열일’했죠.
이렇게까지 당신을 달리게 만든 동력은 뭔가요?
2019년 코로나가 터지면서 여러 힘든 상황이 맞물려 그야말로 ‘올 스톱’ 상태였거든요. 결과물이 12곡이라면 말 다 했죠. 당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푹 쉬었다면, 2021년에는 ‘못한 만큼 달려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첫 번째 정규 앨범도 냈습니다. 앨범 활동과 함께 <쇼미더머니 10> 촬영도 했고요. 그 혹독한 스케줄을 무탈하게 소화했다는 것 자체로 만족해요. 늘 그랬듯 과정은 힘들지만 그 안에 그 이상의 즐거움이 있으니까요.
그레이의 시그니처 사운드를 포함, 당신은 요즘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에요. 그런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제가 추구하는 방향성과는 좀 많이 다른데, 그럼에도 ‘진짜 멋지다’고 느껴지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가수이자 배우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가 그렇죠. 그를 떠올리면 그냥 딱 ‘구찌’스럽잖아요. 그런 확고한 개성과 아이덴티티가 부러워요. 래퍼 에이셉 라키(A$AP Rocky)도 워너비 중 하나죠.
기본적으로 그레이는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는군요.
부정 안 할게요(웃음). 그런 데다 음악까지 잘하니 ‘압살’이죠. 그러고 보면 저는 ‘록 스타’ 같은 분위기를 동경하는 것 같아요. 아, 숀 멘데스(Shawn Mendes)나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도 있군요. 평범한 흰 민소매나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는, 어찌 보면 워스트 드레서에 가까운데 그마저도 패션이 되어버리죠. 그들을 보면서 요즘 그냥 뭐랄까,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는 본연의 캐릭터 혹은 당당한 태도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최근 스마트폰에 저장한 이미지에 대해 질문하려고 했는데, 이 또한 크게 다르지 않겠군요.
맞아요. 화보 촬영 전엔 해리 스타일스와 숀 멘데스 이미지를 꼭 찾아봐요. 분명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눈을 사로잡는 뭔가가 있어요. 통 넓은 플레어 팬츠에 대충 칠한 매니큐어, 젖은 머리 등, 조합해보면 전체적으로 중성적인 느낌이지만 확실히 남성미가 부각되죠. 그래서 이런 중성적 컨셉을 시도할 때 더 섹시해 보이는 것 같아요.
2020년 촬영차 만났을 때도 느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마음의 근육이 정말 견고해 보여요.
에이, 사람인데 당연히 스트레스 받죠. 근데 점점 감정을 컨트롤하는 ‘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불편한 마음이 들고, 그것 때문에 하루를 망치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그 기분을 다스리고 또 해소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는 게 답이라는 결론을 냈죠.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내 몸과 마음을 위하는 길이니까요.
어떨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나요?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원하는, 이른바 관심으로 먹고사는 직업 특성상 나와 내 일에 대한 평가를 받는 순간이 가장 두려우면서도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해요. 늘 제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면서도 대중의 신랄한 피드백을 모니터링할 때 스트레스가 가장 커요. 그렇다고 눈을 감고 귀를 막을 수는 없으니 결국 좋은 음악으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죠. 근데 또 마냥 타성에 젖어 있을 순 없으니 그 밸런스를 맞추는 게 제가 할 일인 것 같아요.
경험 가운데 가장 확실한 기분 전환은?
술의 힘?(웃음) ‘부어라 마셔라’ 스타일이기보다 마음 맞는 이들과 대화하면서 불편한 감정을 날려 보내요. 확실히 술을 곁들이면 자신에게 더 솔직해지니까.
와인 쪽인가요?
와인, 맥주를 기본으로 예전엔 미처 몰랐던 위스키의 매력에 요즘 흠뻑 빠져 있어요. 단, 소주는 예외. ‘혼술’ 할 때 너무 처량해 보이잖아요(웃음).
자, 이제 타임머신을 타고 ‘향’의 세계로 진입해보죠. 향과 관련된 소년 이성화의 첫 기억은?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어릴 적 진짜 좋아하는 이불이 있었어요. 일명 ‘애착 이불’이라고들 하죠. 그 냄새가 떠올라요. 세제와 섬유 유연제 그 중간쯤, 갓 세탁한 상쾌한 향이기보다 어느 정도 사용감이 느껴지는, 잊지 못할 추억의 향이죠.
그 냄새를 맡으면 누군가 떠오르는, 연관 검색 ‘향’이 있나요?
청국장 냄새와 어머니. 저희 어머니 진짜 요리 잘하거든요. 한편으론 참 신기해요. 외국인 포함, 누군가에게는 견딜 수 없는 악취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향이니까요. 청국장 냄새 자체가 코끝을 파고들면서 뭐랄까, 막 쏘잖아요(웃음). 근데 한편으로는 막 설레고 군침 도는!
평소 즐기는 향은?
시원한 향을 선호하지만 향마다 매력이 달라 딱히 싫어하는 향도 없어요. 좋아하는 향수를 나열해보면 ‘아빠 스킨’ 냄새부터 오렌지 블로섬, 달콤한 망고 향까지 꽤 다채롭죠. 너무 여성스러운 분위기의 향을 제외하고는 제 후각은 지극히 민주적인 편이죠.
향의 매력은 뭘까요?
고급스러움. 향을 맡고 또 뿌리는 행위가 주는 즐거움도 한몫하죠. 기분에 따라 서로 다른 향을 매칭하는 사소하지만 특별한 일상의 묘미까지!
집의 향이란?
원래 살던 집이 지금 공사 중이라 ‘호텔살이’를 하고 있는데, 짐을 쌀 때 일순위로 챙긴 물건이 향수예요. 손이 가는 대로 넣다 보니 20개 정도 되더라고 요(웃음). 잠깐 머물 공간인데 하나면 충분하지 싶다가도 결국 후회할 것 같은 마음에 싹 다 챙겼어요.
향초 혹은 디퓨저?
둘 다! 리얼리티 방송을 통해 드러났듯 향초 정말 좋아해요. 이런 제 취향을 반영해서 팬들이 선물도 많이 주셨죠. 근데 최근 기관지가 안 좋아져서, 향초 사용을 자제하긴 해요. 팬들의 선물도 용각산이나 배, 도라지즙으로 바뀌었죠(웃음). 디퓨저도 안방에 늘 비치해두었는데 같은 이유로 욕실로 옮겼어요.
아침의 향이란?
커피 향. 너무 좋죠. 두툼한 머그잔에 입술이 닿을 때 서서히 올라오는 고소한 원두 향.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선사합니다.
‘가이악 이터널’의 향이란?
어둠 속 청량함.
이 매력적인 향과 어울리는 음악은?
제 노래 중 ‘Summer Night’. 향의 시작과 끝에서 왠지 모를 한여름 밤의 향기를 느낄 수 있죠.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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