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민 아티스트를 위한 기회의 다리
패션 기업과 관련 단체가 서로에게 유익하고 착취하지 않는 방식으로 토착민 아티스트와 패션 간에 다리를 놓고 있다.
콴나 체이싱호스(Quannah Chasinghorse)가 2021년 멧 갈라 레드 카펫을 밟았을 때 찍힌 사진이 입소문을 타고 온라인에 퍼졌다. 전통적인 핸 그위친(Hän Gwich’in, 알래스카와 캐나다 지역) 부족의 얼굴 타투와 나바호(Navajo) 부족의 전통 청록색 보석이 금상첨화를 이루는 피터 던다스(Peter Dundas) 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그 행사를 지켜보는 토착민 지역사회를 비롯해 소외된 그룹에 큰 울림을 주었다. 체이싱호스는 ‘In America’를 테마로 하는 행사에서 토착민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점차 많은 모델, 아티스트, 디자이너와 함께 이들의 존재를 폭넓게 패션계로 이끄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핸 그위친 부족(외가 혈통/알래스카 이글 빌리지)과 오글랄라 라코타(Oglala Lakota) 부족(친가 혈통/사우스다코타의 로즈버드 인디언 보호구역)의 후손인 체이싱호스와 여러 모델, 갭 가을 광고에 출연한 오글랄라 라코타 부족 출신 여배우 자숀 세인트 존(JaShaun St. John)은 패션계에서 얻은 명성을 바탕으로, 사회문제와 환경문제에 목소리를 높인다. 패션계가 역사적으로 포용성이 부족했음을 인정했고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상황에서, 옹호자들과 기업가들은 사회적 각성을 패션계가 토착민 아티스트를 받아들일 기회로 보고 있다. 그리고 여러 브랜드가 함께한다. 루츠 스튜디오(Roots Studio)는 토착민 아티스트와 그들의 역사적인 예술 작품을 세계적으로 디지털화하고 새로운 매체에서 사용하도록 작업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수공예 장인과 가내 수공업자를 지원하고 옹호하는 비영리 기관 네스트(Nest)는 에르메스를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로부터 기금을 지원받았다. 콜롬비아의 사회적 기업 수아아사(Zuahaza)와 함께 여러 단체가 고용 기회를 창출하고 전통 공예 기술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장인 커뮤니티를 세계 시장과 연계하기 위해 노력한다.
소비자의 변화에 대한 요구와 신흥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패션계 풍경이 달라졌고, 이는 토착민 아티스트가 잠재적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확대할 기회로 주어졌다. 이로써 오랫동안 많은 이들이 배제되었다고 느껴온 산업에서 소속감을 더 크게 느낄 때가 많아졌다. 한편 패션 브랜드는 예술적 영감을 얻기 위한 새로운 길을 찾고 점차 현명해지는 소비자들이 존경의 눈으로 바라볼 공급업체와 유대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패션계는 늘 많은 재능을 놓쳐왔죠.” 루츠 스튜디오의 설립자이자 CEO 레베카 후이(Rebecca Hui)가 말했다. 이 기업은 예술가들이 디자인뿐 아니라 그 활용 방법에 대한 소유권을 직접 갖도록 지적 재산권을 등록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협력한다. 네스트의 설립자 레베카 반 베르겐(Rebecca van Bergen)에 따르면 긍정적이고 상호 존중하는 방법으로 장인들과 협력하는 것에 패션계의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이 단체의 수공예 연합(Craft Coalition)에 참여하는 브랜드는 랄프 로렌, 토리 버치, 캐롤리나 헤레라, 솔트, 조나단 코헨 스튜디오, 이자벨 마랑 등이다. 그리고 브랜드와 디자이너를 장인, 메이커와 연계시켜 ‘공동체 및 메이커 이익 중심인’ 윤리적 소싱 증대에 초점을 맞춘다. 루츠 스튜디오는 프라나(Prana), 아웃도어 리서치(Outdoor Research)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후이에 따르면 12개 이상의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중 일부는 2022년(나머지는 2023년)에 출시할 예정이며, 상당수는 유명 브랜드와 함께 발표한다.
웨스트엘름(West Elm) 및 기타 브랜드와 더불어 네스트의 프로젝트에 기금을 지원하는 에르메스는 장인과 협업은 ‘전통 수공예 작업 방식을 늘리고 활발하게 하고자 하는’ 이 브랜드의 기대와 맥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에르메스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국가의 문화적 유산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부당한 대우를 받던 독립 장인 업체를 육성, 지원하고 이들에게 권한을 부여할 수 있게 한다. 토착민 지역사회와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면 아티스트의 수입이 늘어날 것이고, 패션을 통해 아트와 문화를 다양화하는 길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양측의 만족감을 드높이는 길을 마련할 수 있다. “패션계가 토착민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방법에서 깊이 있는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 같아요. 럭셔리 업체와 패션계가 저희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후이가 말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프라나와 아웃도어 리서치가 지난봄 발표한 컬렉션은 루츠 스튜디오와 토착민 아티스트와 협업으로 디자인했다.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예술 작품이 제품에 사용되는 방법, 그것을 매장에서나 온라인으로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방식 등 그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모든 단계의 발언권을 갖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과정 전체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후이가 전했다. 이는 협업이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가 되도록 보장하며, 착취나 전용, 무례한 느낌이 없도록 분명히 한다. 후이에 따르면 이는 발이나 사타구니 등 의상의 특정 부분에 예술 작품이 쓰일 수 없다는 것(이것은 무례함의 표시가 될 수 있다)을 아티스트가 브랜드에 밝히는 것이 될 수 있고, 한 브랜드가 랜딩 페이지에서 사용하고 싶었던 모티브를 아티스트가 반대할 수 있는 것(그리고 대체 모티브를 찾기 위한 후속 작업에서 발언권도 갖는 것)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루츠 스튜디오는 처음부터 작업 조건을 명확히 한다. “우리가 새로운 브랜드 파트너와 논의할 때마다 과정 전체를 안내합니다. 우리 과정대로 시작하죠. 동정심에서 이끌지 않습니다.” 후이가 말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불편하더라도 동의하에 기본 모델을 마련해야 합니다.”
예술 작품의 스토리 또한 작품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후이가 덧붙였다. 예를 들어, 루츠 스튜디오×프라나 컬렉션의 프린트 중 하나는 인도의 토착민 공동체 빌 커뮤니티(Bhil Community) 출신 예술가 부리 바이(Bhuri Bai)의 그림 ‘Messenger of Sky’ 덕분에 탄생했다. 이 브랜드는 아티스트의 개인적인 인생 역정, 그다음 그의 사투리로 ‘구바두(Ghuvadu)’라 불리는 새와 관련된 그림의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우리는 옷이 한 개인의 가치관을 굉장히 많이 반영할 수 있다고 믿어요. 이런 유의 파트너십은 특별한 프린트나 패턴 이면에 담긴 더 심오한 영감을 공유함으로써 관련성을 키우죠. 이것이 더 특별하게 만듭니다.” 프라나의 마케팅 담당 이사 커스틴 워들리(Kirsten Wadley)가 말했다. “공급 체인에서 개인적인 연관성을 더 키울수록,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관계가 더 개선되고 더 강해진다는 것을 알아냈고 지속적으로 발견하고 있죠.”
“루츠 스튜디오는 단지 예술 작품만 찾고 관계나 스토리텔링 요소는 중시하지 않는 브랜드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아요.” 그러나 그런 대화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고 후이가 말했다. 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활용하는 모든 단계에서 그의 승인을 얻는 과정은 빠르고 직접적인 결정에 익숙한 브랜드에는 몹시 힘든 일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브랜드와 아티스트 간에 관계의 힘을 균등하게 안배하는 것이 핵심이다. 후이는 “그 과정에서 아티스트들이 단순 노동자로 취급받지 않게 하면서, 어떻게 하면 저희가 아티스트에게 더 많은 에이전시를 이어줄 수 있을까요?”라고 말했다. 그 과정은 또한 장기적으로 한 브랜드가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되는 자체 선택 프로세스가 된다.
2020년 9월 네스트는 젠더, 인종, 경제적 수단이나 능력에 상관없이, 장인들에게 동등한 경제적인 기회를 제공하도록 돕고자 2018년 설립된 메이커 유나이티드 프로그램에서 토착민 아티스트를 위한 지지 단체를 론칭했다. 그것은 공예 박람회 등 그들의 기존 판매 채널이 팬데믹 때문에 대체적으로 줄어들던 시기에 북미 원주민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한 방안이다. 이 프로그램은 아티스트들이 향상시키고 싶은 특정 기술을 배우고 다듬을 수 있는 교육 기회와 워크숍 마련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가격 책정과 판매, 규정 준수 또는 브랜드 전략과 마케팅도 프로그램에 포함될 수 있다. 반 베르겐은 네스트가 그 프로그램을 주도하기보다는 장인들과 지역사회가 그들의 필요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만들게 하는 것이 그 단체의 최우선 사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가 지난 18개월 동안 배운 점은 BIPOC(백인 이외의 기타 소수 인종)의 주장을 지지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겁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들이 직면한 문제에 효과적인 해결책이 있다면, 그 해결책 구축의 중심에 그들이 있어야 하는 거죠.”
이항크톤완(Ihanktonwan) 부족과 오글랄라 부족의 혼혈이며 호프 네이션 컨설팅(Hope Nation Consulting) 이사로 활동하는 전략 어드바이저 세실리 엥겔하트(Cecily Engelhart)는 그 프로그램을 맡겠다고 곧바로 동의하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이 토착민 지역사회와 함께 일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그런 프로젝트도 많아요. 우리는 굉장히 방어적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상호 이익이 어디에 있는가’(이것은 네스트를 통해 우리가 분명히 해야 했던 것 중 하나였습니다)에 대해 정확히 납득하지 못한 채 질문과 정보 추출 과정을 겪게 하는 데는 관심이 없답니다.” 그녀가 말했다. “우리 토착민의 자부심이 그들 지역사회의 필요 사항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을 이해해야 했죠.”
이 일은 그녀를 흥분시킨다. 이것이 패션의 토착적 표현을 의미하는 것일 뿐 아니라, 더 광범위하게 문화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토착적 패션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것을 만드는 사람으로부터 구매할 수도 있고, 우리가 알고 있고 존경해온 예술가들을 TV나 다른 곳에서 지켜보기도 하죠.” 그녀가 말했다. “그것은 정말 흥분되는 일입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되돌아보기 때문이죠. 그것은 꼭 한 기업이나 단체와 판매 파트너십을 맺는 것에만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한 측면입니다. 중요한 측면이죠. 또 다른 구성 요소는 이런 방식을 통해 우리가 고취시켜가는 거죠.”
네스트와 루츠 스튜디오의 프로그램을 차별화하는 핵심은 그들이 함께 일하는 커뮤니티에 귀 기울이고 그들과 관계 형성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토착 아트가 문화적 전용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사용하는 것의 핵심이 된다고 엥겔하트가 말했다. 패션 브랜드는 이런 전용에 대한 혐의로 인해 반복적으로 대중적 논란의 중심에 놓여왔다. “토착적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고 동기를 부여받은 사람들이, 그것들을 자신의 디자인으로 팔기보다, 이 디자인을 만든 사람들과 관계를 발전시켰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녀가 말했다. “우리 디자인에 대해 궁금해하다 보면, 우리가 누군지 알게 되고, 이는 더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VK)
- 글
- RACHEL CERNANSKY
- 사진
- JACKIE NICK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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