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지각변동을 이끄는 24인 Part 1
변화의 색깔은 늘 파랗다. 시대의 지각변동을 이끄는 24인을 소개한다. 언덕을 넘어 바람이 불어온다.
춤이 선사하는 에너지, 조나인
영향력 있는 댄서 내 춤을 보고 열정을 갖겠다고 다짐했다거나, 갈팡질팡했는데 갈 길을 정했다는 식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싶다. 춤을 추며 가진 목표이자 가장 많이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힘과 카리스마 선호하는 장르는 힙합이며 안무를 짜는 ‘코레오’를 좋아한다. 힙합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다. 추는 사람에 따라 가볍게 추는 힙합, 무겁게 추는 힙합이 된다. 정해진 틀이나 동작 없이 각자 스타일로 표현하는 매력이 있다. 내 춤의 정체성은 힘과 카리스마다. 평소 화를 잘 내지 않지만 춤출 때는 내 안에 있는 화를 표현한다고 여기며 춤춘다.
Show Out 한 달 사이에 자가 격리를 두 번이나 했는데, 춤을 못 추다 보니 힘들었다. 2주 치 화가 난 마음을 꾹꾹 담아 ‘Show Out’ 안무를 만들었다. 유튜브에 검색하면 나온다.
저스크절크 팀과 학교생활 하는 시간이 맞지 않아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지금 키워야 하는 실력과 배워야 하는 것을 고민했지만 내 춤에서 팀은 큰 목표였기에 저스크절크를 선택했다. 혼자 추기보다 늘 팀을 바랐기에 저스크절크는 정말 의미가 크다.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스걸파) ‘준비된 자에게 오는 기회가 정말 무서운 거다’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코로나 때문에 무대도 대회도 없다 보니 정말이지 실력만 키워왔다. 2년여 동안 학교를 포기하고 그 시간을 들여 더 크게 성장하려던 노력을 <스걸파>를 통해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
턴즈 또래들과 다른 춤을 추고자 한다. 평소에는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게 춤추지만 무대에서는 퍼포먼스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한다. <스걸파> 파이널 무대에서 채원이라는 친구와 둘이 바닥에 떨어지거나 브리지 동작을 하며 한 바퀴 옆으로 도는 동작도 시도했다. 실수하면 무대를 망치니까 리스크가 크고 실제로도 위험한데 성공할 때 뿌듯함도 그만큼 강렬하다.
성장과 보람 중학생 때 친구 따라 동네 학원에 갔다가 무대에 서며 춤을 처음 접했다. 끼도 없고 몸치였는데 욕심은 많아 본격적으로 해봐야 내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그러면서 춤 실력이 늘었고 그 가운데 느끼는 성취감이 있어서 댄서가 됐다.
물레방아 좀 웃기긴 한데 나에게 춤이란 물레방아다. 아무리 힘들고 피곤하고 슬픈 일이 있어도 춤만 추면 내가 굴러간다. 앞으로 댄스 영역에서 나아가 여러 방향으로 응용하며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내가 짠 안무로 더 많은 무대를 만들고 싶다.
불멸의 오르간, 이민준
스위스 생모리스 국제 오르간 콩쿠르 2021년 8월 ‘스위스 생모리스 국제 오르간 콩쿠르’에서 1위와 청중상을 수상했다. 오르간을 공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처음 나간 콩쿠르였기에 지금도 얼떨떨하다. 세 개 라운드에서 총 여섯 대의 다른 오르간을 다루고 리허설 시간이 짧아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쉽지 않았지만 값진 경험이었다. 콩쿠르는 공정성을 위해 심사위원이 참가자를 못 보는데, 한 분이 소리만 들어도 나인 줄 안다며 얼마나 ‘Enjoy’하게 치는지 자신도 아주 ‘Enjoy’해졌다고 인사를 전했다. 콩쿠르 수상 후 감사하게도 많은 연주를 했다. 지난 11월, 현재 살고 있는 뤼베크의 역사적인 야코비 교회에서 국립청소년합창단(Landesjugendchor)과 바흐의 모테트와 오르간 작품을 연주했다. 기립 박수를 받을 만큼 환상적인 시간이었다.
반주 봉사 내가 다닌 성당에 독일 ‘칼 슈케’사의 큰 파이프오르간이 있었다. 열 살 때 너무 쳐보고 싶어서 오르간 열쇠를 찾아내 몰래 연주했다. 모든 음색을 다 뽑고 엄청 시끄럽게 쳐서 수녀님이 놀라 올라오셨다. 혼날 줄 알았는데 그때부터 성가 반주를 배워 독일 유학을 오기 전까지 새벽 미사의 반주 봉사를 했다.
영원의 소리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 음악원 기악과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그러다 오르간에 매료되어 졸업 후에 석사과정인 예술전문사 기악과 오르간 전공으로 입학했으며 휴학한 상태다. 현재는 독일 뤼베크 국립음대에서 오르간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오르간이란 악기는 피아노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미사와 예배 때 쓰이는 악기로서 영적인 느낌도 있고 많은 음색 장치(소리)가 있어 오케스트라의 웅장함, 다양함이 공존한다. 무엇보다 악기 특성상 소리를 무한정 지속할 수 있는 불멸이 있다.
바흐 바흐의 ‘프렐류드와 푸가 Eb장조 작품번호 552’를 접하면서 그의 오르간 작품에 완전히 매료됐다. 바흐의 음악은 직설적이면서 꼬여 있어 하나하나 발굴하는 묘미가 있다. 그렇기에 연주하기 매우 어려워 나의 결점과 직면한다. 수치스럽고 때론 좌절하지만 그로 인해 많이 배운다. 요즘 가장 빠진 오르간곡은 바흐의 코랄 파르티타 ‘Sei gegrüßet, Jesu gütig BWV 768’이다. 하나의 코랄 선율을 바흐가 변주한 작품이다. 이 곡을 공부해 오는 7월 스위스 프리부르에서 연주할 예정이다.
모험 새로운 오르간을 만날 때 행복하다. 각각의 오르간은 모양, 형태, 규모, 음색, 소리가 다르기 때문에 해당 악기를 접하고 경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좋은 오르간과 그 장소의 좋은 울림이 만나면 금상첨화다. 오르가니스트는 평생 좋은 오르간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가상 인격 실험, 김나희
기술과 성 오디오-비주얼 콜렉티브 ‘업체eobchae’의 일원이며, 서울과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기술에 대한 관심과 친화력, 개인적인 성적 욕망과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에 대한 호기심, 가족 제도를 둘러싼 페미니즘 이슈를 주제로 웹 기반의 작업을 한다.
나희앱 나희앱(nahee.app)은 나의 가상 인격으로서, 성욕을 가진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보다 자신의 욕망을 중심으로 작동되는 불친절한 인터페이스의 인공지능 혹은 사이보그다. 나희앱은 주로 인간 나희의 성적 욕망과 경험을 재료로 각종 프로그램과 네트워크를 제작해 소셜 미디어에 공유한다. 나희앱 초기에는 흥미롭다고 생각한 성 경험을 웹 프로그래밍 언어로 풀어 쓰는 일종의 코드-시(Code Poem, 기존 시 장르에 컴퓨터 코드를 언어로 차용한 문학 장르)를 작성했다. 코드-시에 내 성적 만족감을 선언하고, 컴퓨터 사이를 오가는 데이터 대신 파트너에게 전달할 성적 행위를 입력하는 식이어서 변수도 있다. 작업을 진행할수록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는 관객에게도 얘기를 잘 전하고 싶어 그래픽 요소를 적극 도입했다. 그 작업이 <Torrents of Sex>와 <Handshake Erotica>다. <Torrents of Sex> 네트워크에서는 토렌트 네트워크에서 효율적으로 다수의 타인과 파일을 공유하듯 다수의 타인과 최적화된 성적 만족감을 나눌 수 있다. <Handshake Erotica>는 웹 개발자로서의 자아가 더 긱 (Geek)한 방향으로 나아가 성적 롤 플레이를 ‘서버’와 ‘클라이언트’ 역할로 수행하는 방법을 순서도 형태로 자세히 묘사했다.
대디 레지던시 이성애 중심의 결혼 제도를 벗어나 가족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프로젝트(daddy-residency.com)다. ‘대디 레지던시’에서 인간 나희가 2026년쯤 기증받은 정자로 아이를 낳고, 이 아이를 오픈콜을 통해 선발된 임시 부모(대디)들과 함께 키운다는 계획이다. 임시 부모들은 반년에서 1년 정도 나와 아이랑 함께 레지던시 하우스에서 생활한다. ‘대디 레지던시’는 성적 정체성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
리비도, 생식, 가족, 친구 내 작품의 근간은 나의 리비도(Libido, 정신분석학 용어로 성 본능, 성 충동)와 생식에 대한 호기심, 가족과 얽히고설킨 복잡하지만 소중한 관계, 사랑하는 친구이다. 성욕은 강렬하고 압축된 경험이라 계속 탐구하길 원하고, 사회에서 성과 생식의 유착 관계를 들여다보면 가족으로 자연스럽게 생각이 흐른다. 친구는 가족 같기도 하고 작업할 때 그들을 맨 먼저 관객으로 상정하고 작업을 구상, 발전시키기에 꼭 필요한 존재다.
쓰레기의 가치, 홍다경
쓰레기 산 열여덟 살, 자퇴하기 전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급식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방안을 학교와 교육청에 6개월간 제안했다. 마침내 잔반을 깨끗하게 처리한 학생에겐 아프리카 기아 친구를 도울 수 있는 기부 쿠폰을 주기로 했다. 스무 살 때 봉사 활동을 위해 간 뉴질랜드에서도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해 분리수거가 미흡한 것에 충격받았다. 귀국해서 서울 청년 일자리의 일환으로 청소 일을 하면서 쓰레기가 남발하는 현장을 재확인하며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꼈다. 2018년 스물두 살 때 전국 쓰레기 소각장과 매립장 30여 군데를 돌았다.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포화 상태인 현장은 그야말로 우리의 민낯이었다. 사람마다 가치 있고, 지구도 가치 있고, 쓰레기도 가치 있는데 갈 곳 없는 쓰레기가 모여서 산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부터 더욱 적극적으로 기업을 상대로 분리배출 교육을 하러 다니고, 청년 참여형 행사를 여는 등 지금까지 2만여 명을 대상으로 활동했다.
지지배 2017년 지지배를 결성할 때만 해도 작은 환경 동아리였다. 2019년 지구시민연합의 청년팀장을 맡으면서, 지지배도 산하 조직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지지배는 온·오프라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한다.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의 중요성을 느껴 스토리텔링과 재미가 함께하는 기획도 한다. 펀딩을 받아 제주 바닷속 쓰레기 실태를 드러내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예쁜 쓰레기 주워오기 플로깅 대회, 쓰레기 없는 쓰레기 파티도 연다. 아티스트들이 쓰레기를 소재로 작품을 만들고 쓰레기 난타, 쓰레기 보물찾기도 했다. 봄에는 청소년들과 함께 국회에서 환경 댄스 챌린지를 가질 예정이다.
환경 크루 함께하는 이들이 많기에 외롭지 않다. 무인 자동차 프로그래머는 쓰레기 산 지도를 만들어줬고, 스타트업 관계자는 초등학생에게 쉽게 환경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또 다른 IT 관계자는 제페토로 지구 환경 마을을 만들었으며, 한 유튜버는 쓰레기 없는 여행을 기획해 영상을 제작 중이다. 현재 나는 환경부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데 지구의 날 행사에도 여러 환경 유튜버들이 참여할 것이다.
보얀 슬랫 서른 살이 되면 세계를 돌며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싶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시스템 문제를 연구해 환경 스타트업을 세우고 싶다. 보얀 슬랫(Boyan Slat, 비영리단체 ‘오션클린업’의 창립자이자 유엔환경계획(UNEP)이 수여하는 ‘지구환경대상’의 역대 최연소 수상자)처럼 말이다. 개인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법과 정책,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VK)
- 에디터
- 조소현, 김나랑, 김다혜, 송가혜, 신은지
- 포토그래퍼
- 채대한, 로빈 카터(Robin Kater), 대니 림(Danny Lim), 이우정
- 스타일리스트
- 헨드리크 샤울린(Hendrik Schaulin), 애슐리 차오(Ashley Tsao)
- 헤어
- 가베, 클라우디아 플라트(Claudia Plath), 기요노리 수도(Kiyonori Sudo@L'Atelier NYC), 이담은
- 메이크업
- 최민석, 클라우디아 플라트(Claudia Plath), 마리코 아라이(Mariki Arai@The Wall Group), 이담은
- 프로덕션
- 배우리(Woori Bae), 박인영(@Visual Park)
- 아트워크
- 장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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