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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코텍 창시자 레진, 92세로 별세하다

2022.05.06

디스코텍 창시자 레진, 92세로 별세하다

“나의 레진, 나의 친구! 당신은 삶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혹은 잠시 잊기 위해 나이트클럽을 방문한 수많은 사람들과 아티스트의 친구였습니다.” 

“춤을 출 수 없다면, 사랑도 할 수 없다!” 프랑스의 가수이자 배우로 활동하던 레진(Régine)이 지난 5월 2일 향년 92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살바도르 달리, 이브 생 로랑, 칼 라거펠트, 앤디 워홀 등 전설적인 인물들이 자주 방문하던 클럽의 창시자였죠. 1980년대에는 미국, 유럽, 중동 등 전 세계에 20여 개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며 그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살았던 자칭 ‘밤의 여왕’이었습니다.

그녀의 본명은 레지나 질베르베르그(Regina Zylberberg). 1929년 벨기에의 폴란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그녀를 떠난 어머니 대신, 도박과 술을 즐기던 아버지 밑에서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보냈죠. 파리의 길거리 노점상에서 속옷을 판매하며 부와 명성에 대한 갈망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1957년 파리의 작은 골목 지하에 그녀의 이름을 딴 첫 클럽을 오픈합니다. 

“주크박스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잠시라도 멈추면 분위기가 가라앉곤 했어요. 결국 주크박스 대신 턴테이블 두 개를 설치해 음악이 멈추지 않고 재생되도록 했죠. 나는 클럽의 바텐더이자 도어맨, 화장실 청소부이자 안주인이었습니다. 게다가 ‘최초의 디스코텍 오픈’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어요. 나는 최초의 클럽 디스크자키였습니다.” 

그녀는 탁월한 사업가였습니다. 돈을 빌려 시작한 작은 클럽은 곧이어 전 세계로 뻗어나갔죠.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고가의 회원권, 화려한 인테리어로 특권층을 겨냥한 클럽 회원제를 도입했습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지만, 모두가 초대받고 싶은 공간을 만든 거죠. 레진의 친구이기도 했던 믹 재거가 운동화를 신어 입장을 거부당했다는 일화가 있을 만큼 누구에게나 엄격한 드레스 코드를 유지했습니다. 리무진에서 내리는 셀러브리티와 왕족, 정치인이 그녀의 고객이었습니다. 

20여 년 동안 전성기를 누렸지만, 시대가 변하며 레진의 인기 또한 영원하지 못했습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며 스튜디오 54 같은 트렌디한 클럽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죠. 레진은 새로운 세대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지 못했고, 결국 프랑스와 이스탄불, 뉴욕 등 몇 곳만 남겨둔 채 많은 클럽의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1990년대 이후로는 주로 파리에 머물며 이따금 자선 활동과 파티를 이어갔죠. 

레진은 나이트클럽 기업가로 주로 알려졌지만, 엔터테이너 역할에도 큰 애정을 쏟았습니다. 다양한 영화의 조연으로 출연했고, 파리와 뉴욕에서는 가수로 활동했죠. 세련된 무대 매너로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녀는 2020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노래는 취미였지만 지금은 무대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50년 후에도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어준다면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녀의 클럽에서 춤을 추고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밤을 지새우던 수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바람처럼 레진의 삶을 특별하게 기억할 것입니다. 장례식은 오는 9일 파리의 페르 라셰즈 묘지에서 열립니다. 

    프리랜스 에디터
    황혜영
    포토
    Courtesy Photos,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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