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보석을 찾아서
더 높은 지속 가능성 확보 방안을 모색하는 다이아몬드 산업. <보그>가 보석을 가장 착하게 생산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다.
우크라이나의 실험적인 보석 브랜드 노미스(Nomis)는 실험실에서 생산한 다이아몬드, 즉 합성 다이아몬드만 사용한다. 귓불에 꽂도록 디자인한 연필 길이 핀에 산발적으로 박힌 다이아몬드든 귀를 감싸 머리에 딱 달라붙는 형태의 귀고리 이어오벌스(EarOvals)에 무리 지어 장식한 다이아몬드든, 노미스 주얼리에 쓰이는 다이아몬드는 모두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다. “우리는 합성으로 만든 다이아몬드를 사용합니다. 그것이 타당한 선택이기 때문이죠.” 노미스의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료나 키퍼만(Alyona Kiperman)이 말했다. “합성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더 저렴하죠. 그렇지만 광산에서 채굴된 다이아몬드와 똑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어요. 우리는 신생 주얼리 브랜드고, 합성 다이아몬드가 좀 더 현대적으로 느껴질 뿐입니다.” 채굴된 다이아몬드를 지속 가능성과 관련해 언급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그린워싱(Greenwashing), 즉 위장환경주의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제 작업은 템포가 빠르고 판타지와 리얼리티를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죠.” 키퍼만이 비슷하게 공급받은 에메랄드와 사파이어뿐 아니라 인공적으로 생산된 다이아몬드를 사용하는 것은 일리 있는 일이다. 그녀는 디자인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패션에서 ‘룩’이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뉴욕 기반 럭셔리 브랜드 호머(Homer)에서도 미국산 합성 다이아몬드가 실버, 골드, 에나멜과 조화를 이루며 만화 같고 난해한 디자인에 사용된다. 18캐럿 옐로 골드로 제작한 앵그리 맨(Angry Man) 펜던트는 로듐 도금된 실버로 만든 똑같은 디자인 목걸이보다 아홉 배나 비싸다. 두 작품 모두 합성 다이아몬드가 특징이다. 그것은 원석(Stone)이 아니라 귀금속(Precious Metal)이 ‘가치’가 있음을 증명한다.
천연 진주 vs 양식 진주, 진품 마티스(Matisse) 그림 vs 마티스 그림 포스터. 이런 식의 비유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합성 다이아몬드를 비교할 때도 쓰이지만, 적합하지 않다. 두 영역 간 설전, 주로 좀 더 지속 가능한 제품에 대한 고객의 요구 증가에 관한 논쟁은 분명한 결론을 내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꼭 경쟁적인 관계일 필요는 없다. 그 두 영역은 같은 부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열이나 압력을 필요로 하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사용해 공장에서 제조되는 합성 다이아몬드는 ‘윤리적’ ‘지속 가능한’ ‘탄소 중립적’이라는 말로 마케팅하고 있다. 한편 채굴된 다이아몬드 원석을 향한 관심은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과 ‘천연의 출처’를 홍보하기 위한 드비어스의 1948년 슬로건 ‘A Diamond is Forever’에서부터 시작됐다.
판도라는 2021년 5월 처음으로 지속 가능한 합성 다이아몬드 컬렉션 ‘판도라 브릴리언스(Pandora Brilliance)’ 론칭을 발표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스털링 실버 혹은 14캐럿 골드에 세팅된 이 다이아몬드 작품은 가격이 비싸지 않고 편하며 미니멀하다. 그리고 자기 자신뿐 아니라 자녀나 친구에게 선물할 만한 제품이다. 이 메가 브랜드의 CEO 알렉산더 라식(Alexander Lacik)은 “다이아몬드는 영원할 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뉴욕 소재 다이아몬드 산업 애널리스트 폴 지민스키(Paul Ziminsky)는 ‘다이아몬드의 민주화’야말로 합성 다이아몬드에 대한 최적의 정의라고 생각한다. “럭셔리 제품은 정서적인 면을 판매하죠. 무한 공급이 가능하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제조 상품은 소비자에게 럭셔리 제품과 똑같은 정서적 효과를 안겨주지는 못합니다.” 지민스키 또한 합성 다이아몬드 시장에서의 분명한 영역 분할을 확인하고 있다. “사람들이 중국 공장에서 만든 최저가 원석에 비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만들고 온전히 이력 추적이 가능한 고품질의 합성 다이아몬드에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할 거라고 생각해요.”
“합성 다이아몬드는 저희가 활동하는 영역, 즉 많은 사람이 구매 가능한 주얼리 분야에 확실히 적합하죠.” 판도라의 기업 커뮤니케이션 & 지속 가능성 부문 부사장 매즈 투메이 매드슨(Mads Twomey-Madsen)이 말했다. “합성 다이아몬드는 수년간 진화를 거듭하고 있어요. 그러나 더 폭넓은 기술의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가격이 내려가게 되었죠.” 이제 합성 다이아몬드는 채굴 다이아몬드보다 30% 더 저렴하다. “게다가 ‘합성’이라는 말은 환경에 굉장히 미미한 영향을 미치는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죠. 브릴리언스 컬렉션의 작은 반지 하나가 함유하는 탄소량은 우유 1리터 정도입니다.”
천연 다이아몬드 협회(Natural Diamond Council)는 업계 최고의 다이아몬드 채굴업체로 구성된다. 드비어스 그룹과 리오 틴토(Rio Tinto), 루카라 다이아몬드(Lucara Diamond)를 비롯한 이 협회의 일곱 멤버가 전 세계 천연 다이아몬드 공급량의 75%를 차지한다. 협회 멤버들은 ‘다이아몬드 주얼리 산업의 완전성을 확립하고 고객에게 영감을 고취하며 이들을 교육하고 보호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비방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부의 축적을 이어가려고 노력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부는 수많은 사람에게 유익한 사회적 선을 행하기 위한 일부 인상적인 이니셔티브와 한데 얽혀 있다(그리고 말하자면 합성 보석 기업도 자선단체가 아니다. 그들도 수익 창출을 위해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기술 기업과 다를 바 없다).
주로 아프리카와 호주 대륙, 브라질, 캐나다, 러시아에 있는 대규모 다이아몬드 광산은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렇지만 수백만의 생계가 달린 이 산업을 합성 보석 공장으로 바꾸는 것이 해답은 아니라고 크리스티나 빌레가스(Cristina Villegas)가 말했다. 그녀는 빈곤국의 경제개발을 지원하고 자원 의존국이 좀 더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으로 작업하도록 돕는 데 특화된 NGO Pact가 운영하는 ‘광산에서 시장까지 프로그램(Mines to Markets Program)’의 이사로 활동한다. “오지 커뮤니티의 책임감 있는 광부들을 내팽개치고 북반구 선진국에서 행하는 사업을 더 우선시하는 것은 말 그대로 책임 있는 자원 조달에 완전히 어긋나는 행태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드비어스 그룹의 윤리적 이니셔티브 부문 수석 부사장 페리엘 제루키(Feriel Zerouki)가 이끄는 젬페어(GemFair)는 기본 장비만 이용하고 빈곤한 지역 출신의 사람들로 구성된 영세한 채굴을 지원하고자 마련된 이니셔티브다. 예전부터 광부들은 합리적인 가격을 받지 못하고 더 공식화된 산업적 연결 고리 부족으로 착취당할 위험에 놓여 있다. 드비어스는 작업 현장의 실태 개선뿐 아니라 광부들이 채굴한 것을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국제시장에 접근하도록 돕는 것을 그들의 책임으로 받아들인다. 현재 그 시범 계획은 시에라리온(Sierra Leone)에 등록된 150여 개 광산을 포함하며 장비와 교육, 지속적인 멘토링을 제공한다. 제루키 본인이 좋아서 이 일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적법한 사업체는 영세하게 채굴된 다이아몬드를 조달하지 않아요. 우리는 이 광부들을 위한 마케팅 루트를 만들고 궁극적으로 그들의 보석이 주얼리 작품에 사용되는 것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머지않아 영세하게 채굴된 다이아몬드가 적법하게 조달되고, 온전히 이력을 추적할 수 있으며, 보석에 세팅되어 보석상에서 판매되길 기대한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윤리적인 다이아몬드를 위한 최상의 상황 전개일 것이다.
블록체인 기록 등 고도의 기술 발전을 통해 다이아몬드 채굴업체가 투명성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켜나가리라 기대한다. 메이저 보석업체로서는 처음으로 티파니가 2020년에 미가공 다이아몬드의 이력 추적 기능을 제공했다. 이 기업의 최고 지속 가능성 책임자 아니사 카마돌리 코스타(Anisa Kamadoli Costa)는 그 후 그 이니셔티브가 어떻게 확대되었는지 설명했다. “현재 저희의 다이아몬드 공예 여정(Diamond Craft Journey)은 원석 산지뿐 아니라 커팅, 세공, 분류, 세팅 등이 이뤄지는 곳에 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죠. 티파니의 이 프로그램은 다이아몬드가 옮겨 다닌 곳을 기록한 지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작업이 지역사회, 인권, 환경에 미친 긍정적 영향을 의미합니다.”
판도라는 유럽과 북미 공장에서 합성 다이아몬드를 생산한다. 특히 전체 에너지 사용량 가운데 60%가 재생에너지다. “내년에 브릴리언스 컬렉션을 전 세계 시장에서 론칭할 때,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100%에 이를 것입니다.” 투메이 매드슨이 말했다. “이것은 에너지를 사용할 때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렇지만 재생에너지든 아니든 실험실에서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 사용량을 문의하자 다른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판도라 역시 정확한 수치를 알려주지는 않았다. “우리에게는 정확한 킬로와트 수치가 없어요.” 투메이 매드슨이 답했다. 그들은 또한 어떤 합성 다이아몬드 제조업체와 손잡았는지에 대해서도 ‘상업적 경쟁이라는 이유’ 때문에 답해주지 않았다.
모나 아카비(Mona Akhavi)는 브레(Vrai)의 CEO다. 이 브랜드는 보석 수준의 합성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첫 기업 중 하나인 다이아몬드 파운드리(Diamond Foundry)의 고객 대면을 담당한다. “에너지 사용량을 수치로 알려드릴 수는 없어요. 기술이 늘 변화하니까요.” 아카비가 줌으로 말했다. 그는 나중에 이메일을 통해 독점적인 정보를 공개하고 싶지 않은 것이 그 이유라고 알려줬다. 그 기업의 워싱턴주 소재 공장은 탄소 중립으로, 컬럼비아강에서 발전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한다.
브레는 반달, 바게트 모양 등 다양한 형태의 다이아몬드뿐 아니라 앙증맞은 솔리테어 링부터 3.44캐럿 어셔 컷 링까지 다양한 주얼리를 만들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 ‘나만의 약혼반지 만들기(Build Your Own Engagement Ring)’를 제공함으로써 매우 포부 넘치는 사업을 펼친다. 35캐럿이 넘는 합성 다이아몬드를 뽐내는 초커가 약 6만 파운드에 판매되고 있다. 이 기업의 웹사이트에는 천연 다이아몬드 채굴 통계치를 지표로 활용해 “브레에서 생산된 다이아몬드 1캐럿당 이산화탄소 65kg과 대기 오염 물질 57kg의 발생을 줄였고 토양 227톤을 절약한다”고 적혀 있다.
솔직히 어느 쪽의 주장도 고객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신공격은 상황을 더 분명히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건전한 경쟁을 유발하는 효과는 있다. “합성 다이아몬드의 두드러진 부상은 채굴 다이아몬드 산업에 압박을 가하고 있어요.” 빌레가스가 말했다. “저는 사회적,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위한 노력 면에서 생산업체가 서로 경쟁하는 것을 보고 싶어요. 이제 그것은 진정으로 아름다운 쪽으로 나아가게 될 겁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다이아몬드 산업이 탄소 배출 제로(합성) 또는 생계(천연) 중 하나만 중요시할 필요는 없다. 두 가지 다 지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게임을 시작하자.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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