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웨딩 트렌드, 시스루 드레스
요즘 고정관념을 벗어난 웨딩드레스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아이보리 대신 블랙 혹은 강렬한 컬러를 선택하거나 수트를 입고 결혼식에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도 여전히 나이가 지긋한 하객을 당황스럽게 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있다. 바로 ‘시스루 웨딩드레스’다.
과감한 노출을 선택하는 일명 ‘네이키드(Naked)’ 드레스는 한동안 레드 카펫에서 주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젠 버진 로드에서도 그 존재감을 서서히 드러낸다. 글로벌 쇼핑 플랫폼 리스트(Lyst)에 따르면 올 초부터 속이 다 비칠 정도로 얇은 ‘시어 화이트 드레스’ 검색 건수가 80% 증가했다고 한다. 올여름에는 속살을 드러낸 신부를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뜻이다.
프랑스의 메가 패션 인플루언서 카미유 샤리에르(Camille Charriere)도 이 과감한 신부 중 한 명이다. 프랑수아 라르핀(François Larpin)과의 결혼식에서 시스루 드레스를 하나도 아닌 두 가지 스타일로 선보인 것이다. 결혼식의 드레스 코드는 ‘눈부신 2020년대’로, 그동안 코로나로 트레이닝복만 입어온 하객들 역시 꽤 과감한 스타일로 등장했다. 카미유는 시어 스커트가 돋보이는 셀린느의 시퀸 드레스를 입었고, 피로연에서는 업사이클링 레이스로 탄생한 해리스 리드의 맞춤 드레스로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정말이지, 1990년대를 향한 찬가와도 드레스였다. 카미유는 여기에 1960년대의 건방진 애티튜드를 살짝 더했다. 한 번도 자신을 ‘전통적인 신부’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카미유에게 일생에 한 번뿐인 순간을 위해 고른 드레스는 완벽하게 그녀다웠다.
웨딩 란제리 역시 당연히 세심하게 골랐다. 카미유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라 펠라의 심플한 란제리 세트. “결혼식 전날 굉장히 혼란스러웠어요. 하지만 남편이 드레스를 보자마자 아주 마음에 들어 하더군요. 그거면 충분했습니다.”
카미유는 네이키드 룩을 고려하는 예비 신부를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분위기에 어울리는지 체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 결혼식은 한겨울에 실내에서 진행했어요. 하객도 굉장히 젊은 층이었죠. 오미크론 때문에 나이가 있는 친척분들이 거의 참석하지 못했거든요. 종교적 분위기에서 올린 결혼식이었거나, 낮에 했다면 그 드레스를 고르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그 스타일이 저인걸요. 웨딩은 더없이 개인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당신 자신을 위해 선택하세요.”
유니크한 시스루 드레스를 자신의 시그니처로 만든 디자이너 유한 왕 역시 카미유의 선택에 공감했다.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이 되는 것과 아름다운 순간을 즐기는 거예요.” 유한 왕의 드레스에는 누드 톤 언더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데, 드레스 고유의 매력을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서다. “시어 베이스와 탄탄한 만듦새의 대비는 더 순수하고 시적인 감각을 자아내죠. 주름 장식이 있다면 더더욱.”
‘모던한 신부’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크리스토퍼 케인의 브라이덜 컬렉션에도 여성에게 자신감을 더할 스타일이 가득하다. 케인은 시스루 웨딩드레스에는 두 가지 매력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시스루 스타일은 스스로를 진심으로 편안하게 느끼며 자신감 있는 여성을 위한 것이죠. 꽤 대담하면서도 클래식한 아름다움이 있어요.” 커프스와 칼라에 깃털을 장식한 스트레치 레이스 롱 슬리브 드레스가 크리스토퍼 케인의 베스트셀러다. “정말 우아하면서도 패션 센스가 넘치죠.”
2020년 브라이덜 컬렉션을 론칭하기 전, 케인에겐 명확한 비전이 있었다. 결혼식 날 신부에게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는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는 것. “센스 있고 스타일리시한 여성이 결혼식 날 동화 속 공주처럼 입는 실수를 저지르죠. 신부의 모습이란 어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개성을 포기하려는 거예요.”
모든 누드 드레스가 몸에 딱 붙는 것은 아니다. 스칸디나비아의 사랑받는 브랜드 세실리에 반센의 구름을 연상시키는 드레스는 단정한 란제리와도 근사하게 어울린다. 디자이너 반센은 시어 소재야말로 ‘여성성과 로맨스’를 뿜어내는 매력을 지녔다고 믿는다. 시어 원단이 드레스 내부의 섬세한 구조를 아름답게 드러내면서, 전체적인 룩에 ‘고귀한’ 감각을 더하기 때문이다. 결혼식 당일, 그녀의 고객은 하늘하늘한 드레스 안에 슬립이나 쇼츠, 탱크 톱을 입은 후 결혼식이 끝나면 진과 함께 매치하곤 한다.
시스루 웨딩드레스로 성공을 거머쥔 디자이너들의 결론은 이렇다. 좀 더 대담하고, 강렬하면서, 특별하고, 편안하기까지 한 웨딩드레스를 찾고 있나? ‘네이키드 드레스’에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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