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웨지 힐을 신어야만 하는 이유
지난주 내가 애용하는 쇼핑 앱에 저스트 카발리 상품 입고 알람이 울렸다. 상품을 둘러보는데 잠깐, 이건 2000년대 스타일의 근사한 웨지 아닌가. 꽃과 조개껍데기가 어우러진 몽환적인 프린트, 화이트 스트랩, ‘JC’ 메탈 로고까지. 압권은 ‘Just Cavalli’ 레터링이 새겨진 12cm 높이의 코르크 웨지였다. 2002년쯤 제니퍼 로페즈가 이 코르크 웨지를 신은 모습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I’m Gonna Be Alright’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 코르크 웨지를 신었다.) 원래 코르크 웨지 슈즈를 살 생각은 없었지만, 그 신발을 보자마자 ‘안 살 이유가 있어?’ 싶은 생각에 구매 버튼을 눌렀다. 아찔한 하이힐은 그만. 짧고 뭉툭한 키튼 힐, 소박한 플랫 샌들도 안녕.
올여름에는 당당하면서도 편한 신발을 신고 싶다. 키가 7cm에서 12cm 정도 더 커 보이면서도 삐끗할 걱정 없는 신발 말이다. 그러려면 뒤꿈치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소재로는 나무껍질이 제격이다. 2000년대 초반의 눈부신 후광으로 빛나는 저스트 카발리 샌들은 그렇게 내 품으로 들어왔다.
이 웨지 신발이 언제 유행 뒤편으로 사라졌던가? 나는 잘 모르겠다. 리얼리티 쇼 <저지 쇼어(Jersey Shore)>에서 스누키(Snooki)가 즐겨 신은 걸 기억한다. 높은 웨지 힐을 신고 해변의 산책로를 걷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의 동료는 이 신발을 보고 있으면 마이애미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료는 케이트 미들턴(Kate Middleton) 역시 이 슈즈를 신고 스포츠를 즐길 만큼 웨지 힐의 팬이라고 덧붙였다.
웨지와 관련된 스토리는 이토록 다양하다. 더없이 안정적인 이 삼각형의 힐이 오랜 세월의 검증을 통과해냈다는 뜻이다. <보그> 1993년 3월호에는 웨지가 얼마나 근사한지에 관한 멋진 기사가 한 편 실렸다. 다름 아닌 액세서리의 여왕, 캔디 프래츠 프라이스(Candy Pratts Price)의 글이었다. 그녀에 따르면, 웨지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절 배우들은 조금 더 키가 커 보이기 위해 이 스타일의 신발을 신곤 했다. 그로부터 몇백 년이 흐른 후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황금기를 이은 할리우드의 레드 카펫을 웨지로 수놓았다. 여기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더 있다. 호불호가 갈리는 코르크 소재가 슈즈계에 그 모습을 처음 드러낸 건 바로 제2차 세계대전 때였다. 제한된 군 예산에서 저렴하고 사용이 쉽다는 이유로 이 소재를 널리 활용한 것이다.
프라이스가 소개한 웨지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립스틱 레드 컬러 스트랩이 강렬한 디에고 델라 발레(Diego Della Valle)의 하이 파워 피스부터 곡선의 코르크 슬라이스를 쌓아 만든 샤넬의 파우더 핑크 슈즈까지 다양한 실루엣으로 가득했다.
2005년 12월호 <보그>에는 클래식한 업타운 스커트와 카프리로 구성된 2006 S/S 도나 카란 쇼의 백스테이지 취재 기사가 있었다.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모델 캐롤라인 트렌티니(Caroline Trentini)와 줄리아 스테그너(Julia Stegner)의 사진이었다. 베이식한 코르크 웨지를 신고 긴 다리를 위로 힘껏 차는 모습. 이 얼마나 시크하고 편한 아이템이란 뜻인가.
당신이 코르크 웨지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분명 좋아하겠지만), 이 신발은 시대를 타지 않는 든든한 매력이 있다. 키가 (훌쩍) 커 보이는 효과를 내는 동시에 당당하고 여행의 느낌과 스타일리시한 분위기를 간직한 슈즈. 비슷한 2000년대 스타일과 매치하거나, 조금 더 심플하고 모던한 피스와 연출해도 좋다. 어떤 룩도 단숨에 시크함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마법의 슈즈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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