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세계관의 설계자, 지드래곤의 여전한 영향력
샤넬과의 협업을 위해 다시 카메라 앞에 선 지드래곤, 그 콘텐츠에 쏟아진 아시아 여러 국가의 뜨거운 반응은 지드래곤이 왜 지드래곤인지를 보여준다.
지드래곤을 무대에서 본 지는 오래다. 올 초 4인조가 된 빅뱅이 싱글 ‘봄여름가을겨울’을 내놓았지만 본격 활동은 없었고, 음악과 뮤비의 쓸쓸한 정조로 인해 빅뱅이 팬들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가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지드래곤의 마지막 솔로 앨범은 5년 전이었다. 새 앨범을 준비한다는 소문도 꾸준했지만 늘 ‘떡밥’으로 그치곤 했다. 뭐 하나 확실한 건 없다. 그럼에도 미디어와 대중은 여전히 그의 행보 하나하나에 상상을 쏟아내고, 그가 SNS에 올린 사진 한 장, 코멘트 한 마디를 신중히 해독하며 컴백의 단서를 찾는다. 패션 아이콘으로서의 지위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소속 그룹의 부침과 오랜 음악적 침묵에도 불구하고 지드래곤이 여전히 K-팝 황제로 불리는 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그가 우리에게 제시한 음악, 패션, 라이프스타일의 트렌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지드래곤은 지금의 K-팝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퍼포머와 크리에이터의 경계를 허물고, 하이패션과 아트를 K-팝의 자장 안으로 끌어들이고, 아시아 남자들의 스타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지드래곤이 프로듀서, 작곡가로서 수많은 히트곡을 쏟아내며 ‘탈아이돌급’이라는 독보적 지위를 구축한 덕에 가사 한 줄이라도 써서 창작자 크레디트를 얻으려는 문화가 K-팝 그룹에 번져갔다. ‘제2의 지드래곤’이라는 수식도 간혹 등장했으나 누구도 지드래곤만큼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빅뱅이 데뷔한 2006년은 명품 브랜드에서 아이돌의 파급력에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하던 때다. 지드래곤이라는 걸출한 패션 아이콘의 탄생은 그 흐름에 폭발력을 부여했다. 그는 웨어러블한 스트리트 패션을 무대의상에 응용함으로써 유행을 선도했고, 패션이 모든 성별과 체형의 즐거운 놀이임을 각인시키면서 보이 밴드로는 드물게 남성 팬들의 우상이 되었다.
6년 전 지드래곤이 모델이자 큐레이터가 되어 공공 미술관에서 전시를 할 때는 어디 감히 딴따라가 ‘고오급 예술’을 넘보냐는 식의 촌스럽고 권위적인 비평이 미디어에 버젓이 실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K-팝 스타들이 취향 있는 ‘영 앤 리치’로서 미술계에서도 주요 포섭 대상이 되고 있다. “시초는 늘 공격 대상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세상이 바뀔 것이고 아이돌의 영향력으로 좋은 미술을 대중에게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던 지드래곤의 말은 현실이 되고 있다.
칼군무 대신 멤버 각자의 스웨그로 무대를 뒤집어놓는 빅뱅의 퍼포먼스, 지드래곤의 독창적 래핑과 그가 창조한 강력한 훅은 여전히 K-팝의 세련되고 쿨한 이미지를 대표하는 콘텐츠로 남았다.
전방위 문화 아이콘, 패셔니스타, 셀러브리티로 활약하는 지드래곤을 지켜보는 건 즐거운 일이다. 이번 샤넬 프로젝트와 아름다운 화보는 그 건재함을 알리는 신호이고, 반가운 선물이다. 다만 지드래곤은 지드래곤이라서 그의 팬들에게는 이걸로 해갈될 수 없는 목마름이 있다. 최근 그는 “5년이 흘렀다”는 코멘트와 함께 마지막 솔로 앨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해 다시 팬들을 설레게 했다.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Libre comme les nuages(구름처럼 자유롭게)”라는 말로 요 몇 년 논란의 연속이던 빅뱅을 마감하고 다시 비상하는 지드래곤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 역시 절박한 그리움에서 비롯된 터무니없는 오독일 수 있다. 어쩌겠나. 지드래곤의 무대가 없는 세계는 몹시도 지루하니 우리에겐 상상의 설렘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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