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트렌드, ‘글레이즈드 도넛 피부’ 만드는 법
꿀피부는 잊어라. 이젠 ‘글레이즈드 도넛 피부’의 시대.
자, 인정하자. 우리 여자들 대부분은 그 언젠가 ‘광’을 그야말로 광적으로 좇던 시절이 있다. ‘물광’ ‘윤광’ ‘꿀광’ 등… 같은 듯 다른 피부 광채의 질감을 세심하게도 분류하며 그를 이룩해줄 완벽한 베이스 제품을 추구했다. 최근 들어 섬세하고 깔끔한 피부 표현을 선호하며 꿀이 뚝뚝 흐를 듯하던 메이크업은 사라졌지만, 여기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따른다. 어떤 파운데이션을 바르거나 전혀 바르지 않아도 피부 바탕에서 은은한 윤기가 숨김없이 드러나는 것. 결국 피부 ‘본연’에서 뿜어져 나오는 건강한 빛이 중차대한 키워드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달 자신의 스킨케어 브랜드 ‘로드 뷰티(Rhode Beauty)’를 세상에 공개한 헤일리 비버가 작은 공을 쏘아 올렸다. 그녀가 올봄부터 강조해온 그 작은 공은 이름하여 ‘글레이즈드 스킨(Glazed Skin)’. 달콤한 시럽으로 코팅한 글레이즈드 도넛의 표면처럼 탱탱하고, 부드럽고, 윤기가 반짝이다 못해 줄줄 흐르는 피붓결을 일컫는다.
케이크 아이싱처럼 피부 전체가 도톰한, 최적의 밸런스를 이룬 유·수분막으로 감싼 스킨은 최근 젊은 세대가 집착하는 피부 트렌드. 만지면 쫀쫀한 윤기가 묻어날 듯한 ‘글레이즈드 스킨’은 서글프게도 결국 ‘어리고 건강한’ 피부의 동의어다. 페이스 오일이나 밤을 피부에 눌러주듯이 바르거나, 촉촉한 제형의 하이라이터를 얼굴 윤곽에 터치해 가까스로 연출해볼 수는 있겠지만 그것들이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본연’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절망하기엔 이르다. 우리에겐 바이러스 시대에 더없이 발전한 미용 시술이라는 ‘꼼수’가 있지 않나. 티시 와인스톡(Tish Weinstock)은 보그닷컴에서 이 통통한 광채 피부를 이룩할 결정적 한 방으로 ‘프로필로(Profilho)’를 제안한다. 이 히알루론산 트리트먼트는 헤일리 비버의 캠페인처럼 반짝반짝 광이 나는 매력적인 피부로 만들어주는 효과로 요즘 셀럽에게 가장 핫한 시술로 통한다.
“프로필로는 수분을 공급하는 동시에 이완시켜 피부 건강을 되찾도록 고안된 트리트먼트입니다. 그뿐 아니라 노화와 처진 피부 조직이 개선되죠.” 런던의 피부 관리실 오로닉스(Ouronyx)에서 프로필로를 시술하는 마르코 니콜로소(Marco Nicoloso) 박사는 말한다. 두 종류의 고농축 히알루론산을 극소량씩 피부에 주입한 뒤 차츰 용해되도록 12시간 정도 두면, 짙은 주름부터 미세한 잔주름을 메워 전반적인 피부 상태가 개선된다. “이 시술이 지닌 독특한 바이오 리모델링 특성은 얼굴의 볼륨이나 형태에 크게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피부 톤이나 텍스처, 탄력, 광채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립니다.” 프로필로에 대한 수요가 이토록 증가하는 이유는 특히 이 대목. 필러처럼 얼굴에 주입하는 의약품이나 윤곽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필러는 볼륨이 꺼진 부분을 교정하거나, 리프팅을 위해 사용합니다. 하지만 프로필로는 피부의 ‘질’을 더 좋게, 더 건강하게 강화할 뿐이죠. 얼굴 윤곽의 실질적인 볼륨을 더하진 않습니다.” 클리닉 닥터 드레이(Clinic Dr Dray)의 전문의 벤자민 카우프홀츠(Benjamin Kaufholz)는 말한다.
자연스러운 효과와 제로에 수렴하는 위험성을 지닌 이 치료법은 시술 입문자도 부담 없이 시도하기에 최적화돼 있다. 시술 직후 약간의 멍과 부기를 동반하지만 통증에 민감하고 취약한 ‘개복치’ 타입이라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정도다. 대체적으로 전문의가 권하는 횟수는 한 달 간격으로 2회. 효과는 최대 6개월까지 지속된다. 2회 정도 연속으로 받은 뒤에는 6개월에서 1년 후에 재시술을 권장하니 유념할 것. 노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면 3개월 후라도 좋지만 담당의와 피부 컨디션을 상세히 살피는 것이 좋다.
두말하면 입 아픈 이야기지만 윤이 나는 피부를 만드는 데엔 시술보다 평소의 스킨케어 습관이 더 큰 역할을 차지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빈센트 오켄도(Vincent Oquendo)는 주기적인 각질 제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묵은 각질을 제때 부드럽게 벗겨내면 매끄러운 피부 표면이 유지되며 자연스러운 광채가 뿜어져 나오기 때문. ‘글레이즈드 스킨’ 시대를 선언한 헤일리 비버 역시 각질 제거부터 시작해 수분을 공급하는 세럼, 시트 마스크로 이어지는 스킨케어 루틴으로 제품을 라인업했다. 특히 세안 후 물기가 살짝 남아 있는 촉촉한 상태에서 세럼을 바르면 수분이 피부에 더 효과적으로 스며든다는 것이 그녀의 조언. 또한 페이스 오일을 얼굴에서 가장 높이 솟은 부위, 즉 광대뼈 위쪽의 톡 튀어나온 부분이나 콧방울 등에 은은하게 녹이듯이 바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피부에 탄력이 부족하다면 플럼핑 효과가 뛰어난 필러 성분의 화장품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진줏빛 펄의 하이라이터는 잊어버리세요.” 마지막으로 메이크업 아티스트 빈센트 오켄도는 글레이즈드 스킨의 표현을 방해하는 메이크업 요소도 지적한다. “그런 제품은 영롱한 반짝임은 있지만 여러분의 피부 톤과는 관계없는, 다른 차원의 색조와 빛을 주죠. 글레이즈드 스킨의 핵심은 살짝 녹은 듯 촉촉하면서도 투명한 피부 본연의 빛입니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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