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누구도 아닌 제이비
갓세븐과 데프로 구분할 수 없다. 제이비의 음악적 자아는 제이비다.
갓세븐(GOT7)의 리더이자 메인 보컬. 제이비(JAY B)를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수식어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내가 제이비에게 관심을 가진 계기는 따로 있다. 그의 또 다른 음악적 자아인 데프(Def.)였다. 아니, 뮤지크 소울차일드(Musiq Soulchild)의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이름을 따왔다고? 설마 내가 아는 그거 맞나. 그런데 맞았다. 2000년대를 대표하던 힙합 레이블 데프 잼(Def Jam), 그리고 데프 잼의 R&B/소울 파트인 데프 소울(Def Soul)이 한국 아이돌 그룹 멤버의 이름이 되다니, 확실히 흥미롭다. 힙합과 아이돌의 관계를 꽤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다. 한국에서 둘이 맺어온 관계의 변천사는 그 자체로 한국 힙합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해 봄, 제이비는 솔로 활동을 위해 하이어뮤직과 계약했다. 그 순간을 정확히 기억한다. 나에게 그 순간은 상징적이었다. 훗날 힙합과 아이돌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빠뜨릴 수 없는 사건이 될 거라고 직감했기 때문이다. 하이어뮤직과의 계약을 회상하며 제이비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힙합 아티스트도 아니고 R&B 아티스트도 아니에요. 그냥 그 문화를 좋아하는 아이돌 할게요.’ 조심스럽게 융화되고 싶었어요.” 여러 가지 결이 느껴진다. 한국 힙합 신에 대한 존중이 느껴지는 동시에 조금은 방어적 심리도 엿보인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가 굳이 이렇게 조심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인터뷰 내내 제이비의 힙합 사랑을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자신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는 아이돌인 자신을 좋아해주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여러 번 언급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말을 털어놓기도 했다. “저는 어릴 적에 비보이였어요. 춤을 추면서 힙합 음악을 많이 들었고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같은 펑크 음악도 많이 찾아 들었어요. 그리고 힙합은 그냥 음악이 아니라 문화라고 배웠죠.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도 디안젤로(D’Angelo)를 좋아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예요. 그래서 아이돌 생활을 시작한 후 혼란이 온 적도 있었어요. 만약 아이돌과 힙합이 대립한다면 나는 힙합 쪽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죠(웃음). 물론 예전 얘기지만요. 지금은 그 두 가지를 꼭 나눠야 한다거나 둘 중 하나를 꼭 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대신에 내가 그 문화를 좋아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나대로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좋은 음악’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죠.”
하이어뮤직과 계약한 후 발표한 솔로 EP 앨범 <SOMO:FUME>에 대해 지금 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 작품은 그가 하고 싶었던 좋은 음악이었을까. 그러자 지난 1년 2개월여간의 솔로 활동에 대한 종합 평가가 돌아왔다. “사실 조금 부진했다고 생각해요. <SOMO:FUME>을 발매하고 피처링도 여러 곡 하고 앨범을 하나 더 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작업이 잘 안되더라고요. 물론 어찌 보면 바쁘게 산 것 같기도 해요. 제이비로서만이 아니라 데프로도 앨범을 내고 피처링까지 했으니까요. 하지만 충족되는 느낌은 아니에요. 더 할 수 있었을 것 같거든요.” 음악의 완성도가 아쉬운 걸까, 아니면 작업물의 개수가 아쉬운 걸까. “둘 다 아쉬워요. 완성도와 개수 다요. 사실 데프로서 발매한 앨범 <LOVE.>는 만족스럽긴 해요. 제가 생각한 한계에 딱 맞게 나온 작품이거든요. 하지만<SOMO:FUME>은 조금 급하게 진행된 감이 있어요. 정리가 좀 덜 됐다는 느낌이랄까. 컨셉이나 스타일링이나 뮤직비디오 같은 것들 다요.” 솔직하다. 하지만 제이비의 기준이 조금 높은 것은 아닐까. 그는 이 답변에 앞서서 열심히, 꾸준히 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한 적이 있다. 힙합 음악에서 자주 외치는 ‘허슬(Hustle)’이 그의 마인드셋에서 보였다고 할까. “맞아요. 갓세븐으로 데뷔했을 때 진영이 형이 ‘오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가장 어렵다’고 말해준 적이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그 말이 생각나요. 오래가려면 열심히 해야 하고 또 꾸준히 해야 하잖아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면 열심히 해야 하고요. 사람들이 제 결과물을 계속 볼 수 있으려면 꾸준히 해야 하는 거죠.” 그렇다면 비록 아쉬움이 남긴 해도 지난 1년 2개월여간의 솔로 활동을 통해 제이비가 어떤 것을 배웠는지 궁금했다. “예전에는 음악을 만들고 녹음하고 믹싱하고 마스터링하는 것에만 신경 썼어요. 그런데 이번 솔로 활동을 하면서 앨범이라는 큰 틀을 봐야 한다는 시각을 갖게 됐어요. 음악 외에도 뮤직비디오, 사진, 프로모션 방식 등 더 다양한 것을 많이 생각하게 됐죠.” 박재범 이야기도 빠뜨릴 수 없다. 박재범은 제이비를 하이어뮤직에 영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SOMO:FUME> 작업을 하면서 재범이 형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사실 이 앨범 작업 방식이 제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달랐어요. 저는 작업할 때 많이 고심하는 편인데 재범이 형은 그럴 필요 없고 느낌이 오면 바로 가면 된다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런 작업 방식의 재미를 처음으로 느꼈죠. 재범이 형한테 많이 배웠어요.” 박재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괜히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물어보고 싶어졌다.
제이비의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700만 명에 육박한다. (박재범을 포함해) 한국 힙합 신을 통틀어도 제이비보다 팔로워가 많은 사람은 없다. 유치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7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글로벌 스타가 솔로로 한국 힙합 신에 발을 들일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가 궁금한 것이다. “솔직히 특별한 생각을 해보진 않았어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이 문화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은 들어요. 그리고 제가 그런 걸로 으스댈 수가 없는 게, 재범이 형이랑 제가 같이 길을 걸으면 사람들이 재범이 형을 알아보지 저를 알아보진 않을 거예요. 팔로워 수는 팔로워 수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제이비는 갓세븐으로 활동해온 지난날을 가리켜 이렇게 말한다. “제가 서 있는 자리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을 책임감 있게 열심히 하면서, 동시에 제가 하고 싶은 일도 틈틈이 잘하려고 노력해온 시간이에요. 갓세븐으로 활동하면서도 데프로서 믹스 테이프 역시 여러 장 냈으니까요. 어쩌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더 열심히 해온 시간이었을지도 모르죠.” 제이비가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일단 갓세븐 활동도 앞으로 계속 할 거예요. 해체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앞으로의 솔로 활동은 카덴차레코즈와 함께 하기로 했어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저와 회사 둘 다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을 들려드릴 거예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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