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화이트 탱크 톱을 다시 사랑하게 되었나
다시 만난 자유, 화이트 탱크 톱의 귀환.
화이트 탱크 톱 하면 섬광처럼 떠오르는 몇몇 순간이 있다. 남성용 화이트 탱크 톱을 입고 헬무트 랭 패션쇼 무대를 거닐던 케이트 모스, 스티븐 마이젤이 촬영한 1994년 CK One 향수 캠페인에 화이트 탱크 톱을 입고 등장한 제니 시미즈, 1992년 펩시 광고에서 화이트 탱크 톱을 입고 차가운 콜라를 꿀꺽꿀꺽 마신 신디 크로포드.
그런 영광의 순간은 잠깐. 지난 수년간 ‘난닝구 패션’ ‘메리야스 패션’이란 꼬리표가 붙던 화이트 탱크 톱이 2022 F/W 런웨이를 통해 보란 듯이 컴백했다. 프라다에서는 카이아 거버와 헌터 샤퍼가 프라다 로고가 박힌 화이트 탱크 톱에 울과 비즈, 실크가 휘황하게 뒤섞인 스커트를 입고 쇼의 오프닝과 피날레를 장식했으며,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끌로에 2022 F/W 컬렉션을 통해 얇은 니트 소재 화이트 탱크 톱에 가죽 팬츠를 매치한 룩을 선보였다. 특히 마티유 블라지는 화이트 탱크 톱에 데님 프린트의 가죽 팬츠를 매치한 룩으로 그의 첫 보테가 베네타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이렇게 말했다. “실용성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하는 패션 그 이상의 스타일이며, 조용한 힘의 일부입니다.” 마티유의 설명이야말로 이번 시즌 화이트 탱크 톱이 주목받는 결정적 이유다. 완전무결한 실용성, 무엇이든 돋보이게 만드는 순수함,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자유! 2022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조합하면 도출되는 결괏값은 바로 화이트 탱크 톱이다.
화이트 탱크 톱이 등장한 건 런웨이만은 아니다. 켄달 제너와 벨라 하디드, 헤일리 비버 같은 패션 신인류를 비롯해, 작은 키에도 또렷한 존재감을 지닌 조 크라비츠와 릴리 로즈 뎁의 선택도 화이트 탱크 톱이었다. 키, 몸무게, 체형 모두 제각각인 이들에게 화이트 탱크 톱은 그야말로 새하얀 도화지처럼 스타일링에 작용했고 하이 & 로우 패션을 맘껏 넘나들 수 있는 패션 열쇠였다. 이들에게서 발견된 공통점은 딱 하나. 바로 화이트 탱크 톱에 데님을 입지 않는 것! 화이트 탱크 톱 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정석 같은 룩을 피하는 것이야말로 화이트 탱크 톱 스타일링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만약 화이트 탱크 톱에 데님 말고 뭘 입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프라다와 보테가 베네타, 끌로에와 아크네 스튜디오, 베브자와 사카이의 2022 F/W 컬렉션에 답이 있다. 이 브랜드 모두 화이트 탱크 톱에 투박한 가죽이나 매끈한 실크, 두툼한 울과 벨벳으로 된 아이템을 자유롭게 더해 ‘한 끗’의 차이를 만들어냈다(2022년 가을을 통틀어 대표 룩으로 손색없는 보테가 베네타의 화이트 탱크 톱 스타일링 역시 알고 보면 데님 팬츠처럼 만든 가죽 팬츠를 입은 것이다).
화이트 탱크 톱을 입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가을 나뭇가지처럼 빼빼 마른 몸이 아니다. 가녀린 팔뚝과 깊이 파인 쇄골, 날렵한 직각 어깨, 잘록한 허리보다 중요한 건 낯선 소재 아이템과 화이트 탱크 톱을 분방하게 입는 태도다. 그리고 초저녁쯤 찬 바람이 분다면, 그 위에 재킷이나 셔츠를 걸치면 된다. 남자 친구가 마트에서 산 헤인즈(Hanes)의 화이트 탱크 톱이든, 최상급 오가닉 코튼으로 만든 더 로우의 화이트 탱크 톱이든, 키가 작든, 어깨가 동그랗든, 가슴이 작든 상관없다. 바야흐로 흰 셔츠 대신 화이트 탱크 톱을 입는 시대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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