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 매력론’ 우리가 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방탄소년단은 정상에 있지만 그 멤버 뷔에게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이 많다.
구글 트렌드 누적 데이터에 따르면 뷔는 2022년 상반기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아시아인’이었다. 그의 브랜드 가치를 설명하는 자료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그에 관한 위키피디아 페이지는 K-팝 아티스트 최초 1,000만 조회 수를 돌파했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전 세계 이용자를 통틀어 최단 기간 5,000만 팔로워를 모았다. 리서치 기관들은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할리우드 스타를 포함해도 최고의 광고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한다.
방탄소년단에서 뷔의 역할은 데뷔 전부터 명확했다. 아름다운 외모와 다채로운 재능 때문에 대형 기획사에서 채갈까 봐 공개를 아꼈다는, 그래서 ‘뷔밀병기’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소년. 그럴듯한 탄생 설화 같지만 이 이야기가 처음부터 설득력을 얻었던 건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초창기 ‘학교 3부작’ 속 펑크 스타일은 멤버 각각의 개성이 널리 알려진 지금 돌이켜보면 모두에게 잘 어울리는 콘셉트는 아니었다. 음악 역시 랩과 힙합 라인의 멤버들에게 맞춰져 있었다.
방탄소년단이 ‘청춘의 아름다움과 불안’을 주제로 음악과 스타일 모두에서 대중적인 노선을 걷기 시작한 2015년경이 그룹 전체에는 물론이고 뷔의 커리어에도 획기적인 도약의 시기였다. 진하지만 느끼하지 않은 외모, 섬세한 성품과 태도는 포장을 걷어낼수록 빛이 났고, ‘화양연화’ 시리즈처럼 낭만이 가미된 경우에는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동물과 아이들을 좋아하고, 무대 밖에서는 ‘세계 최고 미남’ 리스트의 단골 우승자답지 않게 순박한 웃음을 자주 짓고, 가족에 충실하고, 눌변이지만 신중하게 고른 말은 대체로 다정해서 팬들은 그의 순수함을 아끼고 사랑한다.
외국 미디어에서 방탄소년단을 다룰 때 가장 난해하게 여기는 부분은 아미를 향한 멤버들의 신실함이다. K-팝 아이돌 팬덤의 특성이 단순 추종자가 아니라 후원자에 가깝다는 것을 아는 한국인들에게도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관계는 특별하다. 대형 기획사 출신이 아닌 방탄소년단의 대성공은 유례없는 관객 참여형 대중문화 프로젝트의 결과나 마찬가지였다. 멤버들도 그것을 알기에 항상 아미에 감사를 표하곤 한다.
그 과정에서 ‘소통왕’으로 불리는 뷔의 역할이 컸다. 뷔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 방대한 인맥 때문에 ‘김 스치면 인연’이라고도 불린다. 현장에서 그와 마주친 기자나 사진작가는 ‘왜 저 슈퍼스타가 이렇게나 진심으로 타인에게 관심을 보이는가’ 놀랐다는 증언을 자주 한다. 지난해 장안을 떠들썩하게 한 방탄소년단의 <보그 코리아> 단체 표지 촬영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람 좋아하고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그의 면모는 팬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는 채팅이나 창작 이벤트 등 양방향 소통에 적극적인 편이다. SNS 시대에 최적화된 스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팬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는 전략만으로 도달할 수 없는 진솔함이 있다. 팬과 격의 없이 지내는 모습이나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솔직함 때문에 방탄소년단을 질시하는 이들에게 그는 종종 오해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것이 팬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소통 가능한 인격체로 대한 결과임을 아는 이들에게 자잘한 논란은 결속력을 강화하는 계기일 뿐이었다.
한편으로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이 세계로 확장되는 과정에는 ‘내 아이의 방에 포스터가 붙어 있어도 걱정되지 않는 팝 스타’라는 측면이 주효했는데, 이 아름답고 패셔너블한 청년이 선명한 언어로 “항상 옳을 순 없지만 내 행동에 떳떳하고 싶다”는 가치관을 전하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아티스트로서 뷔는 흥미로운 미지수다. 이 표현이 세계 최정상 아이돌 그룹 멤버에게 적합한 것인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물론 방탄소년단은 멤버 각자 개성의 총합이고 함께일 때 최고의 시너지를 내는 팀이다. 하지만 동료의 장점과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양보해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 유닛이나 솔로 활동이라야 팝에서 팝으로, 약간의 콘셉트 변형만 꾀하는 여느 아이돌과 달리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그룹 안팎에서 큰 차이를 보이곤 한다.
예컨대 슈가는 방탄소년단에서 댄스 라인은 아니지만, 싸이와 협업해 발표한 ‘That That’에서 춤으로 호평받았고, ‘안무팀장’ 캐릭터가 강한 제이홉은 솔로 앨범에서 올드 스쿨 힙합으로 돌아가 춤 대신 음악으로 승부했다. 뷔의 경우 자작곡이나 커버 곡에서 들려준 깊은 저음이 굉장히 매력적인데, 단체 곡에서는 그 미덕을 온전히 살리기 어렵다. 유튜브 1억4,0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그의 ‘입덕 영상’이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무대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격렬한 안무도 훌륭하게 소화하는 퍼포머지만 자연스러운 그루브에서 드러나는 여유와 재치에서 더 큰 매력이 느껴진다. 재즈를 좋아해서 관악기를 여럿 다루고, 유행과 무관하게 오래 남을 곡 하나를 쓰고 싶다 말하는 그의 감성이 이런 재능들과 잘 결합한다면 방탄소년단과는 또 다른 뷔만의 무대가 펼쳐질 것이다. 물론 팬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는 각양각색이고, 솔로 앨범 제작에 하세월이 걸리는 바람에 멤버들도 “완벽주의를 깨고 성공하든 실패하든 일단 앨범을 내봐야 한다”라고 조언하는 상황인지라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개인 활동에 적극적인 지금은 모든 상상이 가능하다.
뷔는 단체 활동 휴식을 전하는 영상 말미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솔직히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예전부터 음악적으로, 그리고 음악 외에도 내 안에 있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생각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얘기하기가 조심스러웠어요. 기회가 왔을 때 뷔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것보다는 다양한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될 테니 많이 예뻐해주세요.”
드라마 <화랑>(2016)으로 데뷔한 이래 그에게는 연기를 할 기회가 꾸준히 찾아왔다. 패션계에서의 활약도 기대된다. 그에게 쏟아지는 브랜드의 관심은 단지 그가 세계적 셀럽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전형적인 미남이라기보다 개성이 뚜렷하고 무표정에 깊이가 있으며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는 최고의 모델이다. 방탄소년단의 뷔가 아니라, 새로운 아티스트이자 스타일 아이콘 뷔의 데뷔를 지켜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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