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옷? 벨라 하디드가 입은 스프레이 옷의 정체
지난 주말 SNS와 세상을 뜨겁게 달군 코페르니 2023 S/S 컬렉션 속 벨라 하디드. 몸에 스프레이를 뿌렸을 뿐인데 순식간에 근사한 슬립 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변신했죠. 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디자이너 듀오 세바스티앙 메예르(Sébastien Meyer)와 아르노 바양(Arnaud Vaillant)의 브랜드 코페르니는 태양중심설을 주장한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이름답게 매 시즌 급진적이고 기발한 ‘작품’을 내놓기로 유명하죠. 패션과 테크놀로지, 환경과 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서요.
해변가 컨셉의 컬렉션에서는 모래 위에 7만여 개의 대마 줄기를 깔아서 모두를 놀라게 한 적도 있고요. 아이폰의 스와이프 디자인을 따온 스와이프 백을 내놓는가 하면 AR과 VR을 통해 콘텐츠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디지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죠. 비건 가죽은 물론 재활용 가능한 독성 없는 재질만 사용하거나 사과 가죽을 이용하는 등 지속 가능성에도 그 누구보다 애쓰고 있고요.
이번 컬렉션 역시 패션과 테크놀로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멋진 쇼였습니다. 두 사람은 쇼에 앞서 “이번 컬렉션은 지난 수 세기간 여성의 실루엣을 기념하는 것입니다. 이를 더 성숙하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런웨이는 그들의 설명과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브리프에 가까운 쇼츠에 숄더 라인이 과장된 재킷, 심플한 원피스와 팬츠에 가미한 언밸런스 컷아웃 디자인, 18K 금으로 뒤덮은 백까지. 유려한 실루엣을 드러내는 미니멀한 룩에 입체적이고 미래적인 디테일을 가미하는 식이었죠.
그리고 대망의 피날레에 벨라 하디드가 누드 속옷만 입고 무대에 등장했습니다. 스프레이를 든 이들이 그녀의 몸에 이를 분사하기 시작했죠. 그러자 벨라 하디드는 순식간에 화이트 슬립 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변신했는데요. 그야말로 마법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완성된 옷을 걸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신인류 비너스의 탄생을 보는 듯했죠.
스프레이로 멋진 드레스를 완성해낸 이는 스페인의 의류 디자이너이자 박사인 마넬 토레스(Manel Torres)입니다. 직접 이 원단을 개발한 주인공이기도 하죠. ‘패브리칸(Fabrican)’이라 불리는 이 물질은 스프레이 안에서는 액체 상태를 유지하다가 몸에 닿는 순간 섬유로 바뀝니다.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었다면 몇 달이 걸렸을 옷을 단 몇 분 만에 완성할 수 있죠. 게다가 재활용도 가능합니다.
미래적인 소재로 완성해낸 클래식한 슬립 드레스, 그리고 이를 입고 당당한 자태로 워킹을 선보인 벨라 하디드. 모든 것이 경이로운 쇼였습니다. 미래의 패션계와 테크놀로지를 살짝 엿보고 온 듯했죠. 코페르니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 것은 물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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