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과감하게? ‘하의 실종’ 룩의 화려한 귀환
‘트렌드는 20년마다 반복된다!’는 패션 유행 주기설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실제로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 유행하던 Y2K 스타일이 2022년을 지배하며 이 이론이 사실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죠. 하지만 이 20년 주기설이 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2010년경 유행한 ‘하의 실종’ 패션이 돌아올 조짐이 보이고 있거든요.
10년 전 ‘하의 실종’ 트렌드가 기장이 긴 상의에 아주 짧은 하의를 활용한 스타일이었다면, 2022년에는 파격적이게도 치마나 바지를 입지 않는 것으로 완성됩니다.
생 로랑의 2022 F/W 컬렉션부터 살펴볼까요? 짧은 퍼 재킷과 불투명한 검정 스타킹을 매치해 더없이 생 로랑스러운 룩을 완성했습니다. 맥시한 코트와 시스루 하의를 활용해 언더웨어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한 과감한 룩 역시 돋보이죠.
보테가 베네타 역시 2023 S/S 컬렉션을 통해 ‘하의 실종’ 룩을 선보였습니다. 물론 생 로랑이나 보테가 베네타의 룩처럼 언더웨어를 훤히 드러낸 채 거리에 나가기는 쉽지 않겠지만, 스타일링에서 영원한 과제 중 하나인 ‘덜어내기’가 치마나 바지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점입니다.
생 로랑과 보테가 베네타가 클래식한 검정 타이츠만 활용했다면, 라프 시몬스는 다양한 컬러와 패턴의 타이츠를 통해 포스트-펑크적인 하의 실종 룩을 선보였습니다. 밝은 핑크빛 타이츠를 피시넷 톱과 매치하는가 하면, 라프 시몬스 특유의 오버사이징이 돋보이는 스웨트셔츠와 니트에 폴카 도트 타이츠를 매치해 재미를 더했죠.
엉덩이를 덮는 긴 기장의 상의와 ‘재미있는’ 타이츠만 있다면, 누구나 부담스럽지 않은 하의 실종 룩을 완성할 수 있을 듯합니다. 라프 시몬스가 그랬듯, 허리의 가장 잘록한 부분에 얇은 벨트를 두른다면 더욱 쿨한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겠죠?
고프코어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고 있는 키코 코스타디노프(Kiko Kostadinov)의 2023 S/S 컬렉션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긴 풀오버 재킷과 장난기 넘치는 컬러 블록 타이츠를 활용해 하의 실종 룩을 스포티하게 풀어냈는데요. 키코의 룩을 보고 있자면, 타이츠는 글래머러스해야만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죠.
마지막으로 요즘 같은 날씨에 딱 어울리는 앤 해서웨이의 하의 실종 룩을 볼까요? 오버사이즈 블레이저를 입을 때, 관성적으로 치마나 데님을 입었다면 그 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 시스루 검정 타이츠만 착용해도 좋습니다. 시크한 롱부츠와 함께라면, ‘출근 룩’으로도 시도해봄직한 스타일이 완성되죠.
과거의 하의 실종 룩이 페미닌함을 표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2022년의 하의 실종 룩은 해방감과 자유를 나타내기 위한 수단이라 볼 수 있습니다. 상하의 조합을 생각하는 대신 그저 다리 라인을 드러내며 일종의 ‘자유 선언’을 하는 거죠! 물론 하의를 입지 않음으로써 완성되는 쿨한 스타일은 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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