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애정하는 물건 5’ 아티스트 수와_THE LIST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한 후 패션계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활기 넘치던 패션 위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쇼장에 들어가기 위해 거리를 메운 인산인해의 인파, 한껏 차려입은 패션 피플, 그들을 누구보다 빠르게 포착해 전 세계로 송출하는 역할을 맡았던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들의 진풍경. 올해 드디어 하늘길이 열렸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패션 위크는 활기를 되찾았다. 스트리트 패션을 그림으로 그리는 아티스트 수와 역시 현장에 복귀했다.
언젠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수와는 “패션과 연관이 있는 빈티지한 종이에 지금 패션계에서 한창 활동 중인 인물, 즉 ‘컨템퍼러리한 콘텐츠’를 짧게는 30초, 길게는 1~2분 안에 그린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그림은 차고 넘치는 디지털 사진보다 단 한 장이라 더 특별하다. 먹물을 사용해 동양적인 터치도 가미한 그녀의 작품은 고전으로 여겨지던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과 강의, 작품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녀에게 요즘 가장 애정하는 물건에 대해 물었다.
Jim Jocoy – Order of Appearance
그림 작업의 주체가 주로 인물이다 보니 사람을 담은 사진에 늘 눈길이 간다. 특히 인물이 자유롭게 찍힌 느낌을 좋아해서 날것 그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짐 조코이(Jim Jocoy)의 사진을 좋아한다. 해외 직구로 구입하면 되지만 직접 서점에서 책을 보면서 구입하는 기쁨이 커서 패션 위크를 위해 해외에 나갈 때마다 새로운 사진집을 구입해오곤 하는데, 이 책은 여러 번 시도한 끝에 어렵게 구했다. 불안한 젊음의 감정을 나타내는 하룻밤의 사건을 담은 것으로 1977년부터 1980년까지 3년 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5년 넘게 패션 위크 현장의 숨 막히는 순간을 그려온 내 프로젝트와도 결이 닮아 있어 무척 아끼는 책이다. 그의 40년 전 작품에 영감을 받기도 하지만, 때론 깊이 공감하며 위로받기도 한다.
Ofr. Paris – Corduroy Baseball Cap
스트리트에서의 작업은 햇빛과의 싸움이기도 해서 어떤 스타일링을 하든 모자로 마무리하는 편이다. 그래서 꽤 모자를 많이 구입한다. 그중 어떤 룩에도 캐주얼하게 잘 어울리는 베이스볼 캡을 좋아한다. 파리 패션 위크 때마다 들르는 오에프알 파리(Ofr. Paris) 서점에서 구입한 베이스볼 캡은 ‘최애’ 모자다. 갈 때마다 하나씩 모아서 여러 개가 있는데, 이번 시즌에는 카멜 색상의 코듀로이 캡을 구입했다. 올 가을 겨울, ‘착붙템’이 될 예정!
Chanel – Coco Crush Ring
무거운 주얼리를 선호하는 편도 아니고, 더구나 반지는 작업할 때 더 기피하는 편이다. 샤넬의 코코 크러쉬 링은 샤넬과의 협업을 통해 처음 접했다. 퀼팅 모티브의 반지는 굵기가 다른 반지를 겹쳐 끼고 작업해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편안하다. 게다가 검은 잉크로 얼룩진 손에 우아함을 잃지 않게 해주는 느낌이라서 좋다. 신기하게도 이 반지를 낀 날은 그림이 더 잘 그려지기도 해서 어느덧 내게 행운의 부적 같은 느낌마저 든다. 고생 많았던 손에 선물하는 의미로 올해는 베이지 골드 미니 모델을 추가했다. 반지에 마냥 행운을 기댈 순 없지만, 코코 크러쉬만의 매력을 빌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Barneys New York Beauty – Hand Cream : Better Than Ever
오랫동안 지속된 작업의 대가로 나의 손은 자외선에 상하고 고된 작업으로 거칠어졌다. 작업을 계속하다 보면 핸드 케어를 따로 받는 것도 의미가 없고 네일 아트도 할 수 없다 보니 개인적으로 핸드 크림을 자주 바르면서 케어한다. 크림 혹은 오일 제형의 핸드 크림을 바른 손은 작업하기 어렵고 향이 짙어도 좋지 않다 보니 가벼운 제형에 프레시한 향의 핸드 크림을 선호한다. 이번 파리 패션 위크에서 돌아오자마자 한국에 새롭게 오픈한 바니스 뉴욕 뷰티의 베러 댄 에버 핸드 크림을 구입했다. 섬세하고 현대적인 시트러스 향에 끈적임 없는 촉촉한 제형의 핸드 크림으로 거칠어진 손에 수분을 채워준다.
Bullet Desk – 1960’s Mid Century Modern Danish Furniture
책상을 깔끔하게 유지하며 쓰는 일은 내게 너무 어려운 일이다. 물감으로 얼룩진 작업실의 큰 작업대뿐이라 소소하게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으며 친구와 마주 앉아 커피도 나눌 수 있는 아담하고 따뜻한 감성의 빈티지한 책상을 갖고 싶었다. 몇 년간 유럽 빈티지 가구를 찾아다녔는데 운 좋게 국내 벤더를 통해 마음에 드는 책상을 집으로 들였다. 1960년대 미드 센추리 덴마크 티크 가구로 총알 모양을 닮아 ‘불릿 데스크’로 불린다. 불릿 데스크의 여러 버전 가운데 크기가 작아 레이디 데스크로도 불리는 카이 크리스티안센(Kai Kristiansen)의 디자인이다. 책상 높이가 낮아 내 몸에 딱 맞는 듯 편안하고 작은 책상인데도 책과 그림 재료도 넉넉히 수납할 수 있는 실용성까지 갖췄다. 차 한잔을 나누기에도 적합하다. 예쁜 로즈우드 컬러에 빠져 매일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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