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코어의 귀환–그 암울한 뒷이야기
이모코어의 귀환, 마냥 좋은 일일까?
이모의 귀환은 우리를 둘러싼 사회·정치적, 기후적인 상황과 그로 인한 불확실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쟁으로 인해 자국에서 쫓겨난 난민, 다시 돌아온 핵무기에 대한 공포, 모두를 힘들게 하는 세계 경제, 산재된 굶주림과 기후 불안 같은 문제로 현실을 벗어나 예술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패션 포토그래퍼 호세피나 안드레스(Josefina Andrés)는 패션이 표현하는 이런 민감하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늘 직시한다.
“평소 검정 옷을 싫어하기로 유명한 그 안나 윈투어조차 최근 ‘나는 더 이상 검정 옷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특히 모델들이 런웨이에서 어떤 옷을 입고 나오는가에 집중합니다. 블랙 컬러 외에도 개개인의 정체성이 강조되는 룩이 많았습니다. 구찌의 커프 링크스, 픽셀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모델들에게 ‘마인크래프트 아바타’를 부여한 로에베처럼 말이죠.”
호세피나 안드레스는 검정이 런웨이를 지배하는 모습을 보며 봄 컬렉션이 정말 맞는지 혼란스러웠다고 고백한다. “내년엔 여름이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우 불안정한 세계 정세 속에서, 많은 사람이 좌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존 윌리엄 폴리도리(John William Polidori)의 소설 <뱀파이어>, 메리 셸리(Mary Shelley)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생각납니다. 두 편의 소설이 출간된 해에는 세계적으로 기온이 아주 낮았고, 추위 때문에 여유를 만끽할 틈이 없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저는 그런 불확실성이나 고뇌가 사회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2023년에도 그런 심적 여유는 찾기 어려울 것 같거든요.”
다시 ‘주류 미학’이 된 분노
이모코어의 귀환은 ‘2000년대 초반에 만연하던 반항적 기조로의 회귀’라는 큰 흐름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이모들의 반란’은 매우 개인주의적이고, 비정치적이었다. 2000년대에 유행하던 팝 록, 캘리포니아의 ‘스케이트 펑크’ 컬처가 그랬던 것처럼, 이모코어 역시 외모 지상주의에 반하는 움직임 중 하나였지만 다른 사회·정치적 문제와 결부되지 않는 오류를 범했다. 그 속에는 여성, 유색인 등으로 대표되는 비주류 집단이 없었던 것이다.
스케이트 펑크와 팝 록은 늘 정신 건강을 노래해왔다. ‘피시스(Pieces)’를 부른 썸 41(Sum 41), ‘웰컴 투 마이 라이프(Welcome to My Life)’를 부른 심플 플랜(Simple Plan) 혹은 블링크-182(Blink-182)의 ‘아담의 노래(Adam’s Song)’ 등은 ‘예민하고 감정적인 남자’라는 새로운 남성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모족의 분노는 부르주아의 위선에 대한 비판이나 비디오 클립에 나오는 나이 든 여성에 대한 분노, 기물 파손 정도에 그쳤다.
안드레스는 이모코어의 귀환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이모란 10대의 반항적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방법입니다. 비정치적 분노, 이유 없는 반항, 부모나 시스템에 대한 분노를 표하면서도 그 분노가 정확히 누구에게 혹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모르는 그런 10대 말이죠. 이모코어가 태동하던 때, 처음으로 정신 건강과 특정 감정에 대한 논의가 공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합니다. 지금은 너무나도 정상적인, 그런 논의 말이죠. 다만 정상화가 무조건적으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낭만화’도 마찬가지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의 이모코어가 그랬듯, 2022년의 이모코어 역시 여전히 현실과 단절된 채로 사회·정치적 이슈에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2023년 후텁지근한 여름에 검은 옷을 입어야 하는 이유? 현실로부터 고립된 사람들에게 더 이상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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