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이템

흔들림 없는 도톰함, 플랫폼 메리 제인

2022.11.01

흔들림 없는 도톰함, 플랫폼 메리 제인

메리 제인 슈즈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나열해봅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버스터 브라운, 오드리 헵번, 트위기, 섹스 앤 더 시티, 코코 샤넬, 마놀로 블라닉…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브랜드명을 읊기 시작하면 끝도 없거든요. 클래식인 만큼 저마다의 관점으로 이 슈즈를 재해석한 브랜드가 수없이 많기 때문이죠.

그런 메리 제인 슈즈를 이루는 가장 대표적인 특징을 꼽아보자면 동그란 앞코, 발등을 가지런히 덮는 스트랩, 낮은 굽 정도가 되겠군요. 앙증맞고 귀여운 실루엣을 완성하는 비결이기도 하죠. 덕분에 주로 얌전하고 소녀스러운 스타일이나 프레피 룩을 연출하는 데 자주 사용되어왔습니다. 올해는 사춘기가 찾아온 듯 여기서 좀 더 일탈을 감행했는데요.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고딕 패션과 펑크 록의 시대로 돌아간 듯 반항적인 무드가 연상되는 모양새로 재탄생했습니다. 컬렉션부터 살펴보도록 하죠.

프라다의 2022 F/W 컬렉션 속 메리 제인 슈즈는 그야말로 프라다스러웠습니다. 얇은 스트랩과 매끈한 질감으로 우아함을 잃지 않았지만, 뾰족한 앞코와 불룩한 힐로 레트로 무드를 더했죠. 색감도 파스텔 핑크, 골드, 그레이, 연두 등 다양했습니다. 높은 힐 덕분에 발등이 더 길어 보이는 장점이 있었고요. 성숙한 스타일에도 무리 없이 어울리는 날렵하고 페미닌한 실루엣을 자랑했습니다.

Versace F/W 2022 RTW

Versace F/W 2022 RTW

Versace S/S 2023 RTW

베르사체는 두툼한 플랫폼을 가미했습니다. 2022 F/W 컬렉션과 2023 S/S 컬렉션에서 모두 스트랩 개수를 과감하게 늘렸죠. 매트하고 볼드한 고무 밑창의 실루엣이 통통 튀는 매력을 선사하는 데 한몫합니다.

Del Core F/W 2022 RTW

스퀘어 토 형태의 앞코와 3개의 스트랩으로 청키한 맛을 제대로 살린 델 코어의 슈즈도 주목할 만하군요.

Bottega Veneta F/W 2022 RTW

Bottega Veneta F/W 2022 RTW

한편 보테가 베네타는 뭉툭한 앞코와 더불어 스트랩 연결 부분에 큼지막한 버클을 추가했습니다. 차분한 브라운 컬러나 뱀피 무늬가 새겨진 자주색 등 좀 더 어른스러우면서 복고풍의 디테일을 머금은 슈즈였죠.

이렇게 도톰한 플랫폼을 추가한 메리 제인을 선택한다면 배우 앨리스 파가니처럼 아예 펑키한 무드에 흠뻑 빠져도 좋습니다. 청키한 굽에 검은 스타킹, 레더 재킷, 어딘가 반항적인 애티튜드와 함께요.

@opheliamillaiss

다이앤 키튼처럼 실패 없는 조합으로 러블리하게 소화해도 좋고요. 메리 제인과 영원한 짝꿍, 맥시스커트로 말이죠. 여기에 그녀는 투박한 굽만큼이나 두꺼운 벨트로 만화스러운 재미를 더했습니다. 신발이 더욱 돋보이는 센스 넘치는 스타일링이었죠.

Getty Images

주목할 만한 브랜드도 있습니다. 올해 초, 블랙핑크 제니가 신으며 국내에도 한차례 유행했던 노달레토(Nodalento)! 마침 메리 제인과 레트로 트렌드 덕분에 젠지 세대의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로 급부상하기도 했습니다. 레트로한 바이브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동시에 앞서 설명한 청키함과 쿨함을 모두 플랫폼에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메리 제인 타입의 슈즈가 시그니처 라인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제니는 화이트 컬러의 메리 제인과 발레 스타일의 튤 스커트로 동화 같은 스타일을 완성했군요.

@jennierubyjane

@nodaleto

발레 플랫과 로퍼에서 쉽사리 발을 떼기 어려웠던 요즘, 플랫폼 메리 제인 슈즈로 갈아탄 뒤 조금 더 높은 곳을 향해봅시다. 발걸음이 어떻든 상관없어요. 사뿐사뿐과 성큼성큼, 둘 다 가능하거든요. 늘씬한 실루엣과 묘한 안정감으로 자신감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물론이고요.

에디터
이소미
포토
Splash News, Courtesy Photos, Instagram,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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