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장애로부터 스스로를 구원하는 법
사람들을 괴롭히는 불안 및 우울 장애의 원인 중 하나는 스트레스입니다. 이는 충격적이고 고통스러운 외적 사건을 경험한 우리 몸이 호르몬의 일종인 코르티솔을 과도하게 내뿜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죠. 두산백과는 코르티솔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물질로,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스트레스를 지나치게 받거나, 만성 스트레스가 되면 코르티솔의 혈중농도가 높아지고 그 결과 식욕이 증가하게 되어, 지방의 축적을 가져온다. 또한 혈압이 올라 고혈압의 위험이 증가하며, 근조직의 손상이 야기될 수 있다. 불안과 초조 상태가 이어질 수 있고 체중 증가와 함께 만성 피로, 만성 두통, 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면역 기능이 약화되어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에 쉽게 노출될 우려도 있다.”
한마디로 스트레스가 쌓이면 코르티솔 분비가 더 많아지거나 불안정해지는 동시에 ‘불안과 초조 상태가 이어지고 체중 증가와 함께 만성 피로, 만성 두통, 불면증 등의 증상’이 생긴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만병의 근원이라는 얘기죠. 어떻게 하면 코르티솔 분비를 정상화할 수 있을까요?
의료진은 가장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직종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직업상 환자의 고통과 죽음을 바로 곁에서 바라보며 책임감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죠. 이런 이들을 대상으로 로체스터대학교 연구 팀이 진행한 실험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다루는 하나의 해결 방안을 제안합니다. 연구 팀이 실험을 위해 도입한 것은 바로 스트레스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 먼저 의료진으로 하여금 동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각자 적게 한 후, 다 같이 둘러앉아 한 사람씩 돌아가며 본인의 이야기를 하게 했습니다. 이때 연구 팀이 의료진에게 요구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진심으로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당사자의 결심과 감정에 주목할 것. 둘째, 충고하기보다 당사자가 스스로 감정을 직시하도록 돕는 질문을 던질 것. 예컨대 아래와 같은 식으로 말이에요.
“무엇 때문에 그 일이 기억에 남았나요?”
“상황에 도움이 될 만한 어떤 행동을 했나요?”
프로그램 이수 후 의료진의 정신 건강은 놀라울 정도로 개선되었습니다. 평균 83점의 스트레스 지수가 8주 후에는 15점으로, 1년 후에는 11점으로 낮아졌어요. 스트레스를 억지로 줄이려고 노력하기보다 이를 표현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스트레스를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온 겁니다.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않는 또 다른 방법으로 꼽히는 건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자기 계발 루틴’으로 여겨지는 것들이 이에 해당하는데요, 운동법, 식습관, 수면 방법, 마음 수련 등이에요. 자신만의 규칙을 세우면 불안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니, 몸과 마음에 생기는 스트레스를 떨쳐낼 수 있는 거죠.
이 중에서도 운동은 의학적으로 그 효능이 분명합니다. 적절한 운동, 그중에서도 걷기나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을 하면 베타 엔도르핀이라는 물질이 뇌에서 분비됩니다.
엔도르핀은 뇌하수체로부터 피코그램 단위로 극미량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인체 내부를 뜻하는 엔도(Endo)와 모르핀(Morphine)의 합성어입니다. 진통제로 알려진 모르핀을 우리 몸에서 스스로 만들고 있다니, 놀랍죠? 심지어 베타 엔도르핀은 모르핀의 300배에 달할 정도로 강력한 진통 억제 효과를 가진 물질로 알려져 있어요. 적절한 운동을 하면 이 베타 엔도르핀이 분비되고, 일상의 고민이나 불안 등 스트레스를 멀리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캐럴라인 윌리엄스는 <움직임의 뇌과학>이라는 저서에서 감정이 결코 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책에서 그는 이렇게 말해요.
“기존 상식과 달리 사고는 우리 머릿속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며, 감정을 유발하는 유일한 길도 아니다. 어떤 종류의 신체 움직임은 우울증에서 만성 통증에 이르는 모든 것과 연관된 현대의 골칫거리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불안감을 줄이고 본능적인 자신감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뇌와 몸 사이의 스트레스 경로를 차단하는 움직임도 있다. 적절하게 움직이면 신체는 뇌를 이고 다니는 고깃덩어리가 아닌 뇌의 연장이자 동등한 파트너가 된다.”
불안과 두려움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급성 스트레스 장애는 며칠이나 한 달 사이에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평생을 쫓아다니는 트라우마로 남게 됩니다. 충격적인 사건의 여파로 우울감이나 불면증, 식이 장애 등을 겪고 있다면 지금 당장 일어나 근처의 공원을 찾아 나서기 바랍니다. 천천히 걸으며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고, 필요하다면 주변 사람 또는 병원에 상담을 요청하세요. 걸어 나가는 겁니다. 사랑하는 이들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내디뎌보세요.
- 컨트리뷰팅 에디터
- 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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