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패션은 안녕! ‘요즘 서류 가방에 푹 빠졌습니다’
가방을 찾고 있었어요. 서류가 들어가는 멋진 브리프케이스요. 저는 광고 회사의 임원이나 이혼 전문 변호사, 저명한 로비스트가 아닙니다. 그저 니하이 타이츠와 발레 플랫의 귀환을 취재하는 패션 작가일 뿐이죠. 가방은 무척 가볍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출시된 루이 비통의 백팩을 메고 출근하죠. 휴대폰을 넣을 수 있는 포켓 달린 버전 아시죠?
하지만 최근에 구조적인 브리프케이스에 열망이 샘솟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패션은 안녕! 좀 더 진지해 보이고 오래가는 것에 관심이 생겼죠. 옷장도 싹 정리했습니다. 화려하고 유쾌한 무드의 아이템은 몰아내고, 핀스트라이프와 칼라가 있는 것으로 채워 넣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영화 <10일 안에 남자 친구에게 차이는 법>에서 명품 토트 브리프케이스를 들고 다니는 샬롬 할로우의 모습을 본 후, 나만의 브리프케이스를 하나 장만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러나 이 가방은 재미나 섹시함과 정반대라는 이유로 여성 패션계에서 그다지 평판이 좋지 않습니다. 스퀘어 형태와 단조로운 색상 때문에 9시부터 6시까지, 그러니까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볼 때마다 눈을 거슬리게 만들었거든요. 자, 드라마 <앨리 맥빌>의 주인공을 떠올려보세요. 보스턴의 잘나가는 변호사였던 주인공 앨리는 거대한 백에 영원히 짓눌리는 것 같았죠. 영화 <워킹 걸>에서 투자 상담가 잭 트레이너는 비서이자 사업가 테스에게 못생긴 브라운 컬러의 브리프케이스를 선물했는데, 그게 프러포즈인가요? 멀리서 보면 가방을 앞에 둔 협상가들처럼 보이죠.
<보그 US>에서도 브리프케이스를 다룬 기사 자체가 아주 드뭅니다. 1975년 5월 <보그>에는 가죽 브랜드 하트만의 광고가 실렸는데, 홀스턴이 디자인한 브리프케이스 모델 여섯 개가 그 주인공이었죠. 광고에는 ‘하트만의 전설적인 견고한 가죽’으로 제작했다는 설명과 함께 헤링본 블레이저를 입고 목에 스카프를 두른 모델이 샌디 컬러의 엔벨로프 백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모델의 표정이 딱히 즐거워 보이진 않았다는 게 함정이랄까요? 2007년 2월에도 새로운 스타일의 브리프케이스, 럭셔리 토트에 관한 기사가 실렸는데 에디터 필리파 피노는 다음과 같이 우려를 나타냈죠. “서류 가방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나요? 많지 않죠. 심지어 그 단어 자체가 기분 나쁜 비품 창고에서 팔리는 검고 지루한 상투적인 것들을 떠올리게 하고요.” 아우, 차가워. 확실히 사랑을 얻지는 못했군요.
그럼에도 어떤 이들은 진심으로 브리프케이스를 사랑합니다. 최근 저는 인스타그램에 대나무 손잡이가 달린 블랙 컬러의 구찌 제품과 텍스처가 멋진 보테가 베네타의 제품 사진을 올리며 둘 중 하나를 원한다는 내용을 게시했죠. 주로 남성에게 온 DM으로 메시지 함이 가득 찼지만, 직장을 오가는 몇몇 여성으로부터 메시지가 쇄도했습니다. 에디터 마고 앙부바는 아버지가 첫 직장 다닐 때 들던 브리프케이스를 사용한다고 해요. 마호가니 가죽에 금색 잠금장치와 손잡이로 완성된 고급스럽고 화려한 가방이죠. 그녀는 “좀 다루기 어렵지만, 가방에 힘이 있다고 느낀다”는 메시지를 전해왔죠. 빈티지 구찌 브리프케이스를 들고 다니는 친구 캐서린에게 물어보니 “업무 미팅용으로 몇 번 사용했는데, 노트북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지!”라고 답했죠.
물론 브리프케이스는 남성 런웨이를 떠난 적 없는 여전히 패셔너블한 아이템입니다. 이번 시즌엔 크레이그 그린과 톰 브라운, 루이 비통의 독창적인 감각을 입고 새롭게 태어나기도 했죠. 안타깝게도 제게 그 디자인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만 빼면 말이죠.
대신 1996년 11월호 <보그>에 실린 몽블랑의 새빨간 브리프케이스 같은 것에 끌립니다. 모던하면서도 우아한 곡선이 아름답고, 작지만 눈부실 만큼 화려한 골드 자물쇠도 마음에 들고요. ‘당신만의 삶, 직접 펼쳐내는 설렘’이라는 광고 문구 또한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좋아요, 우리는 책임지는 순간을 좋아하지 않습니까?
테스토스테론에 흠뻑 젖지 않는 몇 가지 옵션도 있습니다.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2023 발렌시아가 리조트 컬렉션에서 선보인 백으로 악어가죽과 일반 가죽 중 선택할 수 있게 출시했죠. 오픈한 상태로 연출할 수 있어 무릎 근처에서 플랩이 달랑거리는 것이 포인트고요. 아쉽지만 제게 오픈된 브리프케이스라는 컨셉은 단추를 잠그지 않아 실수로 브래지어가 노출된 블라우스처럼 약간 장난스러워 보입니다. 자고로 귀한 물건은 잘 잠가둬야 하는 세상이잖아요.
대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백으로 라울 로페즈가 디자인한 루아르의 기묘한 버전의 브리프케이스가 있습니다. 앙증맞은 작은 사다리꼴이던 아나 백은 지금은 직사각 셰이프로 바뀌었고, 유광 가죽은 너무 반짝여서 거울처럼 얼굴이 비칠 정도죠. 거기다 몸체만 한 거대한 타원형 핸들을 추가해 매력적인 조합을 연출했죠. 가방 자체에 뻔뻔한 요소가 있지만 로페즈는 그 영감이 비즈니스를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이 모양은 이동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모든 것을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무직 사업가에게 경의를 표하는 모양이죠”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커브와 기업의 만남이라, 의미까지 마음에 쏙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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