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논픽션, 특별한 향의 공간을 완성한 4인
빛의 도시 파리에 선포된 논픽션의 향기와 정신. 그 공감각의 3차원을 현대적인 오브제로 채운 젊은 아티스트 4인을 만났다.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지난 몇 년, 한반도에서 이토록 빠르게 성장한 브랜드가 또 있을까? 취향 좋은 이들이 주고받는 선물의 대명사가 되었고, 감각적인 향 여섯 가지를 중심으로 브랜드만의 세계관을 견고히 다졌으며, 한남, 성수, 삼청, 부산까지 젊은 세대에게 가장 뜨겁다는 거리에 쇼룸 네 군데를 오픈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브랜드가 생겼다 사라지는 뷰티 생태계에서 론칭 4년 만에 논픽션(Nonfiction)이 이룬 업적이다. 그리고 지난 9월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진 시점에 이 영특한 브랜드는 프랑스 파리에 향의 공간을 마련했다. 3주간 선보이는 팝업 스토어의 오픈 첫날이던 9월 16일, 논픽션은 <보그>를 파리로 초대했다.
예술적 영감으로 가득한 도시. 서울보다 서둘러 찾아온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걷다 보면 곳곳에서 논픽션의 포스터를 볼 수 있었다. 파리 관광객이라면 꼭 들를 만큼 다양한 숍과 갤러리가 자리한 마레 지구의 골목 안쪽, 에뛰드 스튜디오(Études Studio)의 파란 대문을 들어서자 오픈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서로 볼을 맞대며 프렌치식 비주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원에서 프랑스 제철 재료로 재해석한 쌈밥과 부각, 내추럴 와인을 즐기다 2층으로 오르면 펼쳐지는 새하얗고 현대적인 공간. 천장과 옆면에 배치된 창으로 햇빛이 투과되고, 논픽션의 대표적인 제품은 물론 한국 디자인과 자연을 주제로 한 북 큐레이션, 아름다운 꽃 장식, 향긋한 냉침 허브티, 핸드 워시 룸 등 브랜드의 내러티브를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무엇보다 이날 메인을 장식한 것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아트 큐레이션이다. 논픽션이 직접 선정한 한국의 젊은 작가 10인과 협업한 오브제의 전시였다. 소셜 미디어가 쏟아내는 이미지와 허구보다 고유한 ‘쓰임’과 내면의 조화를 중시하는 브랜드다운 선택이었다. 팝업 스토어만을 위해 작가들이 직접 제작한 작품의 전시는 파리에서 활동하며 르메르(Lemaire) 매장의 비주얼을 책임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라리스 드모리(Clarisse Demory)의 눈과 손을 거친 결과다. 그 가운데 현지에서 반응이 뜨거웠던 아티스트 4인과 대화를 나눴다.
RAHEE YOON
반투명 구조물에 무중력으로 떠다니는 듯한 색채를 담아 아크릴 블록 시리즈를 빚어내는 윤라희. 파리의 햇살 아래 빛과 색의 조화를 이룬 그녀의 작품은 명상과 같은 순간을 만들어냈다.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점은 어디인가요?
브랜드 론칭 이전부터 논픽션 대표와의 인연은 시작됐어요. 첫 미팅에서 벽을 빼곡하게 채운 이미지 보드와 실험적인 향을 맡을 수 있었죠. 논픽션의 이미지와 제 작업이 어우러지는 장면을 주고받는 기회가 이어졌고, 마침내 파리 팝업 스토어에 작품을 전시하게 됐습니다. 즐겁지만 진중하고, 한편으론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작업 과정이었어요.
전시 작품의 이해도가 남달랐을 것 같군요.
이번에 선보인 작품은 아크릴 블록 안의 패턴은 번진 듯한 아우트라인을 지니지만, 블록 자체의 외곽 형태는 날카롭게 떨어지는 큐브 모양이라는 것이 공통점이에요. 단순한 형태를 지니되, 아크릴 속에서 색의 윤곽은 서서히 흩어지고 희미하게 변하죠. 끊임없이 흐르고 흩어지는 빛과 향기 사이의 공통분모를 주제로 한 전시와 부합하는 오브제였다고 봐요. 블랙과 네온, 의외의 조합이지만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보게 되는 색을 조합했습니다. 형형색색을 조합할 때 중의적으로 담기는 뉘앙스를 살펴보게 되거든요.
해석하는 시각은 모두 다르지만, 오브제를 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감정이 있나요?
아크릴 블록을 보는 순간 잠시라도 ‘각자의 여지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업하면서 재료에 어떤 것을 강요하지 않아요. 작업이 완성되기까지 이미지를 좁혀나가면서 예상하지 못한 무언가를 기대하기도 하죠. 제가 재료에 바라는 점이, 바로 사람들이 제 작업을 보면서 느꼈으면 하는 감정과 같아요.
아크릴을 재료로 사용하는 것이 특별하면서도 순탄치만은 않아 보여요.
공예 재료로서 아직 역사가 긴 편이 아니라 풍부한 사례가 없지만, 사람들에게 강하게 인식되죠. 기존 습성을 따르거나 추구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더 자유로움이 생겨난 것 같아요. 이제 7년 차가 되니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와 아크릴이 절묘하게 일치되는 지점이 생겼는데, 어떤 희열마저 느껴져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한 선물도 제작했습니다.
연한 하늘색, 연두색, 짙은 갈색. 세 가지로 구성된 네모난 아크릴 속에 논픽션의 원형 거울을 담은 미니 사이즈의 오브제입니다. 파리 팝업 스토어를 방문한 분들을 위한 작은 정성이었죠.
남다른 애정이 느껴져요.
이번 협업은 물론, 3년이 넘는 동안 만나면서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논픽션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태도였습니다. 특정 시점에 툭툭 멋진 것들을 던지는 모습을 보면 늘 영감이 샘솟는 것 같지만, 또 그렇게 쉬운 과정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게 되죠. 그리고 그 소통 과정은 정말 매력적이고, 중독적이기까지 합니다.
이토록 논픽션을 아끼는 마음으로 가장 선호하는 제품을 말해준다면?
‘젠틀나잇’. 이 향기는 곧 논픽션의 정체성이에요. 감각적인 향기는 최대치에서 오롯이 70%만 사람들에게 잔잔하고 고요한 방식으로 전달하죠. 덜어낸 30%는 오히려 주변에 맡기는 느낌이라고 비유하고 싶군요. 그렇게 우아한 여운과 건강한 태도를 가진 향입니다.
HEEJIN CHO
통인동에서 ‘이스트스모크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세라믹 아티스트 조희진. 두 손의 힘으로 유기적인 작품을 탄생시키는 그녀의 작품은 곡선처럼 계속 진화하는 듯한 모습을 지녔다.
이 이야기부터 꺼내지 않을 수 없군요. 파리 현지인에게 반응이 가장 좋았습니다.
팝업 스토어 오픈 기간에 전해 들었는데, 순간 눈물이 날 뻔했어요. 그만큼 아주 기쁘고 영광이었죠.
어떤 점이 매력적으로 작용했을까요?
손가락의 압력을 활용하는 핸드 빌딩 방식으로 작업하는데, 그러다 보니 정지된 사물보다는 살아 있는 생물처럼 여겨지는 오브제가 탄생하더군요. 손길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고 할까요? 그런 점이 국적과 관계없이 사람들의 정서를 건드리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테이블의 단상 같은 모양새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주는 점도 있었겠죠.
논픽션과의 작업은 처음이었죠.
여러 공간에서 논픽션의 제품을 경험한 적은 많았는데, 직접 의뢰를 받게 될 줄은 몰랐죠. 화장품에만 한정 짓지 않고 다양한 감성을 지닌 뷰티 브랜드와 몇 번 협업한 적이 있어요. 그것이 인연이 된 듯합니다.
이번 작업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요?
오브제란 ‘쓰임’으로부터 해방된 존재 자체가 그 쓰임인 사물이라고 생각해요. 멀리서 볼 때나 가까이서 관찰할 때 모든 면면이 다르고 각각 고유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느꼈으면 했어요.
이토록 추상적인 모양새를 갖추기까지, 작품의 구현 과정이 궁금합니다.
작품의 최종 완성된 버전을 미리 상상하지 않습니다. 형태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과정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하죠. 전체는 부분의 반복과 변주로 구성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흙과 흙을 여러 방식으로 잇고 쌓으며 작품을 구현하죠. 흙은 특히 유연한 형태가 소성을 거쳐 견고해지는 그 이중성이 매력적이니까요. 제 작업을 보고 식물 배열이나 바다 생물체 표피가 떠오른다고 하는데 자연에서 모든 모티브를 얻기보다는 정해두지 않고 감각과 감정에 의존해 손이 만들어내는 모양을 따라가다 보니 유기적인 결과물이 자연의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요.
힘든 점도 있었을 텐데요.
장마가 너무 길었던 탓에 흙 건조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죠. 특히 조각 화병 작업에서요. 반면 그 덕에 수련한 느낌도 들고요.(웃음)
작업실 공간을 보니 취향도 남다를 것 같군요.
건축가 요제프 호프만(Josef Hoffmann), 국립중앙박물관, 오후치 요시아키, H. 다카하시, 버스, 평양냉면.
‘이스트스모크’라는 스튜디오 이름의 뜻은?
‘이스트(East)’는 동양, ‘스모크(Smoke)’는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연기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제 작품 역시 연기처럼 계속 흐르는, 어떻게 보면 미완성의 모습을 지니기도 하죠.
논픽션과 또 다른 협업 기회가 온다면 제작하고 싶은 오브제는?
풀과 꽃의 중간 느낌을 주는 ‘가이악 플라워’를 선호합니다. 아름다운 소리와 향을 동시에 품은 작은 도자 타악기가 떠오르는군요.
JONGJIN PARK
종이와 흙의 물성을 조합한 ‘아티스틱 스트라텀(Artistic Stratum)’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도예가 박종진. 공예 전공 조교수로 일하는 서울여자대학교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논픽션과의 첫 만남이 궁금하군요.
개인적으로는 학교에서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여학생들이 사용하는 핸드 크림 중 가장 많이 눈에 띄었으니까요. 향의 타이틀이 매력적이라고 느꼈는데, 이번 큐레이션을 담당한 클라리스 드모리가 작품을 제안해왔죠.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조화를 위해 디자인부터 패턴, 색감을 저의 기존 작업에서 추출하고 조합하며 참여했습니다.
작품의 어떤 면이 브랜드와 맞닿았다고 여기나요?
제 작업은 곧 시간의 축적입니다. 그 결과를 예술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죠. 개인의 삶을 투영시켜 회상하고, 감동을 받는 관람객을 만날 때 이 일의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하는 작업이 제 지향점인데, 논픽션과도 그 부분을 공유한다고 봅니다.
겹겹이 쌓인 구조가 인상적이었어요.
파리에서 선보인 작품은 약 1,000개의 레이어로 구성됩니다. 라이트 블루 세 겹, 화이트 한 겹을 교차 반복하며 키친타월에 슬립을 바르고 말리는 등 1,000번 이상의 붓질을 하게 되죠. 단번에 고온 소성을 진행하면서 종이를 태우고, 이후에는 전동 공구로 형태를 가공합니다. 매우 고단하고 지저분한 과정이죠. 총 3주의 시간이 걸린 것 같군요.
수많은 변수가 늘 따라다닐 것 같습니다.
특히 소성할 때 많은 변형이 일어나고, 예측하지 못한 무너짐도 발생하죠. 하지만 이를 하나의 자연물이라 여기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서 즉흥적으로 조각을 합니다. 의도치 않게 쓰러진 결과물의 형태를 살리며 조각한 추상적 형태의 ‘콜랩스드 폼(Collapsed Form)’ 시리즈를 제작하기도 했죠. 과거 백자로 작업할 땐 매우 엄격한 기준으로 완성과 실패를 규정지었다면, 이제는 그 폭을 좀 더 넓히고 있습니다.
다양한 오브제가 탄생하겠군요.
쓰임을 기준으로 작품을 생각하고 여긴다면 그건 단지 장식적 역할에 지나지 않죠. 하지만 실용적이지 않더라도 공예 기술의 전통적 개념과 두 손을 통해 구현한 사물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것이 순수 공예(Fine Craft)를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사람들의 시야는 점차 넓어지고 있어요.
지금의 작품 세계를 구상하게 된 최초의 영감은?
두 번째 석사 과정을 밟기 위해 영국에서 1년을 보냈습니다. 고정관념을 깨고 수용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죠. 학업을 계속하며 다양한 물성을 실험하던 중 재활용을 위해 쌓아둔 종이 더미에서 문득 카디프 해안가의 지층 형상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경험과 시간의 축적, 그것의 힘에 대해 고민했죠. 그 형상을 도예로 재현할 수 있다면 스스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일 것이라 믿었어요. 고온 소성 후 종이가 완전 소결하면 적층 사이 생겨나는 미세한 틈을 발견해 가공했는데, 도자기 제작 방식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이 됐습니다.
가장 선호하는 향은?
‘포 레스트’처럼 숲속에서 느끼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향. 오랜 시간 손으로 일하다 보니 너무 강하지도, 인위적이지도 않은 향기를 찾게 되죠.
HYUNJEE JUNG
제품 디자이너 출신의 정현지는 건축과 공간의 형태를 직물로 재구성하는 오브제 텍스타일 디자이너. 에인트호번에서 가장 한국적인 직물, 명주로 다양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차분하고 가지런함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그간 논픽션이 작업해온 이미지 작업을 워낙 좋아해온 덕분에 그들이 추구하는 분위기와 지향점을 잘 알고 있었어요. 키 메시지이기도 한 ‘Your New Ritual’은 정돈된 마음을 차곡차곡 쌓아 내면에 단단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저만의 방식으로 해석했죠. 그리고 그런 내면을 채울 수 있는 것으로 벽돌과 그 벽돌이 이루는 구조를 떠올렸습니다. 투명한 속성을 가진 명주를 통해 빛의 음영과 농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재료의 색감과 텍스처를 보여주고자 했고요.
햇빛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어요.
형태와 구조에 따라 재료가 그려내는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었으면 했는데, 성공했군요. 명주는 불규칙한 결을 가진 재료라 형태는 물론, 두께에 따라 빛이 머물거나 지나가는 느낌이 달라요. 때로 가볍고 투명하게 보이지만, 때로 묵직하고 강렬한 색감을 띠죠. 공간 특성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져서 작품이 공간을 흡수하기도 하고, 동시에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다양한 모습을 눈여겨보기 바랍니다.
협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파리에서 하는 전시라, 뤽상부르 공원 의자가 연상되는 연한 올리브 색상의 옥사 천을 이번 작업에 꼭 활용해보고 싶었어요. 마침 한국에서 가져온 명주가 소량 남아 있었고요. 네덜란드에서는 구할 수 없는 색감과 재료여서 혹시 실수해 천이 부족할까 봐 순간순간 맘을 졸이며 재단하던 기억이 생생하군요.
명주에 매료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한국에 있을 때 규방 공예를 꾸준히 배웠는데, 손끝으로 전해지는 전통 섬유 소재의 촉감에 곧바로 매료됐어요. 주로 사용하는 ‘투박이’와 ‘춘포’로 불리는 명주는 경북 상주시 함창 지역의 명사인 허호 선생님의 손으로 만든 한국 고유의 재료입니다. 특히 투박이는 쌍고치가 만들어내는 매듭이 불규칙하고 거친 편이라 한 필 안에서도 다채로운 두께와 색감, 결을 보여주는 것이 큰 특징이죠. 속성 때문에 손에 익숙해지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계속 작업해보고 싶은 특별한 아름다움을 지녔어요.
영감을 주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치는 건물의 구조나 요소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지붕과 계단, 벽돌, 타일, 창문까지도 하나하나 유심히 보곤 합니다. 제 상상 속에서 그것들을 멋대로 자르고 이어보거나, 납작하게 눌러보기도 하고요. 인상적인 조합이나 구조를 발견하면 사진과 스케치로 틈틈이 남겨두고 구체적인 작업으로 전개하죠. 이런 과정이 쌓이면서 제 작업의 얼개를 조금씩 만들어간다고 할까요?
작업 외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요?
실을 꿰고 바느질을 하는 등, 손으로 하나하나 만드는 작업이라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 외의 시간은 아무도 없는 집 안에서 고양이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죠. 최근 새로 생긴 즐거움이 있다면 오케스트라 협주를 감상하는 거예요. 악기마다 내는 다른 음, 그 음이 쌓이면서 서사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면 정말 벅차거든요.
이야기를 나눌수록 작품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내성적인 편이죠. 최근에는 맘 편히 쉬어본 기억이 없어서 여유와 깊이 있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해요. 선, 색, 면보다 더 분명하고 구체적인 요소는 없다고 주장하는 구체 예술(Concrete Art)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어요. 이런 시간이 쌓이면 더 오래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단단한 몸과 마음이 되겠죠?
논픽션의 제품을 즐기는 방법이 있다면?
우디하고 내추럴한 ‘상탈크림’의 향을 가장 좋아해요. 길고 고되고, 가끔은 외롭기까지 한 작업이 끝나고 나면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의미로 주는 선물처럼 제품을 사용하곤 하죠.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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