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그리고 한소희의 시간에 영감을 주는 것들 #인터뷰
“시계는 스타일과 성격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저에게 오메가 제품은 어떤 여성에게도 완벽하게 어울리는 아이템이죠.” -한소희(배우, 오메가 글로벌 앰배서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오메가의 전시 <그녀의 시간(Her Time)(이하 그녀의 시간)>. 오메가의 아카이브 피스부터 지금의 주요 컬렉션까지, 여성 시계를 만들어온 100년이 넘는 역사와 브랜드의 철학, 진화를 경험해볼 수 있는 이벤트 현장에서 오메가의 글로벌 앰배서더 한소희, CEO 레이날드 애슐리만과 대화를 나눴다. 오메가가 만드는 여성 시계의 의미와 한소희, 그녀의 시간에 대하여.
한소희의 ‘시간’
오메가의 글로벌 앰배서더로서 처음 참석하는 해외 행사이니만큼 전시 <그녀의 시간> 참석이 남다르게 다가오지 않았나요?
따뜻한 나라를 방문하니 아주 좋아요. 태국에 이렇게 많은 팬이 있는지 몰랐는데, 정말 기뻤어요.
오메가의 어떤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나요?
여성 컬렉션을 구성하는 부분이나 방향성이 가장 크게 와닿았어요.
평소 어떤 시계를 좋아하나요?
자연스러운 옷차림을 좋아해 거기에 맞는 심플한 디자인의 시계를 즐겨 착용해요. 개인적으로 외출할 때는 꾸미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블랙이나 골드 같은 컬러에 패턴 없는 시계를 선택하죠.
그런 취향에 부합하는 오메가 피스가 있다면?
지난 9월 한국에서 참석했던 오메가 <그녀의 시간> 전시에서 눈여겨본 시계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최초의 여성 간호사를 위해 1930년대에 출시한 제품이라고 하더군요. 심플하고 실용적이면서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었죠. 의미까지 강렬해 다른 화려한 제품보다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시 <그녀의 시간>은 시간의 흐름을 통해 브랜드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어요. 그처럼 배우 한소희에게도 결국 성취하고 싶은 무엇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좇는 타입은 아니에요. 인생의 단계를 차례차례 밟아나가죠. 그런 거대한 의미의 진화보다는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한 행복과 재미를 찾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보통은 목표를 이루는 것에만 집중하고 그 목표까지 도달하기 위해 ‘어떻게’ 시간을 썼는지는 잘 생각하지 않죠. 저는 순간순간의 감정이나 어떻게 인생을 보내는지에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바쁜 일상을 보내는 가운데 순간을 음미하는 방법이 있다면?
거울을 계속 들여다봐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거울을 보지 않으려고 해요. 내면을 들여다보기 전에 겉모습만 보고 먼저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을 그렇게 보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편입니다. 거울을 보면 부정적인 부분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요. 그래서 거울을 멀리하면서 내적으로 나를 채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죠.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게 아니라 내가 숨 쉬는 소리를 듣고,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지금 맞닿은 방바닥의 온도, 시야에 들어온 어떤 것 같은, 당연하지만 지나치기 쉬운 작은 자극에 집중하는 식이죠. 살아 있음을 느끼는 저만의 방식이에요.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오후 3~4시를 가장 좋아해요. 보통 그 시간에 첫 식사를 하거든요. 아침에는 입맛이 없어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이런저런 일을 해요. 그 시간쯤 돼야 배가 고프죠. 그때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에요.
요즘 한소희에게 가장 이상적인 24시간을 그려본다면?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 촬영을 마무리했어요.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가 간만에 일정 없는 텅 빈 하루를 보냈는데,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시간에 뭔가를 채워 넣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나 봐요. 그래서 도리어 ‘킬링 타임’에 집중했어요. 최대한 아무 생각 없이 잘 쉬는 것에만. 시간 낭비라고 생각지 않아요. 저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에요.
이제까지 연기한 역할 중 ‘오메가의 여성’으로 가장 적합한 캐릭터는 누구일까요?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여다경’이죠. 도덕적으로는 옳지 않은 선택을 한 캐릭터지만 자신을 아끼고 감정을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여자기도 해요. 그런 점에서 가장 적임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여성은 누구인가요?
니콜 키드먼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번에 ‘My Choice’ 캠페인을 함께하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 네임>을 촬영할 때는 <아토믹 블론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같은 샤를리즈 테론 영화를 많이 봤어요. 전형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연기 관점이나 태도에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지만 앞으로 행보에 많은 참고가 되겠죠.
인스타그램 @xeesoxee에 영화는 물론 미술과 음악 등 예술 관련 포스팅을 자주 하는 편이죠. 장르의 경계 없이 다양한 분야, 대체로 마이너한 작품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중학교 때부터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영화를 보고, 듣지 않는 노래를 찾아 듣는 걸 좋아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죠. 그러다 보니 하나의 카테고리처럼 예술이 삶에 자리 잡았어요. 패션계에서 일한다고 해서 꼭 옷이나 액세서리에만 영감을 받는 것이 아니듯 저도 영화에서만 영감을 받지는 않아요. 이 세상 모든 것,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사소한 순간이 영감의 원천입니다. 사물과 사람에 대해 계속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는 것이 제 동력이라고 할 수 있죠.
시각적 자극 너머의 감정이나 철학 같은 것에도 높은 관심이 느껴집니다.
맞아요. 인간의 기저에 깔린, 모두가 알고 있지만 표현하지 않는 감정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를 주제로 한 극단적인 심리 스릴러나 퀴어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모두가 외면하는 감정을 파고드는 영화이기 때문이에요. 그런 감정을 탐구하고, 생각하고, 느껴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2022년도 저물어갑니다. 한소희에게 2022년은 어떤 해였나요?
굉장히 성실하게 살았어요. 9개월 정도는 <경성크리처>를 촬영하며 ‘윤채옥’으로 살았고요. 한소희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늘 어려우면서도 아주 신기하고 뜻깊은 경험이에요. 요약하자면, 저에게 2022년은 ‘윤채옥’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오메가 CEO 레이날드 애슐리만이 말하는 오메가의 ‘세상 모든 여성을 위한 시계’
오메가에 ‘여성 시계’란 어떤 의미일까요?
먼저 시계의 진화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군요. 시대가 변화하면서 시계도 자연스럽게 그 의미를 달리해왔고, 여성 시계 분야에서 오메가는 그 진화를 이끌어왔습니다. <그녀의 시간> 전시를 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죠. 이를테면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오메가는 시크릿 워치를 제작해 시계를 보석처럼 보이게 했어요. 대놓고 시간을 확인하는 일이 당시 여성에겐 윤리적으로 어긋나는 일이었기 때문이죠. 지금은 사이즈나 디자인은 물론 기능적인 부문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전 컬렉션에 여성 시계를 구성하고 있어요. 오메가는 보편적인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이고,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잠재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오메가는 단순히 다이빙 시계를 만드는 브랜드나 보석 브랜드가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이제껏 해온 것보다 더 모든 여성의 삶에 다가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한소희, 조 크라비츠 같은 우리의 앰배서더들이 그런 바람에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하고요.
오메가는 남성 시계 분야에서 강한 존재감을 가진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여성 시계에서도 100년이 넘는 동안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이나 ‘드 빌 트레저(De Ville Trésor)’ 같은 상징적인 디자인을 선보여왔죠. 그런 오메가가 <그녀의 시간> 전시나 앰배서더 등으로 여성 시계에 대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궁금합니다.
오메가는 다른 브랜드와 다를 수 있어요. 주얼리나 패션이 아니라, 무브먼트 이름에서 시작한 브랜드이기 때문이죠. ‘스피드마스터’와 ‘씨마스터’ 같은 제품이 많은 남성 고객의 관심을 불러 모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최초의 인플루언서라 할 수 있는 신디 크로포드를 비롯해 다양한 여성과 앰배서더 관계를 맺어왔으며, 여성 시계 비율 역시 전 제품군의 40% 정도를 차지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해온 일보다 할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많은 앰배서더와 지속적인 <그녀의 시간> 전시를 통해 오메가 여성 시계의 고유한 헤리티지와 정확성, 미학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전 세계와 소통하길 원합니다.
최근 오메가의 여성 시계와 관련한 가장 획기적인 진화는 무엇일까요?
‘드 빌 트레저’ 그 자체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오메가 제품 중 99%가 오토매틱 무브먼트나 매뉴얼 와인딩 무브먼트를 사용하지만 ‘드 빌 트레저’는 쿼츠 무브먼트를 적용했으니까요. 그만큼 사이즈나 두께, 모든 디자인을 세심하게 고려했다는 의미죠. ‘드 빌 트레저’는 기존 남성 디자인에서 사이즈만 줄인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시계입니다. 여성 디자인에서 사이즈를 키워 남성 제품이 된 ‘컨스텔레이션’도 있고요. 오메가는 3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시계를 출시하지 않아도 트렌드의 중심에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 역동적이고, 동시대의 패셔너블한 매력을 잘 반영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면서요.
스마트워치 제작 계획이 없다고 말했는데요.
오메가는 늘 스마트워치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99%의 제품은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았을 정도로 정확도와 자성 부문에서 선구적 위치에 있다고 자부합니다. 최근 출시한 화성의 시간을 위해 개발한 시계 ‘마스타이머’ 제품을 보세요. 지구에서의 시간과 화성에서의 시간(화성은 지구보다 매일 19분이 더 길다), 우주 비행사가 비행을 시작하거나 작은 로켓을 쏘아 올리는 미션 타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한 제품에 담았어요. 이 세 가지 기능을 하나의 타임피스로 만들어 실제 우주 비행사들이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에겐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워치입니다.
<그녀의 시간> 전시의 의미와 전시의 하이라이트를 간단하게 말해준다면?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어떤 시계를 이야기하고 싶은지를 신선하면서도 우리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전시를 둘러보면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고 감정을 건드리고자 하는 의도가 그대로 전해질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여성 시계를 강조하고 싶은지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오메가 고유의 우아함을, 거기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고스란히 만끽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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