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회복을 위한 한국, 영국, 프랑스 <보그>의 솔루션
하나의 이름이 내포하는 무수한 후유증, 롱 코비드. 한국, 영국, 프랑스 3개국 <보그> 뷰티 군단이 면역력 회복을 위해 뭉쳤다.
ALL IS WELL 4년을 꿋꿋이 버텼기에 인연이 없나 보다 생각했다. 주변에서 ‘슈퍼 면역자’가 아니냐며 보내오던 의심도 처음에나 어리둥절했지, 듣기에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차츰 나도 모르게 내 몸 안에 바이러스가 살아남지 못하는 가상의 면역체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달, 선명하게 두 줄이 떠오른 자가 키트를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스스로의 오만을 깨닫고 모처럼 온몸으로 열심히 앓았다. 격리가 해제되면 끝일 거라 믿었는데, 몇 주가 지나도 밤이 깊으면 심해지는 잔기침과 가슴에 가래가 남은 듯한 증세를 겪었다. 평소 강철이라 자부하던 체력도 이전에 비해 50~60%밖에 남지 않은 듯한 느낌에 덜컥 겁이 났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롱 코비드(Long Covid)’인가?
“코로나19 감염 이후 4~12주가 지나도 다른 진단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를 ‘롱 코비드’라고 규정합니다. 증세는 매우 다양한데, 가장 흔히 호소하는 것들로는 피로감, 무기력, 숨이 차는 증상, 기침, ‘뇌 흐림(Brain Fog)’이라고 부르는 머리가 맑지 않고 기억력이 저하되는 증세가 있죠.” 가정의학과 전문의 조아라 교수의 설명이다. 정확히 말하면 감염된 지 이제 4주 남짓 된 나는 완전히 롱 코비드 증후군에 속하지는 않지만, 몸속에 염증이 남은 듯한 찝찝한 기운에 전문 검진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향한 곳은 청담동의 차움의원. 코로나 후유증을 겪는 이들의 치료를 목적으로 지난 6월부터 신설된 ‘롱 코비드 회복 클리닉’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후유증을 묻는 세부 설문을 작성한 뒤 담당의와 상담이 시작됐다. “롱 코비드 증상이 생기는 이유는 바이러스의 직접적 조직 손상, 해소되지 않은 체내 만성 염증.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로감이 나타나는 기전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투했을 때 근육 세포막에 직접 손상과 근섬유의 위축을 일으키고, 체내 염증성 정보 전달 물질인 사이토카인(Pro-Inflammatory Cytokines)의 분비를 활성화시켜 뇌와 신경 근육 접합부에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피로가 쌓인다는 것이다. 나의 증세를 듣고 난 후 담당의가 제안한 것은 혈액 검사와 NK세포 활성도 검사. 채혈을 통해 염증 지표를 확인하고, 면역 세포를 통해 내 몸의 현재 면역력의 정도를 확인해보는 것이었다. 결과 수치는 다행히 가까스로 정상. 호흡기와 순환기의 영상 검사를 따로 할 필요는 없었지만 피로도가 높고 비타민 C와 칼슘이 부족하다는 결과 지표로 컨디션 회복과 항염을 위한 영양 수액을 처방받았다.
롱 코비드 회복 클리닉의 가장 기본이자 중심 요법인 수액 치료. 칸막이로 독립성이 유지되는 주사실에서 리클라이너에 누워 딱딱한 밑창의 부츠를 벗어 던졌다. 나는 비타민 B군과 비타민 C, 마그네슘을 혼합한 마이어스 칵테일 주사에 면역력과 간 기능이 증진되는 감초 주사, 그리고 항산화 효과가 강력한 글루타티온을 혼합한 수액을 60분간 맞았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어도 주 1회, 4~8주간은 주기적으로 투여해야 활력이 증진된다고 담당의는 말했지만, 단 한 번만으로도 확실한 효과를 체감했다. 2~3시간이 지난 후 수액 치료를 받기 전에는 저조하던 컨디션이 코로나를 겪기 이전 상태로 완전히 회복된 듯 보였으니까. 다음 날 아침의 효과는 더 기대 이상. 머릿속이 맑고 몇 주간 푸석푸석하던 피부가 탱탱해지고 생기가 감돌았다. 물론 하루가 꼬박 지나고 나니 드라마틱하던 기운은 서서히 사라졌지만 말이다.
코로나 이후 유독 소화불량 증세를 자주 겪은 내게 담당의가 더불어 제안한 것은 바로 경정맥 영양 치료(IVNT). “코로나바이러스는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우리의 세포막에 존재하는 ACE2라는 수용체에 결합하면서 세포 내로 침입합니다. 이 수용체는 폐뿐 아니라 심장, 콩팥, 뇌, 소화기 계통 등 여러 장기에 존재하다 보니 감염 시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나는 것이죠.” 그리고 소화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 컨디션을 회복하고자 악착같이 챙겨 먹은 많은 영양제가 오히려 위장 장애를 더 악화시켰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사실도 듣게 되었다. “비슷한 케이스의 환자들이 자주 내원하고 있어요. 경정맥을 통해 필요한 영양분을 주사하면 효과는 배가되고, 위에 부담이 가지 않죠.”
아직까지 남아 있는 기침과 가래 증세에 대해서는 따로 감기약을 처방받고, 스파에서 운영 중인 90분짜리 ‘피로회복 에너지 밸런스 케어’라는 이름의 마사지 이완 요법 프로그램도 연계받았다. 담당의와 상담을 통해 필요한 식단, 호흡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되는 간략한 호흡법이나 운동법까지 배울 수 있었다. 숨을 최대한 들이마시고, 잠시 호흡을 멈춘 상태로 복부에 힘을 주면서 크게 기침을 하는 ‘기침 운동’도 잠자기 전에 꼬박꼬박 하다 보니 잔기침이 줄었다.
결국 컨디션 회복 속도를 좌우하는 것은 평소 생활 습관. 무리한 운동보다는 가벼운 산책, 스트레칭으로 시작해 서서히 높은 강도로 운동 시간을 늘리고, 체내 염증을 유발하는 정제 탄수화물, 붉은 육류의 포화 지방이나 가공식품, 패스트푸드와 같은 트랜스 지방을 자제하는,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가 코로나 후유증이라는 사탄을 퇴치할 계책이다. ‘당연한 이야기’라고 여기며 고개를 무미건조하게 끄덕이던 내게 의사는 회심의 한 마디를 던졌다.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롱 코비드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죠.” ‘그래서 그런가 보다’ 여기는 방식의 무심과 방치는 후유증이 아닌 또 다른 질환을 야기하게 된다는, 실로 ‘뼈를 때리는’ 말이었다. 송가혜 <보그 코리아> 뷰티 에디터
IN THE CLUB “코로나는 갑옷 사이의 틈을 발견하듯, 우리의 취약한 부분으로 침투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끔찍합니다.” 통합 의료 일반의로 활동하는 우르슬라 레빈(Ursula Levine)이 말했다. “과거에 바이러스에 감염됐든, 정신적인 문제 혹은 호르몬 불균형을 겪었든 상관없이 당신의 약점을 무섭도록 기가 막히게 찾아내죠. 그다음에는 수없이 다양한 증상을 발현시키고요. 한동안 월경이 중단됐을 뿐 아니라 이전에 감염된 적 있는 헤르페스 같은 바이러스가 재발된 경우도 있었죠.”
전체론적 의학과 재생 및 예방을 결합한 테라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란제르호프(Lanserhof)’ 철학을 바탕으로 한 런던의 최첨단 웰니스 클리닉, 란제르호프 앳 더 아츠 클럽(Lanserhof at The Arts Club). 이곳에서 우르슬라 레빈은 1시간 동안 환자와 대화를 나누고, 심층 혈액 검사를 하며 철저하게 증상을 진단한다. 때로는 말로 표현되지 않은 것을 통해 단서를 얻기도 한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이 의사가 런던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의 상담 책상과 진찰대를 구분 짓는 가림막부터 제거하는 것이었다. 환자가 신발을 벗기 위해 허리를 굽히거나 탈의하기 위해 팔을 위로 뻗을 때 움직이는 방식을 세심히, 더 가까이서 관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임상 증거 확보를 위해 혈액 검사부터 실시하고, 핵심 프로그램인 비타민 주사(아연, 비타민 B군, 비타민 C, 글루타티온과 기타 필수 성분을 혼합한다)와 ‘에어존(Airzone)’ 요법을 실시한다. 이때 산소 마스크를 통해 일부러 산소를 과잉 공급한 뒤, 세포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위해 산소를 제거한다. 이 방법은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파괴하고 더 강력한 미토콘드리아를 새롭게 생성하며 세포 에너지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하 110°C에서 이뤄지는 3분간의 저온 요법 치료 또한 면역 체계 강화와 염증 완화를 돕기 위해 장려한다.
각 치료 단계를 마치자마자 에너지가 즉시 솟는 것을 경험했다. 이전에는 회의를 위해 단기 출장을 다녀오거나,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일에서조차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지만, 이 치료를 받은 직후 내 몸의 모든 컨디션이 초기 설정으로 복구되는 느낌을 받았다. 조용하면서도 인상적인 이 활력 증진 프로그램은 안타깝게도 단 며칠 동안만 지속되었다.
하지만 좋은 습관만큼은 나의 의지로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레빈은 내게 비강 청소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이는 침대에 누워 식염수 또는 비강용 스프레이로 유명한 스테리마(Sterimar)를 머릿속을 청소하는 것처럼 짜릿한 감각이 느껴질 때까지 천천히 콧구멍으로 떨어뜨리는 과정이다. 그다음 몇 분 동안 잠시 대기한 뒤 몸을 일으켜 코를 세게 풀어주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그러고 나면 비강 속이 뻥 뚫린 듯한 해방감이 느껴진다.
혈액 검사를 통해 내게 부족한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을 정확히 알게 된 지금, 나는 간을 정화하고 소화기 계통을 보완하기 위해 밀크시슬뿐 아니라 비타민 D, 아연, 셀레늄 등을 정기적으로 복용하기 시작했다. “이 부분에서는 식단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 내장에는 수조 개에 이르는 박테리아가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박테리아와 ‘나쁜’ 박테리아 사이의 균형이 이로운 쪽에서 문제 있는 쪽으로 기울 때, 그것이 염증으로 이어지죠. 이 작용은 대부분 자각할 수 없고, 눈에 띄지 않는 상태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섭다고 할 수 있죠.”
레빈에 따르면 이런 염증 작용이 잠재적으로 뇌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독성 분자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세포는 내장 벽에 있는 세포와 매우 강한 구조적 유사성을 지닙니다. 그래서 손상을 유발하는 것들이 내장에서 혈류로 합류하면, 결국 이것이 뇌로 갈 수 있고 그때 뇌 흐림 증세(과로,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생기는 혼란, 건망증, 집중력 부족 현상)나 심각하게는 정신 질환이 발생합니다.”
레빈은 내게 중요하며, 결국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한 몇 가지 과제를 내주었다. “바로 이 상황에 기회가 있어요. 인생에서 추구하고 싶은 것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 말이죠. 늘 환자들에게 ‘살면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질문합니다. 모르고 있다면 알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알고 있다면 얼마나 자주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지 묻죠. 항상 오스트리아에 사는 한 노부인의 예를 듭니다. 제가 그 부인에게 질문했을 때 그녀는 ‘초록빛 풀밭에서 꽃 근처에 앉아 있는 것’이라고 답했어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언제 그 일을 했는지 물었습니다. 그녀는 ‘30년 전’이라고 말했죠.” 나는 그 이야기에 충격을 받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자 레빈이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모두 같은 반응을 보여요. 가쁘게 숨을 들이마시죠. 하지만 역으로 같은 질문을 하면, 그들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고 있더군요.” 캐슬린 베어드 머레이(Kathleen Baird-Murray) <보그 UK> 컨트리뷰팅 뷰티 에디터
TICKET TO PARADISE 코로나를 겪은 지도 수개월이 흘렀지만 현저하게 떨어진 체력이 반 정도 회복된 느낌이었다. 고민 끝에 방문한 곳은 스페인 중부의 지중해 연안 도시 알리칸테(Alicante)에 있는 샤 웰니스 클리닉(Sha Wellness Clinic). 휴양지 해변의 5성급 리조트와 스파, 건강 클리닉을 결합한 이곳은 각종 전문가들의 지도 아래 디톡스, 안티에이징 등 일주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으로 수많은 유명 인사가 드나드는 곳이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전신 검진, 혈액 검사, 3D 보디 스캔, 수면 질 평가까지 받았다. 진단 결과는 저혈압, ‘포스트-코로나’로 인한 근 손실과 신경계 불균형. 그렇게 내 몸의 현재 상태가 담긴 속성 사진을 들고 나는 낙원처럼 평화롭고 호화로운 이 클리닉에 입원했다. 전문 의료진은 세 가지 파트로 구성된 요법을 제안했다. 모두 내가 겪는 피로를 해결하기 위한 신체 활력 촉진이 목적이었다. 나는 신경 미토콘드리아의 활동을 증진하기 위한 광생물 조절(Photobiomodulation, 파장이 다른 LED 빛을 뇌에 쐬는 방법) 세션을 처방받았다. 그리하여 45분 동안 금속 헬멧을 쓴 채, 두개골에 부드러운 활력 증진 충격파가 차츰 퍼져나가는 기운을 만끽했다.
두 번째 작전은 바로 정맥 수액을 통한 세포 재생. 이 요법은 코로나바이러스로 발생한 체내 독소 제거에 도움을 준다. 이를 금지하는 일부 국가도 있지만, 운동선수들 사이에서는 매우 인기 있는 치료법으로 입증된 바 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오존(Ozone)을 사용한다. 오존은 슈퍼 항산화제이자 강력한 항염 효과를 지닌 글루타티온의 생성을 돕는다. 피를 뽑은 뒤 영양소로 처치해 한층 강화한 다음 몸속에 다시 주입하는 것이 그 과정이다. 48시간 후 이어지는 다음 세션에서는 마그네슘과 칼슘 한 컵을 혼합한 비타민 C를 20g 대량 투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염 효과를 지닌 식품을 위주로 식단을 구성해 지속적으로 살피는 것이다.
식단의 정체는 이렇다. 우선 된장국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장의 미소 생물군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염증을 유발하는 단당은 식단에서 제한해야 한다. 점심과 저녁 식사 전, 소량의 물 한 잔에 사과 식초를 희석시켜 마신다. 이것은 소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중국 전통 의학에서 사용하는 칡뿌리를 함께 갈아 걸쭉하게 만든 사과 주스 한 컵으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소염 작용을 하는 케르세틴(Quercetin) 성분이 풍부한 주스다.
나는 신경계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추가적으로 비타민 C와 비타민 D, 아연, 울금, 그리고 수면을 위한 트립토판 등의 성분이 기록된 필수 식품군 보충제의 리스트를 들고 마지막으로 클리닉을 나섰다. 2주가 지난 현재, 이 기사를 쓰면서 나는 80/20 규칙(클리닉의 수칙에 따라 식단의 80%는 건강에 좋은 것, 나머지 20%는 즐거움을 위한 것으로 구성)에 맞춘 식단을 열심히 유지하며 활력을 되찾았다. 이 클리닉을 통해 진정으로 다시 태어났다. 프레데릭 베를레(Frédérique Verley) <보그 프랑스> 뷰티 디렉터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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