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트렌드? 필요한 건 잘빠진 화이트 셔츠 한 장뿐!
“내게 화이트 셔츠란 모든 것의 기본이자 시작이다. 나머지는 그다음이다.” 칼 라거펠트가 한 말이죠.
그렇습니다. 화이트 셔츠는 의심할 여지없이 가장 상징적인 패션 아이템이자 누구나 한 벌쯤은 가지고 있는 기본템입니다. 유서 깊은 셔츠인 만큼 시대에 맞게 재해석되며 역사를 쌓아왔죠. 이번 2023 S/S 시즌에는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온 흔적이 무색하게 실로 다양한 디자인의 화이트 셔츠가 등장했습니다. 한 장 한 장마다 각 디자이너의 고유한 창의성이 오롯이 담겨 있었죠. 함께 살펴볼까요?
극과 극의 실루엣을 오가는 요즘, 오히려 오리지널 디자인에 충실한 셔츠가 매력을 극대화합니다. 스텔라 맥카트니, 돌체앤가바나, 아미 모두 지적이고 포멀한 무드의 셔츠를 선보였군요.
하지만 그중 비즈니스 룩의 정석과도 같은 샤프함을 담아낸 건 펜디입니다. 빳빳한 깃에 목까지 채운 단추, 스웨터 소매로 삐져나온 커프스까지,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담았죠.
스산할 정도로 고풍스러운 기운을 뿜어낼 수도 있습니다. 비록 루스한 핏이 전제이긴 하지만 ‘오버사이즈’라는 단어 하나로 묶기엔 디테일도 모두 제각각이죠.
발렌티노의 과장된 몸통 실루엣, 바람 빠진 풍선처럼 느슨하게 늘어진 소매와 깊은 네크라인으로 중성적이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더한 디올, 앙증맞은 리본 디테일과 정직한 어깨 라인이 특징인 아담 립스의 새침한 셔츠가 이를 잘 재현했군요. 공통점이라면 모두 미디 스커트에 매치했다는 것! 펜슬 라인 대신 플리츠 디테일이나 A라인 스커트를 선택해 풍성함을 살렸습니다.
섹시함을 연출하고 싶다면 모 아니면 도 작전으로 가야겠습니다. 남자 친구 셔츠를 대충 걸쳐 입은 듯한 발렌티노의 화이트 셔츠로 전통적인 섹시미를 릴랙스하게 드러내거나,
크롭트 스타일로 발랄한 느낌을 추가하는 거죠. 여기에는 미니스커트나 쇼츠를 매치해 화이트 셔츠의 엄격함을 모두 깨부숩시다. 코르셋 톱이나 뷔스티에를 얹어준다면 더욱 반항적인 섹시미가 완성되겠죠?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로맨틱’입니다. 화려한 프릴, 레이스가 달려 있거나 독특한 컷아웃 디테일을 더한 셔츠로 러블리함을 드러내는 겁니다. 격식 있는 자리보다는 캐주얼한 무드에 더 잘 녹아들겠습니다. 로우 라이즈 진이나 카고 팬츠, 스커트 등 트렌디한 아이템과 고민 없이 매치하세요. 단, 이 스타일링에는 절제가 조금 필요합니다. 맥시멀하게 꾸미기보다는 간결하고 트렌디한 아이템 한두 개로 세련미를 얹어줍시다.
본래 유행 걱정 없이 아무 때나 꺼내 입어도 제 몫을 해냈던 든든한 아이템이었건만 이번 시즌에는 다채로운 스타일로 융통성까지 더했군요. 다가오는 시즌에는 새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원하는 스타일을 마음껏 연출해보세요. 어떻게 입든 품위를 잃지 않는 의연한 실루엣은 영원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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