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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펼쳐진 샤넬의 공방

2022.12.28

아프리카에서 펼쳐진 샤넬의 공방

샤넬 하우스가 2023년 공방 컬렉션을 위해 아프리카 대륙으로 향했다. 세네갈 다카르로 향한 샤넬의 여정.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지르는 사하라 사막. 그 아래는 영어로 표현하면 ‘Sub-Saharan Africa’, 즉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를 가리킨다. 그리고 12월 초 샤넬은 패션 하우 스 최초로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패션쇼를 펼쳐 보인 브랜드가 되었다. 세네갈 수도 다카르의 구 대법원 청사에서 2023년 가을을 위한 공방 컬렉션(Métiers d’Art)을 선보인 것.

“3년 넘게 다카르에서 쇼를 선보이길 원했습니다.” 단 한 번도 세네갈의 수도에 가본 적이 없었지만 친구들에게 이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버지니 비아르는 팬데믹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단순히 런웨이 쇼가 아니라 하나의 이벤트를 제대로 선보이길 원했습니다. 수일간 진정성이 느껴지는 깊은 대화를 나누는 행사이길 바랐죠.”

프랑스가 한때 점령했던 나라의 수도에서 럭셔리 패션 하우스가 20분짜리 패션쇼를 선보이고 떠난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샤넬은 하우스를 받아준 세네갈을 배려하기 위해 최대한 애썼다. 하나의 방법은 세네갈의 문학, 무용, 음악, 미술을 비롯한 다양한 카테고리의 아티스트와 함께한 협업. 예를 들어 컬렉션의 룩북은 세네갈 사진가 말릭 보디안(Malick Bodian)이 촬영했고, 프랑스 감독이 세운 다카르 영화 학교 ‘쿠르트라메(Kourtrajmé)’가 컬렉션을 보여주는 영상 시리즈를 맡았다. 또한 세네갈의 오가닉 순면 생산업체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계획도 세웠다.

아프리카에 대한 존경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샤넬은 쇼를 위해 찾은 손님들에게 이곳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세심하게 준비했다. 예를 들어 샤넬은 도착 직후 첫 번째로 식민지 시절 노예를 수출하던 항구에 자리한 기념관으로 안내했다. 이곳의 슬픈 역사를 잊지 말자는 나름의 제스처. 그리고 현지 조각가의 공방, 수공예 시장 등이 이곳을 찾은 이방인을 기다렸다.

“샤넬은 이곳이 프랑스를 비롯해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 역사를 지닌 나라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거짓된 평등의 허울이 아니라 이곳의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하며 공정함을 실천하는 것은 아름다운 동행이었습니다.” 처음 세네갈을 찾은 퍼렐 윌리엄스 역시 여정에 동행한 소감을 말했다. 2023년 1월부터 다카르의 미술관에서 샤넬 공방의 작업을 바탕으로 전시를 선보이는 계획 역시 세네갈을 향한 연서의 일부.

“앗살라무 알라이쿰!” 세네갈 뮤지션 오브리 다만(Obree Daman)이 코러스와 함께 구 대법원 중정에서 퍼렐을 비롯해 모나코의 샬롯 카시라기 공주, 나오미 캠벨 등 850명의 손님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곧 세네갈을 대표하는 무용단의 공연이 이어졌다. 그 뒤를 이은 공방 컬렉션은 비아르가 사랑하는 1970년대풍 아이디어로 가득했다. 세네갈을 비롯한 아프리카에 그 뿌리를 둔 컬러와 수공예, 패턴과 더불어 모로코를 비롯해 북아프리카를 사랑했던 탈리사 게티 등의 이미지를 닮은 드레스와 카프탄이 이어졌다. 여기엔 르사주와 르마리에를 비롯한 샤넬 소속 공방의 작업물이 가득했다. 아프리카의 젊은 여성들이 아낄 만한 데님 아이템도 눈길을 끌었다. 쇼가 끝난 뒤 다시 아프리카 출신 아티스트 DBN 고고(DBN Gogo)의 음악과 함께 샤넬과 아프리카의 만남을 축하하는 파티가 이어졌다.

2019년 샤넬 하우스를 맡은 뒤 언제나 “만나고, 꿈꾸며, 함께 만드는 것”을 작업의 최우선 순위로 꼽아온 비아르가 덧붙였다. “오늘의 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계속할 것인지 물을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이 아름다운 곳과 대화를 이어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곳이 매우 마음에 들기 때문입니다.” (VK)

쇼가 끝난 뒤 나이지리아 출신의 아티스트 시케이(CKay)가 공연을 펼치는 모습.

세네갈의 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샤넬 2023년 공방 컬렉션 풍경.

에디터
손기호
COURTESY OF
CHANEL
SPONSORED BY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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