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 ‘밈’을 활용하는 법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는 패션 브랜드라는 새 물결.
온라인의 밈 문화와 유머를 통해 젊은 고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21년 여름 켄달 제너는 와이오밍의 한 농장에서 찍은 사진을 포스팅했다. 1990년대의 상징인 ‘J’adore Dior’ 레터링 조끼를 연상케 하는 ‘J’adore Cowboys’ 프린트 탱크 톱을 입은 사진이었다. 단 며칠 만에 이 포스팅은 600만 개의 ‘좋아요’를 획득했다. 패션 에디터들은 24세의 한 웨이트(Han Waite)라는 인물이 영국 비숍 오클랜드(Bishop Auckland)라는 지역의 부모님 집에서 혼자 론칭한 ‘Cowboys of Habit’이라는 이 소규모 브랜드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매진은 순식간이었다.
그 후 카우보이즈 오브 해빗은 인터넷 ‘밈(Meme)’ 문화 및 팝 컬처 레퍼런스와 슬로건에 기반한 비꼬는 디자인, 이를테면 ‘Trophy Wife’ ‘It’s Not Me, It’s You’ 같은 레터링 티셔츠부터 속이 비치는 드레스, 외설적인 포스터 프린트를 이용한 디자인에 대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카우보이즈 오브 해빗은 고객에게 직접 접근하는 여러 브랜드 중 하나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SNS를 통해 탄생했으며, 이른바 불경스러운 패션에 집중한다. 밈 문화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과 비슷한 사고방식의 젊은 기업가(Uncle Inc., Buggirl200, Praying 같은 기업)를 지지하려는 성향을 파고들었다. 인플루언서, 팔로워가 많은 SNS 계정과 언론의 관심 덕분에 이런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창립자들은 이제 자신들의 근본적인 출발점뿐 아니라 본격적인 패션 브랜드로서의 생산 및 수요와 씨름하고 있다.
재미있는 슬로건 티셔츠로 유명한 미국 패션 브랜드 ‘Uncle Inc.’의 공동 창립자, 23세의 알렉스 홈즈(Alex Holmes)는 “이 시점에서 패션의 모든 것이 끝났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패션을 통해 혼란을 느끼길 원하고, 머릿속에서 어떤 대화가 시작되는 옷을 원합니다. 우리 세대는 독특하고 이상한 걸 원하죠.” 로에베의 안스리움 꽃 의상과 액세서리부터, 코페르니의 스프레이 드레스, 발렌시아가의 1,800달러짜리 감자칩 봉투 클러치처럼, 참신함과 뜬금없는 시도를 하는 브랜드가 어린 SNS 유저의 잡음을 끊어버리기라도 하듯 2023 S/S 시즌 SNS를 도배했다.
청소년 문화 에이전시 아치라이벌(Archrival)의 수석 인사이트 전략가 줄리아 피터슨(Julia Peterson)은 밈과 젊은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는 젊은 창업자는 패션과 관련해 Z세대 유머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젊은이들은 같은 또래를 늘 지지하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해요. 더 공감하기 쉬운 크리에이터니까요. 젊은이들은 같은 세대만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한다고 여기죠. Z세대의 경험에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프로덕트이기에, 다른 Z세대가 만든 브랜드를 지원하는 경향이 더 크다고 봅니다.”
2020년 카우보이즈 오브 해빗의 창립자 웨이트는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에서 패션 마케팅 과정을 마친 뒤, 코로나로 해고되기 전까지 영국의 럭셔리 인터넷 쇼핑몰 매치스패션에서 연수를 받고 있었다. 이미 학업과 별개로 친구들과 함께 휴대폰 케이스를 디자인한 적 있는 그는 대출을 받았다. 카우보이즈 오브 해빗의 휴대폰 케이스와 아이리스 로나 빅토리아 패리스 같은 Z세대 인플루언서에게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선물한 세 가지 스타일의 크롭트 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초기 성장세는 완만했지만, 2021년 5월에서 10월 사이 카우보이즈 오브 해빗의 매출은 전년 동기의 700%에 달하며 연간 수익이 수억 달러에 이르렀다.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는 접근법이 주요 수익 요인이었지만, 이제는 런던의 50-m이나 아이에스엘에이 베를린(ISLA Berlin) 같은 컨셉 스토어에 입점하게 되었다.
홈즈의 대학 동창인 리아나 버틀러(Riana Butler)는 2017년 각각 18세와 19세의 나이에 재미로 Uncle Inc.를 론칭했다. 개인화 플랫폼인 재즐(Zazzle)에서 과감한 슬로건의 티셔츠를 디자인해 친구들에게 판매한 것이다. 2020년 가을, 코로나 기간에 이 두 사람은 일자리를 잃었고 ‘Permission to commit tomfoolery(바보짓 할 권리)?’나 ‘Broth runs thru my veins(수프가 내 혈관에 흐른다)’ 같은 슬로건이 적힌 티셔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젠 이것이 아예 본격 사업이 되어 버틀러는 뉴욕, 홈즈는 LA에서 무지 티셔츠를 확보해둔 채 Uncle Inc.를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프린트한다. 이 브랜드는 인스타그램에서는 6만3,000명의 팔로워, 틱톡에서는 2만6,700명의 팔로워와 120만 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그리고 2021년 매출만 수억 달러에 달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브랜드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우리만의 독특함을 가져가려고 해요. 우리의 유머 코드는 일종의 틈새시장이지만 10대 초부터 20대, 30대까지 다양한 배경의 고객이 있죠.” 코로나 기간에 아마존에서 매출이 치솟자 두 사람은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온라인 고객층을 넓힐 수 있는 재미난 방법으로 자신들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딸과 다름없다는 농담을 올리기도 했다. “아무도 믿을 거라고 여기지 않았는데 갑작스러운 관심을 받게 되었죠. 우리가 어리긴 해도 제프 베이조스와 마크 저커버그가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우리도 CEO라고 늘 농담했거든요. 그래서 제프 베이조스를 티셔츠에 프린트했죠.”
카우보이즈 오브 해빗의 인스타그램은 브랜드 포지셔닝의 핵심인 밈을 재공유 포스팅하거나 조롱하는 듯한 슬로건의 제품 포스팅을 번갈아 업로드한다. “일단 중요한 건 제가 브랜드의 고객이라는 거예요. 저와 비슷한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거죠. 제 사람들을 온라인에서 찾는 겁니다.”
인스타그램의 밈 책임자 겸 모회사인 메타(Meta)의 책임자이기도 한 리키 산스(Ricky Sans)에 따르면, 온라인 고객은 밈을 통해 경험을 공유하며,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우리가 밈을 공유하는 방식은 우리 자신, 즉 우리가 누구이며 특정 순간에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한 표현입니다. 자연스럽게 스타일도 이 표현과 일치하는 거죠. 문화가 스트리트 웨어와 스타일의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면서 패션과 밈이 겹치게 돼요. 사람들은 이에 반응하고 밈을 만들고 유포함으로써 함께하는 겁니다.” 현재의 밈 문화는 Z세대를 위해 맞춰진 거나 다름없다고 피터슨은 전한다. “밈 문화는 여러 소셜 미디어 채널에서 발생하는 훨씬 더 크고 문화적 맥락의 대화를 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점이 Z세대에게 매력적인 이유죠. 밈을 인식하고,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알고, 레퍼런스로 삼는 농담을 이야기할 정도로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니까요.”
매디슨 싱클레어(Madison Sinclair)는 2020년 가장 친한 친구를 위해 우스꽝스러운 에드워드 컬렌(영화 <트와일라잇>의 주인공) 티셔츠를 만든 후, 미국 기반의 DTC 브랜드 ‘Buggirl200’을 시작했다. 틱톡에 티셔츠를 포스팅한 후 많은 사람의 문의가 있었고, 디팝(Depop)에서 상품을 판매하며 자신의 웹사이트도 만들었다. 현재 한 달에 500건 정도의 주문을 처리하며 제품 한 개당 가격은 30~70달러 선이다. 싱클레어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Buggirl200 의류를 좋아하는 이유는 대중문화의 어리석고 독특한 표현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기가 정말 쉽기 때문입니다.” 티셔츠에는 코미디언부터 독특한 개성의 배우까지 전형적이지 않은 유명 인사와 함께 ‘America’s Beauty’ 같은 비꼬는 슬로건을 함께 사용하곤 한다. “뮤직 페스티벌에서 제 티셔츠 때문에 친구가 됐다거나, 캐나다 코미디언 네이선 필더나 배우 대니 드비토 같은 공통 주제의 옷을 통해 지인이나 친구들과 더 친해졌다는 사람이 많아요. 모두 재밌으면서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것을 좋아하잖아요. 사람들은 이런 관심사가 주제가 되는 것을 좋아하는 거죠.”
Uncle Inc.도 고객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틱톡을 이용한다. 두 명의 창립자가 집에서 웃긴 영상을 찍어 올리는 식이다. ‘Me=Sad’. 버틀러가 어두운 비구름 아래 서 있는 것으로 영상이 시작된다. “패셔너블한 의류 브랜드 제품이 있었다는 게 기억나요”라고 말하며, Uncle Inc. 베스트셀러 티셔츠의 몽타주로 영상이 이어진다. 홈즈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틱톡이 성장하면서 우리도 성장하게 되었고 성공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봐요. 랜덤 영상은 더 크게 터질 거예요. 우리가 특별한 전략이 있는 건 아니지만 틱톡 트렌드에서 영감을 얻죠.” 2022년 처음으로 Uncle Inc.는 홀리데이 시즌을 위해 마케팅 에이전시를 통한 유료 광고를 진행했다.
웨이트가 폰 케이스와 크롭트 티보다 더 많은 아이템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로 결정했을 때, 고향 비숍 오클랜드의 디자인 스튜디오와 연락을 취했다. 웨이트의 집으로부터 단 세 블록 떨어진 부모님 집에서 카우보이즈 오브 해빗 제품의 70%를 작업하는 디자인과 학생 이비(Evie)를 만나게 됐다. 이런 추가 지원에도 여전히 수요는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Uncle Inc.의 창립자들은 계절에 따라 300건에서 1,000건에 달하는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프린트와 패키징으로 밤을 새우는 날도 허다하다. (2022년의 홀리데이 시즌에는 특히 더 바빴다.) 그러나 이는 젊은 DTC 브랜드에 결코 나쁜 일은 아니다.
새로운 컬렉션을 만들 시간을 내기 위해 웨이트는 90%의 제품을 웹사이트에서 내려 더 많은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 그 사이 웨이트는 컬렉션을 준비하고, 이비는 미리 베스트셀러 상품 제작에 들어가 챙기지 못한 주문에 대한 작업을 마칠 수 있다. 제품의 희소성은 실제로 카우보이즈 오브 해빗의 판매 증가에 도움이 됐다고 웨이트는 전한다. 제품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면서도 너무 흔해지는 것은 방지할 수 있기에 재입고되는 즉시 주문이 쏟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때론 웨이트가 그렇게 되도록 만들기도 한다. 브랜드의 시어 스커트 세트를 사람들이 입고 있는 모습이 영국의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의 여러 포스팅에 태그되자 웨이트는 해당 상품을 바로 품절 처리해버렸다. “고객이 사지 못하는 것을 바라진 않아요. 하지만 어디서나 볼 수 있어서 질리는 것도 바라지 않거든요. 너무 많은 사람이 보고 좋아하는 것을 위시 리스트에서 빼버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러나 식탁이나 침실 바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동의한다. 홈즈는 이런 의견을 전했다. “우리끼리만 사업을 운영하는 건 어려워요. 사람을 더 고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방에서 일하고 창고나 사무실 공간은 없어요. Uncle Inc.의 규모가 커지면서 마케팅, 디자인, 생산 같은 일을 한 번에 모두 하는 건 우리 모두에게 너무 부담이 될 수 있어서 1년 안에 직원을 늘리려고 합니다.” 홈즈와 버틀러는 외부 투자에 열려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
웨이트는 현재 대량 주문을 처리할 인프라가 없어서 주요 럭셔리 스토어의 입점 제안을 거절해야 했다. “앞으로 몇 달 안에 주문이 20%라도 늘면 어떻게 감당할까? 어떻게 전부 해낼 수 있을까? 계속 생각해요. 사업을 확대하려면 뭘 해야 할지 알고는 있지만, 할 수가 있어야 말이죠.” 웨이트는 영국에서 상품을 제작하기를 원하고, 더 많은 영국 기반의 스튜디오와 협업하며 소량 주문 제작이 아닌 대량 생산을 실행할 계획이다. “더 다양한 아이템을 개발하기 위해 유럽에서의 해외 생산 같은 대안을 열심히 찾고 있어요.”
웨이트는 2월에 런던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이비가 상품을 제작하는 동안 샘플링을 돕기 위해 더 많은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할 계획이다. 목표는 캐나다 리테일러인 에센스(Ssense)가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이다. “에센스는 창의성을 중시합니다. 뭔가를 숨기거나 기본만 보여주려는 곳은 아닌 것 같아요. 쇼핑은 재미있잖아요! 우선 그게 절대적인 목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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