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도네시아 여행길에 주목해야 할 6가지
한국인의 인도네시아 여행이라면 발리 리조트로 직항해 3박 5일 머물다 가는 게 보통이다. 그러다 시간이 나면 우붓 시장에서 저렴한 공예품을 사고 편의점에서 헤어 에센스를 고르고 해변에서 빈땅을 마신다. 그것도 재미는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생각보다 넓고 모던하다. 아직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인도네시아와 발리의 흥미로운 브랜드, 주목할 움직임을 소개한다.
보야지 아일랜드 진
인도네시아는 꽃, 과일, 허브, 양념의 천국이다. 발리는 전 세계 파티광이 몰려드는 섬이다. 좋은 리큐어가 탄생하기 완벽한 조건이다. 보야지 아일랜드 진은 발리 포멜로, 말루쿠 후추, 자바 고수씨, 수마트라 카더몬 등 인도네시아산 재료를 짧은 유통 경로로 신선하게 수집해 발리의 양조장에서 제조한다. 인도네시아 주류 최초로 세계 대회에서 수상한 술이기도 하다. 2020년 런던 스피릿 대회 실버 어워드, 2021년 샌프란시스코 월드 스피릿 대회 실버 어워드, 2022년 인터내셔널 스피릿 챌린지 브론즈 어워드를 받았다. 달콤한 아로마와 신선한 시트러스, 양념의 깊은 풍미가 잘 어우러진 술이다. 다음 여행에선 당신의 발리니스 바텐더에게 보야지 아일랜드 진으로 만든 칵테일을 청해보자. 혹은 리큐어 숍에 들러 기념품으로 구입해도 좋겠다. 술꾼 친구가 있다면 분명 좋아할 것이다. 인스타그램 @voyageislandgin 홈페이지 voyageislandgin.com
아일랜드 브루잉
많은 사람이 발리 하면 빈땅, 빈땅 하면 발리를 떠올린다. 인도네시아는 과거 네덜란드의 식민지였고, 하이네켄 공장이 있었다. 빈땅 맥주는 옛 하이네켄 레시피를 사용한다. 말인즉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제 크래프트 맥주 애호가도 발리에서 즐길 거리가 생겼다. 팬데믹으로 발리가 조용할 때 아일랜드 브루잉은 소리 소문 없이 세력을 넓혀 이제 고급 비치 클럽과 레스토랑에서 가장 잘 팔리는 술이 되었다. 아일랜드 브루잉은 발리의 양조장에서 태양열을 이용해 제조한다. 인스타그램 @islandbrewing.beer 홈페이지 islandbrewing.beer
티가 홈
한국 여행자에게도 유명한 스미냑과 짱구에는 작은 패션 부티크가 줄지어 서 있다. 대개는 서양 이민자들이 취향껏 소량 제작한 리조트 웨어로, 가격은 유럽 여행자 수준에 맞춰진다. 아주 창의적이지도 않고, 발리 물가를 생각하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만 보고 인도네시아 패션 산업을 판단하면 곤란하다. 사실 인도네시아의 진짜 영리하고 예쁜 것들은 인터넷에 다 모여 있다. 인도네시아는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유선전화와 데스크톱 시대를 건너뛰고 스마트폰으로 직진해버린 나라다. 그러니 로컬 패션도 럭셔리보다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스트리트 브랜드 쪽이 세계인의 감성에 맞고 매력적이다. 티가 홈이 그런 브랜드 중 하나로, 온라인이 메인이지만 드물게 발리에서 오프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다. 버켄스탁 스타일 슬라이더나 클로그에 팝아트를 가미한 신발이 재미있다. 발리에서는 스미냑의 카페 리볼버, 로컬 디자이너 수영복 브랜드 캄마 매장에서 판매한다. 티가 홈 인스타그램 @tigahhome 캄마 인스타그램 @kammaswim
손더랩
발리로 직항하는 바쁜 젯셋족에게는 해당 없는 얘기지만 자카르타에는 흥미로운 편집숍이 많다. 로컬 브랜드 발굴에 관심이 있다면 손더랩, 투셰, 어 스페이스 어몽스트 어스 등을 눈여겨볼 것. 특히 손더랩은 일본 진출도 확정된 상태다. 인도네시아 출신 디자이너 겸 모델 파라니 파와카 엠펠의 아이웨어 브랜드 파와카(Pawaka), 미국에도 진출한 풋웨어 브랜드 사자(Saja), 귀여운 세라믹 제품을 만드는 리빙 브랜드 혹스톤 & 테이트(Hoxton & Tate) 등을 손더랩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매달 독점으로 브랜드 협업을 전개하고, 작은 브랜드라도 괜찮은 아이템이 있으면 꾸준히 소개해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맨카인드
맨카인드는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2015년 설립해 대약진 중인 브랜드다. 처음엔 친구들을 위해 소량 생산하다가 점점 규모가 커졌다고. 트러커 재킷에 자수를 가미하거나 남성 카디건과 티셔츠에 비비드한 색채를 활용하는 등 재치 있는 시도를 하면서도 항상 실용성을 잃지 않는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해외 배송 주문도 받고 있다. 맨카인드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겸한 레스토랑 운영, 잡지 발행, 파티 개최 등 감각적인 일을 꾸준히 벌이면서 전 세계 스트리트 컬처 애호가에게 다가서고 있다. 인스타그램 @m.a.n.k.i.n.d 홈페이지 thisismankind.co
지속 가능한 디자인
지난해 ‘인도네시안 컨템퍼러리 아트 앤 디자인(ICAD)’에서는 소의 분변으로 만든 오브제를 소개했다. 독일과 핀란드에서 활동하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여러 공공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 아디 누그라하의 작품이었다. 그는 지역 농가에서 분변을 처리하지 못해 하천이 오염되고 냄새가 나자 이를 해결하고자 연구에 착수했다. 소똥을 물로 씻어 섬유질을 추출한 다음 여러 첨가물을 섞어 모형을 만들었다고. 아트 페어를 통해 싱가포르, 호주, 인디아, 미국 등에서 주문이 들어왔지만 당장은 국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그것이 좀 더 지속 가능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이 상품화되면 농장주들이 쓰레기 문제도 해결하고 수익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인도네시아는 섬유 제조 강국답게 패션 기업의 수요를 반영한 새로운 소재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벨 소사이어티는 커피 펄프를 이용한 비건 가죽으로 샘플을 제작, 판매 중이며, 패션 브랜드의 협업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 미코테크 랩(mycl.bio)에서 개발한 버섯 가죽은 2027년까지 주문이 꽉 차서 샘플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태다. 인도네시아를 여행할 일이 있다면 이들을 방문해 패션의 미래를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다.
- 글
- 이숙명(칼럼니스트)
추천기사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