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갖고 있는 슈즈, 컨버스 이야기
‘범용성이 가장 좋은 슈즈’ 대회가 열린다면, 아마 우승은 컨버스의 척 테일러 올스타 모델에 돌아갈 것입니다. 43초에 한 켤레씩 팔린다고 하니, ‘누구나 갖고 있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마땅하죠. 하지만 컨버스 슈즈가 지금 같은 ‘클래식’의 명성을 얻기까지, 그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1917년에 탄생한 컨버스 올스타는 농구 선수를 위해 탄생했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괜찮은’ 농구화 정도로 인식되었습니다. 1921년 척 테일러라는 영업 사원이 세일즈 팀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농구 선수로도 활동한 척은 미국 전역의 고등학교를 돌아다니며 농구 클리닉을 운영하고, 매년 농구 관련 책자를 발간할 만큼 농구를 사랑했습니다. 세일즈 전략이기도 했죠. 그가 움직일수록 컨버스 올스타의 인기도 급상승합니다.
당시 미국인들은 신발 가게에 들어가 ‘컨버스 올스타 주세요’가 아니라 ‘척 테일러가 파는 그 신발 주세요’라고 했다는 일화만 봐도 알 수 있죠. 그것이 1932년 ‘척 테일러 올스타’로 이름이 바뀐 이유입니다.
농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1936년 베를린 올림픽부터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까지, 컨버스는 올림픽 ‘공식 슈즈’로도 지정되죠. 1936년 미국 농구 대표 팀이 미국을 상징하는 화이트와 레드, 블루 컬러가 들어간 척 테일러 올스타를 신고 금메달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그 후 1957년 컨버스는 로우-톱 버전을 출시하며 농구 선수에서 나아가 대중의 시선까지 사로잡게 됩니다.
컨버스가 지금처럼 ‘모두를 위한 슈즈’로 거듭나는 데는 록 스타의 도움이 컸습니다. 역사상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밴드 중 하나인 AC/DC의 프런트맨 앵거스 영은 공연할 때마다 컨버스를 신었습니다. 펑크 록의 시조, 라몬즈는 멤버들이 컨버스를 신지 않은 사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죠. 1970년대에 자유로움과 반항을 상징하던 록 스타들 덕에 올스타는 유스컬처를 대표하는 슈즈로 자리매김합니다.
록 스타들이 컨버스에 반항이라는 코드를 삽입했다면, 프랑스의 여배우들은 컨버스를 ‘시크하게’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합니다. 제인 버킨처럼 무엇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무심한 애티튜드를 가진 파리지엔이 일제히 컨버스를 택했기 때문이죠. 프렌치 시크 스타일링의 공식과도 같은 스트레이트 데님과 컨버스 조합이 탄생한 것 역시 이때쯤입니다.
1990년대에도 컨버스는 다양한 서브컬처 신의 선택을 받습니다. 커트 코베인은 본인의 컨버스 앞코에 다양한 낙서를 한 뒤 신발이 다 닳도록 신고는 했습니다. 컨버스는 반스와 함께 스케이터에게 큰 사랑을 받는 슈즈 브랜드기도 하죠. 컨버스가 범용성이 좋은 가장 큰 이유 역시 긴 역사만큼 다양한 문화 영역에서 선택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현재 컨버스가 어떤 슈즈인지 설명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모든 스타일 아이콘이 한 켤레쯤은 보유하고, ‘쿨한’ 사람들이 모두 컨버스를 신으니까요. 컨버스가 이토록 많은 사람에게 두루 사랑받고, 범용성이 좋은 이유 역시 긴 역사만큼 다양한 문화의 선택을 받아왔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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