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애정하는 물건 5’ 에디터 &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정혜선 _THE LIST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정혜선은 자신을 에디터,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라고 말한다. 그녀는 프리랜스 에디터로 <보그>를 비롯한 매거진에 글과 인터뷰를 기고하고, 파리 및 유럽에서의 촬영을 기획한다. 파리를 거점으로 하는 럭셔리 하우스의 패션쇼 취재, 디자이너와의 인터뷰, 패션 화보까지 촘촘한 기획력과 취재력이 뒷받침되는 <보그>의 기사와 에디토리얼은 그녀의 힘을 많이 빌렸었다. 또 그녀는 패션에 한정되지 않고 서울과 파리를 오가는 푸드 프로젝트 ‘In Another Country’까지 진행한다.
더불어 파리에 오기 전 본업이었던 모델 일 또한 틈틈이 하는 중이다. 르메르의 런웨이에 서고 더 로우, 르메르, 커미션 뉴욕, 마린 세르의 옷을 입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델 정혜선의 모습에서는 강인함과 차분함을 아우르는 여성상이 느껴진다. 그녀가 지난 발렌시아가 2021 서머 프리컬렉션(2021 Summer Pre-collection)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파리 밤거리를 파워풀하게 걷는 장면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순간. 2023년은 정혜선이 영화 미학을 공부하러 파리로 향한 지 어느덧 10년을 넘긴 해다. 맑간 도자기처럼 단정하고 세련된 취향을 지닌 그녀에게 겨울에 들어서서 가장 아끼게 된 물건에 대해 물었다. 정혜선 인스타그램
Études x Jean-Michel Basquiat – HORIZON CASSIUS CLAY BRICK RED
지하철 계단에 끌릴 정도로 긴 오버사이즈 코트를 좋아하지만, 주된 이동 수단이 자전거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봄버를 훨씬 자주 입는다. 최근 가장 즐겨 입는 제품은 장미셸 바스키아의 거친 드로잉을 흰색 실로 수놓은 레드 브릭 컬러 봄버로, 파리의 패션 레이블 에뛰드와 장미셸 바스키아 재단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했다. 편안하고 활동적인 아이템이지만, 버건디보다는 채도가 좀 더 높은 레드 컬러가 왠지 잘 차려입은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Paloma Wool – Knitted Balaclava
최근 파리 마레 지구에서 열린 팔로마 울 팝업에서 구매했다. 바라클라바를 구매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작년인데, 나에게 어울리는 제품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헤어라인이 드러나 한결 여성스러운 디자인, 목선이 가늘어 보이는 타이트한 넥, 폭신한 촉감, 밝은 네이비 컬러까지, 마음에 쏙 드는 팔로마 울의 바라클라바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이 아이템 덕에 올겨울에는 목도리를 착용하는 날이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Baserange – Overknee Socks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겨울에는 하의 안에 꼭 내의용 레깅스를 껴입는다. 얼마 전 여러 켤레를 구매한 베이스 레인지 오버 니 삭스는 레깅스의 훌륭한 대체물이 되었다. 도톰한 면 소재의 양말은 보온성과 착용감도 좋지만, 갑자기 더워질 때 허벅지 중간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발목까지 돌돌 말아 내리면 그만이라 기능적(?)이기까지 하다. 여러 색깔이 있는데, 그중에서 체스 브라운 컬러 양말에 가장 손이 많이 간다.
Madoka Rindal – Palo Santo Holder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일본 세라미스트이자 절친인 마도카 린달의 팔로 산토 홀더는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난 요즘, 내게 소소한 기쁨을 선사하는 물건이다. 퇴근길에 장을 보고, 느긋하게 저녁 식사 준비를 마친 후,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이 홀더에 초를 꽂고 불을 붙일 때가 하루 중 마음이 가장 평온한 순간이다.
Nonfiction – Lapsang Song
방향 제품으로는 세이지 스머지 스틱과 팔로 산토, 인센스를 유일하게 사용해봤는데, 최근 논픽션의 랍상송 캔들에 푹 빠졌다. 스모키한 홍차, 포근한 샌들우드, 스파이시한 카다멈 노트가 어우러진 랍상송은 강렬한 인상을 풍기지만, 오래 맡아도 질리지 않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향이 매력이다. 브랜드 논픽션과는 최근 몇 년간 커뮤니케이션 어드바이저로서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함께해왔고, 특히 홈 프래그런스 라인은 향 개발 단계부터 출시되기까지의 과정을 쭉 지켜봤다. 아마 브랜드에 대한 애착도 한 방울 추가되어 랍상송을 더 애정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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