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코리아’가 선정한 2023 라이징 브랜드 10
2022년에는 유독 이별이 잦았습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세상을 떠났으며, 라프 시몬스는 브랜드 전개를 중단했고, 한동안은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환상 동화를 가까이할 수 없게 되었죠. 하지만 끝이 있으면, 시작도 있는 법입니다. 다니엘 리는 버버리 데뷔를 앞두었고, 루도빅 드 생 세르냉은 앤 드멀미스터의 유산을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무슨 일이 일어나건, 패션은 앞을 향해서만 나아가죠. 패션 앞에 그리고 우리 앞에 펼쳐질 2023년에 대한 기대를 가득 담아 올해뿐 아니라 더 먼 미래까지 책임질 10개 브랜드를 <보그 코리아>가 선정했습니다.
1. Didu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를 2019년에 졸업한 중국인 디자이너 디 두(Di Du)가 설립한 브랜드. 불과 몇 년 만에 8만8,000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모았고, 온라인 쇼핑 플랫폼 에센스(Ssense)에도 입점했습니다. 디두의 가장 큰 특징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에서 모두 영감을 받아 그 중간점을 찾아낸다는 것. 젊은 디자이너답게, 내면의 분노를 적당히 섞어 컬렉션을 전개한다는 점 역시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인스타그램 링크
2. AVAVAV
소규모 브랜드의 성장에 인스타그램의 ‘하이프’만큼 도움 되는 것이 없죠. 아바바브 역시 이름하여 ‘소셜 미디어 시대’의 수혜를 톡톡히 누릴 예정입니다. 이들의 2023 S/S 컬렉션이 ‘바이럴하게’ 퍼졌거든요. 디자이너 베아테 칼손(Beate Karlsson)은 항상 기괴한 슈즈를 선보이는 탓에 ‘신발이 불편해 모델들이 넘어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해왔고, 이를 위트 넘치는 컬렉션으로 풀어냈습니다. 컨셉추얼한 이들의 옷은 아방가르드 여제, 비요크의 선택을 받기도 했죠. 인스타그램 링크
3. Hodakova
지난 2023 S/S 시즌, 파리에서의 첫 컬렉션이자 브랜드의 세 번째 컬렉션을 선보인 브랜드 호다코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들이 ‘다르게 보기’와 ‘재창조’에 매우 능하기 때문. 속옷을 재활용해 드레스를 만들기도 하고, 벨트를 넥타이처럼 활용하기도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아티스트로 전향한 마르탱 마르지엘라를 연상시키기도 하죠. 디자이너 엘렌 호다코바 라르손(Ellen Hodakova Larsson)처럼, 이미 존재하는 것을 새로운 각도에서 신선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디자이너는 어느 시대에나 환영받습니다. 인스타그램 링크
4. Ester Manas
최근 몇 년간 패션계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두 가지만 꼽자면 ‘지속 가능성’과 ‘포용성’입니다. 이 까다로운 두 가지 키워드 혹은 조건을 충족하는 브랜드는 흔치 않죠. 에스터 마나스가 그 드문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마른 모델들이 넘쳐나는 파리 패션 위크에서 보란 듯이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런웨이를 가득 채웠습니다. 지속 가능하고 신축성이 뛰어난 소재로 제작한 제품의 사이즈는? 코튼 티셔츠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부 ‘원 사이즈’입니다. 인스타그램 링크
5. Ashlyn
브랜드 애슐린(Ashlyn)을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 박상연은 요지 야마모토, 라프 시몬스와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두 거장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죠. 정교한 테일러링으로 빚은 날렵한 실루엣은 물론 과하지 않은 관능미가 특징입니다. 진짜 어른을 위한 우아하고 절제된 옷이라고 할까요? 인스타그램 링크
6. Tanner Fletcher
디자이너 듀오 태너 리치(Tanner Richie)와 플레처 카셀(Fletcher Kasell)이 이끄는 태너 플레처는 기본적으로 젠더리스 스타일을 지향합니다. 수많은 젠더리스 브랜드와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위트. 셔츠와 카디건은 물론 팬츠에도 작은 리본을 달아 과하지 않고 모두가 시도해봄직한 스타일을 선보이죠. 인스타그램 링크
7. Edward Cuming
에드워드 커밍의 옷은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만져보기 전까지는 말이죠. 제가 어느 편집숍에서 에드워드 커밍의 블레이저 재킷을 한동안 어루만졌듯, 이들의 옷에는 지나가는 누군가를 사로잡는 매력이 있습니다. 에드워드 커밍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소재. 섬세한 여성복 소재를 활용해 ‘남성적인’ 의류를 제작합니다. 덕분에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하는 룩을 선보이죠. 인스타그램 링크
8. Willy Chavarria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윌리 차바리아는 잔뼈가 굵은 베테랑 디자이너입니다. 랄프 로렌, 아메리칸 이글을 거쳐 현재는 캘빈 클라인 맨즈웨어의 부사장을 맡고 있으니까요. 그런 그가 2015년에 설립한 브랜드 윌리 차바리아의 컬렉션은 ‘고전적인 남성상’을 재해석하는 데 집중합니다. 모델들은 XXL 사이즈의 디키즈 팬츠에 코르테즈를 신고, 험악한 인상을 한 멕시코계 미국인 집단 ‘치카노’를 떠올리죠. 페미닌 코드를 삽입하는 것이 맨즈웨어 디자이너의 필수 소양처럼 되어버린 지금, 윌리 차바리아의 디자인은 그 어느 때보다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인스타그램 링크
9. Post Archive Faction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은 오늘 소개하는 10개 브랜드 중 가장 잘 알려졌을 겁니다. 헤일리 비버는 물론 인스타그램에서 소위 ‘옷 좀 입는다’는 사람들 모두 한 피스쯤은 갖고 있을 정도죠. 그럼에도 ‘라이징’ 브랜드 리스트에 포함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더 높이 날아오를 자격을 갖춘 데다 그럴 준비까지 마쳤기 때문. 온갖 진보적인 디자인이 펼쳐지는 실험의 장과도 같은 ‘레프트’ 라인과 웨어러블하며 보수적인 ‘라이트’ 라인을 동시에 전개하는 모습에서 예술성과 상업성 모두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인스타그램 링크
10. Jiyong Kim
‘세상에 하나뿐인’이라는 수식어는 언제나 가슴을 뛰게 합니다. 특히 ‘세상에 하나뿐인 옷’을 손에 넣었을 때 느끼는 기쁨은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렵죠. 지용킴은 그런 기분을 선사하는 브랜드입니다. ‘선 블리치’라는 독특한 기법을 활용해 각기 다른 패턴과 컬러감의 피스를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처음 보는 유형의 슬로우 패션 브랜드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보그 코리아>를 위해 협찬용 의상도 미 군용 텐트 원단을 재활용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짐 백에 담아 보낼 정도로 ‘멋을 아는’ 브랜드기도 하죠. 인스타그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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