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의 새로운 수장, 사바토 데 사르노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후임자가 정해졌습니다. 다소 생소한 이름, 사바토 데 사르노(Sabato De Sarno)가 그 주인공.
사십이 채 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합니다. 2003년에 프라다의 여성복 패턴 메이커 어시스턴트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돌체앤가바나에서 짧게 근무한 뒤, 2009년부터 발렌티노에 몸담아왔습니다. 그가 니트웨어 부문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지 11년이 지난 2020년, 발렌티노의 패션 디렉터로 선임되었다는 것만 봐도 그를 향한 신뢰가 얼마나 두터웠는지 알 수 있죠.
자세히 살펴보면 그는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펜디와 구찌에서 근무한 것처럼 사바토 데 사르노 역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패션 하우스에서만 커리어를 이어왔죠. 두 디자이너 모두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직을 맡기 전, 한 하우스에서 오랜 기간 머물며 그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구찌의 ‘깜짝 발표’가 있기 전까지 이름이 널리 알려진 디자이너가 아니었다는 점도 닮았습니다.
그는 어떤 디자인으로, 어떻게 구찌를 바꿔나갈까요? 데뷔 컬렉션인 9월의 2024 S/S 컬렉션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추측만 할 수 있습니다. 그가 오랫동안 발렌티노의 디렉터 피엘파올로 피촐리의 오른팔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피촐리는 현시대를 대표하는 꾸뛰리에답게 우아한 실루엣을 선보이는 데 능하고, 누구보다 컬러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디자이너죠. 그의 DNA를 흡수한 만큼 사바토 데 사르노 역시 글래머러스하고 정제된 실루엣과 다양한 컬러를 선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몇 주 전 구찌의 2023 F/W 남성복 컬렉션이 ‘사바토 데 사르노의 구찌’ 예고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이끌던 구찌가 한 편의 환상 동화 같았다면, 2023 F/W 컬렉션은 좀 더 현실적이었거든요. 구찌의 디자인 팀은 예전처럼 화려한 컬러를 활용하면서도, 구찌 특유의 ‘팝’한 느낌은 뺀 채 실루엣에 집중했습니다.
벌써부터 사바토 데 사르노가 어떻게 하우스를 바꿔나갈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가 9월에 선보일 컬렉션이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구찌가 위트를 잃지 않을 것이라는 이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구찌는 지난 토요일 오전 사바토 데 사르노와 함께하게 됐음을 알렸는데요, 그의 이름 사바토가 이탈리아어로 뜻하는 것은 ‘토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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