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내거나 강조하거나! 자유는 내 가슴에
지금 패션계를 둘러보세요. 언더웨어로 입던 란제리와 코르셋 톱은 패션 아이템으로 변모했고, 과감한 컷아웃 디테일을 가미한 옷은 물론이요, 마이크로 스커트와 하의 실종 패션으로 두 다리는 자유를 만끽 중입니다.
비단 최근 일이 아닙니다. 1970년대 수트와 누드 룩으로 파격을 불러일으켰던 생 로랑을 떠올려보세요. 패션계는 늘 여성의 실루엣을 재해석하고 새롭게 창조해내려 끊임없이 노력해왔습니다. 그 안에는 여성의 해방과 자유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고요. 특히 지난 몇 시즌 동안 가슴은 가장 뜨거운 화두였습니다. 스키아파렐리의 콘 브라부터 여성의 신체를 본뜬 트롱프뢰유 아이템이 곳곳에서 보이더니 모델들은 시스루 톱만 입은 채 런웨이를 가로지르기도 했죠. 마침 타이밍이 잘 맞물렸습니다. 패션계에서도 맥시멀리즘의 흐름이 조금씩 물꼬를 트기 시작했거든요. 덕분에 예술과 패션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는 중입니다. 오트 쿠튀르 컬렉션이 아닌 레디투웨어 컬렉션에서도 아트 피스에 가까운 패션을 마주할 수 있게 됐고요.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많은 브랜드가 가슴에도 창의력을 불어넣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드러내기만 하는 것이 아닌, 오직 가슴을 위한 아이템을 만들어낸 거죠. 브라 톱 대신 유두만 겨우 가린 디자인부터 “내 가슴 여기 있어!”라고 가리키는 듯 가슴을 강조한 독특한 오브제까지. 금기와 선입견을 과감히 내려둔 여성의 신체는 더 자연스러웠습니다. 각각의 아이템을 보고 있노라면 이보다 더 기발하고 아름다울 순 없었고요.
컬렉션 테마에 맞춰 각종 오브제로 유두를 가린 모습입니다. 지난 시즌 자크무스는 별과 태양 모티브를, 이번 시즌 인어를 주제로 삼은 블루마린은 조개 모양의 메탈릭 브라를 올렸습니다. 핑크빛으로 뒤덮였던 아크네 스튜디오는 리본으로 유두만 간신히 가렸죠. 퍼펫 앤 퍼펫은 나비 모양으로 위트를 드러냈군요.
발칙함으로 무장했던 비베타의 컬렉션은 또 어떻고요! 하트 모양으로 가슴을 살짝 가리는가 하면, 반짝이는 손 모양을 가슴 부근에 새긴 누드 톱으로 초현실주의를 귀엽게 소화해냈습니다.
스트리트 웨어의 영역을 넓히기도 했습니다. 실용성을 내세운 미우미우는 가운데 버클이 달린 브라렛으로, 지방시는 벨트가 연상되는 레더 소재의 형태를 내놓았죠.
로에베는 컬렉션 전반을 관통했던 안스리움 오브제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팬데믹까지 겪어서일까요? 마스크로 얼굴까지 꽁꽁 가렸던 지난날을 떠올리니 ‘섹시함’이나 ‘관능미’보다는 왠지 모를 짜릿한 해방감이 느껴집니다.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세요!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몸을 온전히 표현할 때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외치고 있는 듯하죠. 이미 많은 셀럽들이 거리낌 없이 자신의 몸을 드러내거나 강조한 패션을 선보이기 시작했고요.
시즌을 거듭하며 자유를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는 패션계. 또 모르는 일입니다. 지금은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미니스커트나 수트가 사실 지난한 혁명을 거쳐온 아이템인 것처럼, 우리의 가슴도 멀지 않은 미래에 완전한 자유를 누릴지도요! 가슴을 가리기 위한 브라 톱을 고르는 대신 내 가슴과 잘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고르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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