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맥카트니가 패션계에 바라는 것
스텔라 맥카트니가 2023년 패션계에 바라는 건? ‘배드 비즈니스’를 ‘클린 비즈니스’로 바꾸는 것.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는 오랫동안 패션의 지속 가능성 운동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패션 브랜드의 기후변화에 대한 공약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반에 걸친 변화는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실제로 UN 패션 헌장에 따르면 서명 기업의 15%(환경 활동에 가장 헌신적인 기업)만 파리 협약에서 제시한 1.5C 경로를 달성할 수 있는 궤도에 도달했다. “그린워싱(Greenwashing: 실제로는 환경을 해치는 제품을 만들면서 친환경 이미지를 조장하는 행위)은 다 이유가 있죠.” 맥카트니는 영국 윌트셔의 자택에서 줌을 통해 <보그> 인터뷰를 가졌다. “우리 업계는 PR뿐 아니라 사물을 실제와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데 매우 능숙합니다.”
열정적인 동물 보호 운동가인 맥카트니에게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제2의 본능과 같다. “지금까지 이 일을 해온 이유는 관심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동물을 죽이고 싶지 않아요. 지구도 죽이고 싶지 않죠. 저는 지구의 훌륭한 시민이자 사업가,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절실하게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여전히 찾아보기 힘든 정신이다. 맥카트니는 2023년에 희망하는 변화에 대해 계속 설명했다. “영향력이 큰 사람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반드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패션 산업은 지구에 가장 해로운 산업 중 하나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우리 업계에서 금전과 상관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데 책임감을 갖기를 바랍니다.”
패션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이런 갈등과 씨름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속적 성장을 추구하면서도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고 공약한다. 맥카트니는 이 둘 사이에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여긴다. “우리가 계속 발전할 수 있고 진정으로 원한다면 나쁜 사업을 깨끗한 사업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맥카트니가 버려진 어망과 기타 플라스틱 폐기물로 만든 재생 나일론 에코닐(Econyl)을 포함해 더 지속 가능한 소재를 개발하는 혁신가와 협력하는 이유 중 하나다. 얼마 전, 그녀의 브랜드 스텔라 맥카트니에서 상업적으로는 최초로 완전한 재활용 의류로, 100% 재활용 및 재활용 가능한 에코닐 소재 파카를 출시했다. 2019년엔 아디다스와 함께 100% 소비 폐기물 섬유 뉴사이클(NuCycl)을 사용해 만든 인피니트 후디(Infinite Hoodie)를 출시했지만 50벌밖에 제작할 수 없었다.
“이 파카는 한 생산 루프를 완전히 닫아버려요. 100%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들고, 이 옷을 입을 만큼 입고 나서 스텔라 맥카트니 매장으로 가져가거나 의류에 있는 QR 코드를 사용해 포스팅하면 다시 한번 재활용해 또 다른 의류로 만들 수 있죠. 정말 멋져요. ‘아, 이번 시즌 네온 그린 퍼지 부츠가 정말 좋아’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멋지죠. 지금 패션계에서 일하면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패셔너블한 일입니다.”
에코닐과 더불어 맥카트니는 버섯 뿌리로 만든 비가죽(Un-leather)인 마일로(Mylo)와 포도에서 나오는 폐기물로 만드는 대체 가죽 베지아(Vegea)를 만드는 기업인 볼트 스레즈(Bolt Threads)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맥카트니는 해당 기업을 지원하는 일종의 초기 ‘컨소시엄’ 멤버였다). 볼트 스레즈나 플라스틱 프리 레더인 마이럼(Mirum)을 제작하는 내추럴 파이버 웰딩(Natural Fiber Welding), 플라스틱 폐기물(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 포함)을 무한히 재활용하는 프로세스를 개발한 신생 기업 프로틴 에볼루션(Protein Evolution) 등의 기업을 지원하는 콜랍 SOS(Collab SOS)라는 새로운 2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펀드 참여에 대해 맥카트니는 이런 의견을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스타트업과 패션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수많은 놀라운 기술 브랜드와 함께 매일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재료와 솔루션을 함께 개발하며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가져오죠. 파트너와 인맥, 펀드를 활용해 모든 것을 업스케일링한다면 정말 의미 있는 변화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새로운 혁신을 뒷받침하면서도 맥카트니는 2023 S/S 시즌 테마에서 영감을 받은 재야생화 프로젝트의 시작이 된 자기 소유의 유기농 농장에서부터 재활용 면을 최초로 사용한 최근 컬렉션까지 생물 다양성 증진에 집중하고 있다. 또 LVMH 그룹의 지원을 받아 튀르키예의 가족 운영 농장 쇡타시(Söktaş)를 통해 5헥타르의 토지에서 유기농법으로 재생 면을 생산한다. 브랜드 스텔라 맥카트니의 새로운 목표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에요. 목표 달성에 3년이 걸렸어요. 언젠가는 이런 사업이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맥카트니는 좀 더 지속 가능한 패션 산업을 추진하는 데 앞장서지만 상당한 진전을 이루려면 입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런 이유로 뉴욕주의 패션 법안(The Fashion Act)을 지지하는 여러 디자이너와 함께 2020년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패션 법안이란, 뉴욕에서 활동하며 전 세계 연 매출이 100만 달러(약 12억원)가 넘는 브랜드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물, 원료, 플라스틱 사용과 화학물질 관리 상황에 대해 공개해야 한다는 법률안이다.
이에 대한 맥카트니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패션은 규칙을 지키는지 감시당하는 분야가 아닙니다. 긍정적 의미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습니다. 제가 만드는 비가죽 제품이 미국으로 수입될 때, 동물 가죽 제품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세금이 붙습니다. 이 세금은 제가 부담하죠. 고객에게 전가하지는 않아요. 제가 동일한 제품에 비가죽 대신 돼지 가죽을 쓴다면 세금이 엄청나게 줄어들 겁니다. 정말 충격적인 일이죠. 그래서 G7에서 바이든과 존 케리 같은 사람들에게 이런 문제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우리가 바꿔야 할 일이고, 제대로 된 규제가 필요합니다. 자동차나 항공 산업처럼 말이죠.”
톱 디자이너가 정책 변화에 대해 시적으로 표현하는 일이 일반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더 필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맥카트니는 마지막으로 이런 농담을 남겼다.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제게는 정치용 복장도 있고 패션용 복장도 있어요. 어떤 식으로 입어야 할지 그 사이에서 혼란스럽군요. 세인트 마틴에서는 그냥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것만 생각했는데 말이죠.”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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