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위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탄생했을까?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4대 도시에서는 매년 2월과 9월,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옷을 선보이는 패션 위크가 열립니다. 셀럽, 저널리스트, 바이어, 스타일리스트에게는 일종의 ‘집결 신호’와도 같죠. 패션 위크는 언제, 어떻게 탄생한 걸까요?
이탈리아 최초의 ‘패션쇼’는 1951년 지오반니 바티스타 지오르지니(Giovanni Battista Giorgini)의 지휘하에 피렌체의 빌라 토리지아니(Villa Torrigiani)에서 열렸습니다. 그는 ‘메이드 인 이태리’의 탄생과도 깊은 연관이 있죠. 일종의 쇼를 열기로 한 지오르지니의 아이디어는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이탈리아 최초의 패션쇼는 피티 궁전의 역사적인 ‘하얀 방(Sala Bianca)’이 아닌 뉴욕에서 열릴 뻔했습니다.
사실 지오르지니는 1920년대 여러 차례 미국을 방문해 이탈리아에서 생산된 옷을 판매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그는 커다란 변화를 감지합니다. 파리가 팔고 있던 ‘환상의 패션’이 뉴욕 패션계에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는 걸 말이죠. 나아가 뉴욕은 파리의 영향 아래서 독자적이면서도 미니멀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당시 뉴욕의 대형 의류 매장은 여성이 즐길 수 있는 ‘심플한 드레스’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지오르지니는 단순히 드레스를 공급하는 것 그 이상을 꿈꿉니다. 뉴욕 도심에서 ‘이탈리아식 패션쇼를 열겠다’는 포부를 품었으니까요. 그는 패션쇼 제안서를 들고 당시 뉴욕 최대 규모의 백화점 B. 올트먼 앤 컴퍼니(B. Altman and Company)를 찾아갔습니다. 물론 그들은 지오르지니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하지만 덕분에 그가 1951년 피렌체에서 최초로 ‘메이드 인 이태리’만으로 이뤄진 패션쇼를 여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이는 7년 뒤인 1958년, 최초의 ‘밀라노 패션 위크’가 열리는 데 큰 영향을 주었고요.
당시 뉴욕은 1910년대부터 백화점에서 열기 시작한 패션쇼에 익숙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초’는 1903년 에를리히 브라더스 스토어에서 열린 쇼였죠. 하지만 1943년 엘리너 램버트(Eleanor Lambert)라는 이름의 홍보 담당자가 최초의 ‘프레스 위크’를 개최하며 변화를 불러일으킵니다. 센트럴 파크에 자리한 피에르 호텔과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이 쇼는 각종 매체를 초청한 최초의 패션쇼이자 현재 모습과 가장 흡사하기 때문이죠. 당시 ‘프레스 위크’ 덕에 미국 브랜드는 더 다양한 소비자에게 알려졌죠. 그리고 1970~1980년대에 접어들며 그들은 레스토랑과 클럽 등에서 각자 런웨이 쇼를 선보이기에 이릅니다. 프랑스, 이탈리아와 색다른 독특한 형태의 패션쇼가 탄생한 겁니다.
물론 뉴욕 패션 위크의 공식 출범은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1993년입니다. 당시 CFDA(CFDA, Council of Fashion Designers of America) 이사 펀 말리스(Fern Mallis)의 아이디어가 시발점입니다. 말리스는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려 했죠. 그리고 그녀는 1993년 뉴욕의 브라이언트 공원에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모여 쇼를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며 뉴욕 패션 위크의 역사적인 시작을 알립니다.
지금은 도시별로 장소를 섭외하고 일정을 관리하며 각 브랜드가 쇼를 선보일 권한을 부여하는 협회가 패션 위크를 주관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패션협회’는 1958년 설립된 이탈리아국립패션협회(CNMI, Camera Nazionale della Moda Italiana)입니다. 그 후 1962년 미국의 패션디자이너협회(CFDA, Council of Fashion Designers of America), 1973년 프랑스패션연합(FHCM, Fédération de la Haute Couture et de la Mode), 1983년 영국패션협회(BFC, British Fashion Council)가 차례대로 설립됐죠. 이들 단체의 노력의 산물이 바로 ‘4대 패션 위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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