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리의 버버리, ‘영국스러움’에 대한 탐구
2023 F/W 시즌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단연 다니엘 리의 버버리 데뷔입니다. 보테가 베네타라는 진부했던 하우스를 완전히 뒤바꿔놓은 말끔한 외모의 젊은 디자이너 다니엘 리. 그런 그에게 16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가장 영국스러운 하우스’ 버버리를 재건하라는 중책이 맡겨졌으니, 모든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죠.
지난해 말 <보그> 인터뷰에서 다니엘 리는 두 가지를 확실하게 했습니다. 그가 영국인이라는 점과 버버리는 ‘영국 브랜드’라는 점. 두 달 뒤 있을 컬렉션을 본 사람들이 ‘그래, 버버리는 이래야지’라는 안도감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죠.
그의 말처럼 다니엘 리가 버버리 부임 후 처음 한 일은 브랜드의 뿌리를 찾아가는 것. 보테가 베네타에서 했던 것처럼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전부 삭제하고, 새 시즌을 위한 캠페인 발매와 함께 과거의 버버리 로고를 부활시켰습니다. ‘다니엘 리의 버버리’ 첫 캠페인을 장식한 모델들은? 래퍼 스켑타, 모델 리버티 로스, 축구 선수 라힘 스털링, 리암 갤러거의 아들 레논 갤러거 등.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동하는 전지현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부 ‘영국인’이었습니다.
지난 2월 20일 다니엘 리의 버버리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습니다. 이번 2023 F/W 컬렉션을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버버리? 체크!
버버리를 상징하는 두 가지는 체크 패턴과 트렌치 코트입니다. 그리고 이번 쇼의 후반부까지는 체크 패턴이 들어가지 않은 룩을 찾아보기가 어려웠죠. 니트 톱, 스커트, 코트, 팬츠는 물론 타이츠에까지 체크를 활용했습니다. 카멜 색상을 주로 활용하던 기존 ‘버버리 체크’와 다른 컬러를 택하며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죠.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다니엘 리가 쇼 직후 버버리의 핵심 코드를 ‘실용성’이라고 설명했다는 점. 애초에 버버리가 흐린 날이 많고 거센 바람이 불기로 유명한 영국 기후에 알맞은 옷을 선보여왔다는 점을 상기시킨 거죠. 그리고 그가 제안하는 ‘버버리와 함께 악천후에 맞서는 법’은 레이어드입니다. 타이츠 위에 스커트나 쇼츠를 레이어드하거나, 레인 부츠 위에 울 삭스가 살짝 보이도록 연출하는 식이죠.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
다니엘 리는 ‘영국인만 알아볼 수 있는 레퍼런스’를 컬렉션 곳곳에 삽입해 영국을 향한 헌사를 보냈습니다. 그가 선택한 첫 번째 레퍼런스 소재는 바로 여우. 지금도 런던에만 1만 마리가 넘는 야생 여우가 살고 있을 만큼 영국을 상징하는 동물 중 하나죠. 가짜 모피로 만든 백과 거대한 모자는 여우 털을 연상시켰고, 가방에 매달 수 있는 ‘여우 꼬리 참’ 역시 위트 넘쳤죠. 오리가 프린트된 치마나 ‘오리 모양 보닛 햇’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오리가 왜 영국스럽냐고요? 1900년대 중반부터 영국인들은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오리들이 좋아할 만한 날씨네!(Lovely weather for ducks)’라는 장난스러운 인사말을 주고받았거든요.
실용적인 액세서리
지난 몇 년간 보테가 베네타의 ‘카세트 백’을 길에서 몇 번이나 마주쳤나 생각해보세요. 다니엘 리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잇 백’을 탄생시키는 데 능하다는 점입니다. 이번 컬렉션에서 그가 선보인 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죠.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품에 안고 다닐 수 있는 조그마한 사이즈의 울 소재 백. 그 외에도 손에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새들 백, 모피 장식의 맥시 백 등 ‘잇 백’이 될 자격이 충분한 아이템이 연이어 등장했습니다. 패딩 부츠, 레인 부츠 등 실용적인 슈즈 라인도 선보였죠.
Blue is the New Green
‘보테가 그린’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다니엘 리. 그 다음은 ‘버버리 블루’입니다. 이번 쇼에서 가장 돋보인 컬러는 청량하면서도 적당히 무게감 있는 느낌을 주는 블루 컬러였거든요. 그의 데뷔 쇼에 참석한 사람들을 위해 그가 준비한 것 역시 같은 색상의 담요였습니다. 앞으로 ‘버버리 블루’를 길에서 마주칠 일이 잦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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