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잇 백의 귀환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떠난 구찌의 2023 F/W 시즌 컬렉션에선 톰 포드의 향취를 짙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구찌는 브랜드의 최고 부흥기를 이끈 미켈레와 톰 포드, 두 디자이너의 아카이브를 절묘하게 섞었죠.
당당하게 드러낸 하우스의 아카이브 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액세서리가 있었습니다. 2003 F/W 시즌, 2004 S/S 시즌 컬렉션에서 톰 포드가 처음 선보인 ‘홀스빗 클러치’죠.
구찌는 1953년 말 재갈에서 영감받은 홀스빗 디테일을 처음 선보였습니다. 이 디자인은 곧 하우스의 시그니처가 되어 오랫동안 사랑받았지만, 동시에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죠. 그런데 톰 포드가 홀스빗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1990년대 말 부침을 겪던 구찌를 바꾸기 위해 톰 포드는 하우스의 모든 디자인, 아이콘, 시그니처를 해체한 뒤 자신만의 감각으로 결합했죠. 특히 홀스빗 디자인을 활용해 고급스럽고 시크한 디자인을 도입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홀스빗 클러치입니다. 구찌 아카이브에 있던 재키와 다이애나를 비롯한 가방을 새롭게 변신시킨 홀스빗 클러치에 파격적인 디자인을 적용했죠.
톰 포드는 각종 액세서리에 작게 들어가던 홀스빗을 크게 확대하고 다양한 요소를 더해, 하나의 장식이자 손잡이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홀스빗 안에 손을 넣어 꽉 껴안아야 하는 가방의 이미지는 관능적인 무드까지 뿜어냈죠.
20여 년 만에 돌아온 펜디의 잇 백, 홀스빗 클러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이 가방이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는 것. 최근 하우스 브랜드의 추세는 리바이벌입니다. 과거에 유행했던, 특히 200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모델을 다시 선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펜디의 바게트 백과 디올의 새들 백이죠.
두 번째 이유는 홀스빗 클러치가 톰 포드의 유산이라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컬렉터들이 수집하는 패션 아이템은 굉장히 한정적이었습니다. 1980년대 이전 제품, 또는 예술적인 터치를 더한 아이템이 소장 가치가 있었죠. 하지만 최근 많은 셀럽이 1990년대 이후 제품을 입으면서, 2000년대 제품도 빈티지로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 가장 관능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던 톰 포드인 만큼, 그의 제품들은 더욱 큰 가치를 지니고 있죠.
거기에 희소성이 높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브랜드 톰 포드는 작년 말 에스티 로더 그룹에 인수되었죠. 디자이너 톰 포드는 2023년 말까지만 브랜드에서 크리에이티브 비저너리 역할을 수행한다고 전했는데요. 이후에는 톰 포드가 참여한 디자인은 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의 터치가 들어간 제품의 가치가 높아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겠죠. 톰 포드의 감각을 더해 2023년 버전으로 새롭게 만든 홀스빗 클러치를 주목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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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 Images, Gorunw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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