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코리아’가 선정한 최고의 2023 F/W 패션쇼 7
준야 와타나베
패션계에서 변화는 본능과도 같다지만, 사실 매 시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디자이너는 극히 드뭅니다. 변화를 시도하며 매번 대중과 비평가의 마음을 사로잡는 디자이너는 더욱 드물죠. 이 극소수 중 한 명이 준야 와타나베입니다.
지난 2023 S/S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패치워크를 기반으로 한 워크 웨어, 여성복 컬렉션에서는 1980년대 펑크 스타일을 선보였던 그는 이번 시즌에는 밴드 레드 제플린의 곡 ‘카슈미르(Kashmir)’에서 영감받아 ‘사막을 여행하는 미래의 여성’을 그려냈는데요.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미래 지향적인 오브제를 제작하는 브랜드 이너라움(Innerraum)과 함께 만들어낸 마스크와 백은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마저 풍겼습니다. 클래식한 라이더 재킷을 다양하게 변형한 룩도 인상적이었죠.
생 로랑
안토니 바카렐로의 목표는 남성복과 여성복이라는 용어 자체를 없애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눈에는 생 로랑 옷을 입은 남자 모델, 여자 모델이 아니라 그냥 생 로랑의 옷을 입은 사람만 존재할 뿐이니까요. 이번 쇼의 무드를 ‘엘레강스’로 요약한 그는 클래식한 아이템을 조금씩 변주하며 모두가 오랫동안 잊고 있던 ‘옷을 차려입는 즐거움’을 상기시켰습니다.
페라가모
‘진부해진 패션 하우스에 새 생명 불어넣기’를 주제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긴다면, 막시밀리안 데이비스를 반드시 심사위원석에 모셔야 합니다. ‘1927년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하우스만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이를 동시대적으로 해석하라’는 어려운 과제를 누구보다 잘 수행해내고 있기 때문이죠.
그는 이번 컬렉션을 구상하며 페라가모를 사랑했던 오드리 헵번과 마릴린 먼로 등 1950년대 할리우드 스타의 룩을 참고했다고 밝혔는데요. 클래식함을 기반으로 하되 중간중간 스포티한 요소를 섞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컬렉션을 완성했습니다. 하우스를 상징하는 컬러인 레드를 적재적소에 활용한 것은 물론이고요.
언더커버
라프 시몬스가 브랜드 전개를 중단한 지금, 문화적 레퍼런스를 가장 현명하게 녹여내는 디자이너는? 언더커버의 다카하시 준입니다. 크라우트 록의 선구자인 마누엘 괴칭(Manuel Göttsching)의 앨범 ‘E2-E4’의 커버 아트를 활용한 코트, 더 스페셜스(The Specials)의 노랫말을 자수로 새긴 블레이저는 그들의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눈길까지 단박에 사로잡았죠. 스파이크가 가득한 클러치 백, 시퀸 디테일로 완성된 손 모양은 언더커버 특유의 펑크적이고 기괴한 미학을 그대로 담고 있었고요.
꾸레주
꾸레주 2023 F/W 컬렉션의 시작을 알린 모델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보고 있었습니다. 하우스의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디 펠리체는 “컬렉션을 준비하며 현대인들이 핸드폰을 보며 보내는 긴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는 코멘트를 남겼는데요. 그는 착용자가 핸드폰을 더욱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암홀이 뚫린 레더 재킷, 코트 등을 선보였습니다.
꾸레주의 컬렉션이 특히 인상 깊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니콜라 디 펠리체는 이러한 사회현상을 조소하는 대신 변화하는 세상에서 패션이 대응하는 자세에 대해 자신만의 청사진을 근사하게 그려냈습니다.
보테가 베네타
특별한 장치 없이 ‘잘 만든’ 옷만으로도 빛나는 컬렉션이 있습니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쇼 베뉴에서 차분한 음악만 흘러나왔던 보테가 베네타의 쇼가 딱 그랬죠. 마티유 블라지의 이번 컬렉션에서 주목할 스타일링 포인트는 레이어링. 쇼가 끝난 직후 백스테이지에서 “서로 어울리지 않는 피스를 겹쳐 입는 것에서 세련미를 느낀다”고 전한 그는 지극히 기본적인 아이템을 레이어드해 본인이 창조한 놈 코어 트렌드를 더욱 확장해나갔습니다.
스키아파렐리
하이패션의 상징과도 같은 스키아파렐리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다니엘 로즈베리는 하우스 역사상 첫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선보이며 ‘하이패션도 웨어러블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려 했죠. 그는 쿠튀르적인 디테일을 일상적인 재킷, 드레스 등에 적용하며 ‘쿠튀르 하우스’라는 브랜드의 자존심은 지키면서도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려 했습니다. 길에서 스키아파렐리의 백을 마주할 수 있다니, 기대해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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