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이국적이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동시대적인 쿠알라룸푸르
쿠알라룸푸르는 아시아 문화의 용광로라 불린다. 말레이시아 자체가 다양한 인구 구성을 가진 나라다. 말레이계 60%, 중국계 30%, 인도계 10%에다 국교는 이슬람이지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다. 그러다 보니 수도 쿠알라룸푸르는 블록마다 다른 나라를 찾은 것 같은 다채로움이 있다. 영어가 널리 쓰이고 교통, 배달, 카드 결제 시스템 모두 서울 수준으로 현대화되어 있다. 번화가 사이 이동 거리가 짧고, 다문화 사회답게 이방인에게도 당당하지만 친절하다. 에어아시아의 고향이라 비행 노선이 다양하고 할랄, 채식, 중식, 인도식, 서양식 등 다채로운 요리가 발달해 싱가포르와 방콕 못지않은 관광 잠재력을 가진 도시기도 하다. 그럼에도 아직 쿠알라룸푸르를 특색 없는 교통 거점 도시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업데이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뒤늦게 도래한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 젊은 인구를 바탕으로 지금 쿠알라룸푸르는 대중문화 빅뱅 직전의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블랙핑크 콘서트가 열린 2023년 3월, 지역 아티스트의 안내로 핫 플레이스를 돌아보았다.
UR-MU
2022년 문을 연 컨템퍼러리 아트 뮤지엄이다. UR-MU(Urban Museum)가 자리한 부킷 빈탕은 대형 쇼핑몰, 야시장, 벽화 거리가 있어서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들르는 지역이다. 특히 UR-MU가 있는 블록은 1950년대 스타일의 낡은 빌라가 밀집한 주거지다. 최근에는 이 건물들을 개조한 재미있는 상업 시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보헤미안 분위기에 눈에 띄지 않게 녹아든 건물이 UR-MU의 매력이 시작하는 지점이다. 당신이 제주에서 해변과 맛집만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굳이 시내에 들러 아라리오를 방문하는 타입이라면 틀림없이 UR-MU와도 사랑에 빠질 것이다. 주로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아세안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하고, 취향과 전시 방식이 대단히 위트 있다. 유리창과 뱅크시를 이용해 건물 이면 쓰레기장까지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대목에서는 절로 웃음이 터진다.
UR-MU를 통해 쿠알라룸푸르 갤러리 투어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내셔널 아트 갤러리(National Art Gallery)와 일함(Ilham), 아트 이즈 페어(Art Is Fair)도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내셔널 아트 갤러리는 다양한 민족, 종교, 인종을 통합해 현대 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겪은 상흔과 고민을 담은 작품이 많아서 말레이시아를 이해하는 좋은 단서가 된다. 물론 그 다양성이 예술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도 발견할 수 있다. ‘I Love KL’ 조형물 때문에 포토 스폿이 된 시티 갤러리와는 다른 곳이니 착오 없으시길. 일함은 작은 규모에 비해 아트 숍 구성이 좋아 아기자기한 기념품을 찾는 여행자에게 권한다. 아트 이즈 페어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신진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아직 거친 수준의 작품이 많지만 그만큼 대중적인 가격대라서 초보 컬렉터가 관심을 가질 만하다.
URBAN MUSEUM
3, Jalan Bedara, Bukit Bintang, 50200 Kuala Lumpur, Malaysia, +60321103004, info.urbanmuseum@gmail.com, https://ur-mu.com/
BookXcess Lalaport
북엑세스는 2007년 문을 연 말레이시아 최대 서점 체인이다. 매장은 서점뿐 아니라 가족 외출 공간, 인스타그램 스폿을 목표로 꾸몄다. 그중 라라포트 몰에 있는 매장은 벌집을 연상시키는 구조로 감성을 자극한다. 작은 전시회가 열리기도 하고 커스텀 문구 숍, 카페 등이 있어서 독서광과 문구 애호가라면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주로 취급하는 언어는 영어다. 영미권 작가의 작품이야 이곳이 아니어도 구하기 쉽다. 하지만 한국에 번역 안 된 아세안 작가의 작품이나 남아시아 역사책 같은 것을 영어로라도 접하려면 북엑세스가 좋은 답이다. 가족 고객에 주력하는 만큼 팝업북 셀렉션도 훌륭하다.
BookXcess Lalaport
L1-13A & 13B, Mitsui Shopping Park LaLaport. 2, Jalan Hang Tuah, Bukit Bintang, 55100 Kuala Lumpur, Malaysia, https://www.bookxcess.com
Jao Tim
팬데믹 때문에 거의 고사했던 쿠알라룸푸르 공연계는 요즘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과거 쿠알라룸푸르 라이브 뮤직 신을 대표하던 ‘노 블랙 타이(No Black Tie)’는 2017년 리스본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복합 문화 공간 자오 팀에서는 여전히 멋진 일이 벌어진다. 자오 팀은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인스타그래머블한 카페로도 손꼽힌다. 1910년대 호텔을 개조한 우아한 공간에서는 낮이면 바이닐 레코드가 연주되고 밤이면 라이브 재즈 공연이 펼쳐진다.
Jao Tim
61, Jalan Sultan, City Centre, 50000, Kuala Lumpur, Wilayah Persekutuan, Malaysia, +60320223897, jaotimkl@gmail.com, https://www.jaotim.com
Dissolved Solids
번화가에서 벗어난 낡은 건물 2층에 간판도 없이 작은 네온사인 레터링만 내건 칵테일 바다. 그 은밀한 로케이션, 대화하기 좋은 볼륨의 적절한 음악, 차분한 조명이 아늑한 느낌을 준다. 최소한의 인테리어와 젊은 바텐더, 작은 규모, 캐주얼한 손님들을 보고 감성만 내세운 흔한 힙스터 클럽일 거라 오해할 수도 있지만 칵테일을 시음하는 순간 평가는 또 한 번 달라진다. 이 사람들은 프로다.
Dissoved Solids
43-1, Jalan SS 20/11, Damansara Kim, 47400 Petaling Jaya, Selangor, Malaysia, http://instagram.com/dissolvedsolids
Lisette’s Café & Bakery @Bangsar
쿠알라룸푸르는 중국 음식과 인도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이다. 그런 종목이라면 굳이 검색하지 않아도 눈에 띄고 손님 많은 곳으로 가면 대충 다 맛집이다. 야시장의 저렴하고 푸짐한 해산물에 타이거 맥주나 한국 소주를 곁들이는 정취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의외로 좋은 카페는 찾기가 어렵다. 부킷 빈탕에서 쇼핑을 하다가 지친 여행자에게는 피카(Feeka)와 래빗 홀(Rabbit Hole)을 추천한다. 좀 더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부유한 주거지 중 하나인 방사르로 향하는 것도 좋다. 리세트 카페 앤 베이커리는 화려한 채식 뷔페로 유명하다. 소규모 미팅을 하기도 좋고 카페 메뉴도 훌륭하다.
Lisette’s Café & Bakery @Bangsar
No. 8, Jalan Kemuja, Bangsar, 59000 Kuala Lumpur, Wilayah Persekutuan Kuala Lumpur, Malaysia, https://lisettes.co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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